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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막을 방법은 없나요?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0. 6. 16:06

 

[경제기사야 놀~자]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막을 방법은 없나요?

 

 

 

 

美 구제금융은 로비 총력전

                                                <조선닷컴 9월 23일>

 

"미국의 전례 없는 규모의 구제금융을 둘러싸고 금융기관들이 가능한 한 많은 혜택을 보기 위한 로비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구제금융 대상 증권범위를 늘리고, 부실채권매각을 도맡아 수수료 수익을 챙기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을 전하며 대규모 구제금융이 대규모 로비전 또한 촉발시켰다고 평가했다." (기사 중 일부 발췌)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자기 책임으로 교통사고를 내도, 그리고 상대방에게 많은 피해를 입혀도 보험사가 다 물어준다고 해 볼까요. 혹은 극단적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를 국가가 전액 보상해 준다고 치죠. 책임 여부를 가리지 않고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안전 운전하는 비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이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회사와의 계약에는 일정액 공제조항이나 보상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만약 사고가 났을 때, 보험회사뿐 아니라 보험 가입자도 일정 부분의 금전적인 부담을 져야 한다는 거죠. '사고가 나면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간다'는 부담이 있는 경우, 사고를 피하기 위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거라는 거죠.

 

 

미국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

 

최근 미국의 일부 금융회사들이 파산 직전에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 파산을 면하게 됐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과연 미국 정부가 납세자(納稅者)의 부담으로 만들어진 정부 돈으로 사(私)기업의 파산을 막아주는 일이 잘하는 일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겠지요. 파산 직전인 사기업을 정부가 나서 구제(bail out)해 주게 되면 앞서 설명한 도덕적 해이 문제가 심화됩니다. 이런 사정을 미국의 정책당국자가 모르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왜 미국정부는 이들을 선별적으로 방식을 달리해 가면서 구제해 주었을까요?

 

 

대마불사(大馬不死)

 

만약 미국계 금융회사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해 제조업 등 실물(實物)경제에까지 영향을 준다면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겠죠. 이럴 경우 정책 당국자는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은행의 파산을 구제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를 '대마불사(TBTF, too big to fail protection)'라고 합니다. 크면 클수록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는 거죠.

 

미국 정부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은행이나 펀드 부실에 개입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금융시장에 미국 정부가 유사시에 '대마불사'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공공연하게 확산되어 있었겠죠. 금융시장의 대마불사에 대한 믿음은 여러 실증연구에서 이미 입증되었습니다.

 

이런 믿음이 만연된 경우 금융회사들은 자신들의 책임, 즉 고객이 돈을 돌려달라고 할 때 제때 돈을 내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노력을 소홀히 하게 될 위험이 큽니다. 이번에 파산하거나 파산 직전에 몰린 투자은행들처럼 말이죠. 수익은 높을지 몰라도 그만큼 위험한 자산에 마구 투자를 한 거죠. 적절한 선에서 해야 하는데도 말이죠.

 

 

구제해 주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정부가 은행파산의 경우 구제해주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선언을 한다면 어떨까요. 그 선언이 금융시장에 받아들여져 금융회사들의 행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지 못할 확률이 큽니다.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정부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표로 심판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망해가는 금융회사를 지금 도와주면 미래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정부개입을 하지 말라"는 충고는 다음 선거에서 경제적 성과로 평가 받아야 하는 정치인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겁니다. 차라리 정치권으로서는 "미래에 일어날 문제는 다음 정권이 해결해야지, 지금 우리가 급한데 뭘"이라고 생각하며 구제금융을 할 가능성이 높겠죠. 결국 시장에는 대마불사의 믿음이 여전히 남아있게 되고, 또 다른 위험의 불씨가 될 확률이 큽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시기일관성 <time consistency>

 

정부가 금융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시장에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시기일관성(time consistenc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시기일관성 개념은 화장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는 화장실이 세상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하지만, 일단 다녀오고 나면 다른 일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죠. 시간에 따라 선호도가 떨어져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정책을 선택하는 것을 '시기일관성'이 없다고 합니다. 마치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불개입선언처럼 말이죠. 반대로 시간에 따른 선호도에 변화가 없거나,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한 경우 이러한 정책을 시기일관성이 있다고 말하죠.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정책의 예측가능성 때문입니다. 시기일관성이 있는 정책은 예측가능성이 높아 시장에서 신뢰가 높고, 그렇지 않은 정책은 시장의 신뢰가 낮겠죠.

 

 

 

- 2008. 9. 26일자  [B9면]  김재훈·KDI 연구위원 -

 

 

 

출처 : 내고향 옹달샘
글쓴이 : 옹달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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