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야 놀~자]
올림픽 메달 하나 따는 데 비용 얼마나 들까요?
세계 7위 코리아 저력 보여줬다
베이징올림픽 폐막 <조선일보 8월 25일자 A1면>
204개국 1만여명의 선수들이 감동의 드라마를 썼던 2008 베이징올림픽이 2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중략)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해 종합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중략) 개최국 중국은 금 51개, 은 21개, 동 28개 등 역대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내며 2위 미국(금 36, 은 38, 동 36)을 제치고 사상 첫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기사 중 일부 발췌)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지난 일요일 밤 베이징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17일 동안 멋진 경기를 펼친 우리 선수들에게 여러분들 모두 박수와 환성과 탄식을 아끼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 숨을 고르고, 오늘은 올림픽 메달 속에 숨겨진 경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지요.
올림픽 메달은 경제적 재화
우리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고, 좋은 성과를 거두었죠? 선수들이 획득하기 위해 분투한 올림픽 메달은 경제학적 시각에서 볼 때 선수라는 인적자원, 훈련을 위해 필요한 자본 등이 결합되고, 여기에 다른 여러 요소(예를 들어 기후, 전략, 개최지가 선수의 고국과 가까운지의 여부, 선수의 경기 당일의 컨디션 등)가 가미되어 생산되는 넓은 의미의 경제적 재화(財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메달 하나를 얻는 데 투입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어려서부터 훈련하는 데 드는 돈과 경기 참가에 사용하는 비용을 제외하고, 올림픽만을 위해 지출한 비용만 계산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스포츠 강국 호주의 경우 1980년 이후 약 20년간 올림픽에서 메달 한 개를 따기 위해 64억원 정도의 비용을 투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포츠를 통한 국민들의 자긍심 함양, 일체감 고양, 국위 선양 등을 고려한다면 그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선택과 집중: 비교우위
올림픽에서 각 나라의 성적은 메달의 수, 특히 그 색깔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많은 금메달을 따면 좋겠지요? 하지만 한 나라가 스포츠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과 인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각 종목에 배정된 메달의 수도 정해져 있지요. 결국 순위 상승이 목적이라면 종목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과 집중에도 알게 모르게 비교우위와 같은 경제학적 논리가 작용합니다.
올림픽에서의 성과를 분석한 연구를 살펴보면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자원(資源)에 따라 비교우위가 결정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체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아시아권 국가들은 레슬링, 복싱, 유도 등 체급 경기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둡니다. 자본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나라는 승마, 카약 등 자본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경기에서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둡니다. 또한 전통적인 동계올림픽 강국은 기온이 낮고 눈과 얼음이 많은 추운 지방 국가들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들의 메달 획득은 특정 종목에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소득 수준이 낮은 에티오피아, 이란 등은 아주 소수의 종목에서만 집중적으로 메달을 획득하지만 선진국들은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합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국민들이 다양한 종목의 경기를 좋아하고, 국가가 특정 종목에서만 엘리트 체육인을 양성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메달을 획득하는 종목이 변화하고, 다양해지고 있지요. 반면 구동구권의 메달은 거의 대부분 체조나 수영을 비롯한 소수 종목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이들 국가에는 국가 순위를 결정짓는 메달의 색깔이 중요해 자본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메달에도 어김없이 경제 논리가
스포츠의 상업화가 진전되며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는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따라서 재능 있는 선수들이 스포츠에 많이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소득의 증대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가능하게 하고, 메달 획득 가능성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합니다. 이에 따라 각 나라의 전략 종목 선정과 투자가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지요. 이렇게 올림픽의 성과 뒤에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경제'가 자리하고 있답니다.
[쉽게배우는 경제 tip]
동구권의 스포츠
올림픽 메달로 국가의 자긍심을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이 극단적으로 강했던 경우가 옛 동구권이었습니다. 소련 및 동유럽 국가들은 스포츠를 자본주의 국가에 대한 대리전으로 간주하고,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국가체육주의'를 내걸고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구동구권의 성과는 체제가 흔들리던 1990년 전후한 시기보다 훨씬 이전인 1980년을 전후해서 이미 흔들리기 시작하였답니다. 올림픽의 문호가 프로 선수들에게도 개방되기 시작하고, 약물 복용에 대해 까다로운 규제가 도입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기 동구권 경제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높아진 메달 획득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워진 것도 중요한 이유이지요.
- 2008. 8. 29일자 조선일보 [B9면] 차문중·KDI 산업기업경제연구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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