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세상

[스크랩] 철인들---아이구 무서버라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8. 07:35
24시간을 달리는 사람들!!

▶24시간 주(走) 대회란?

24시간 주 대회는 IOU(International Association of Ultra Runners)에서 인정하는 두 가지 정식 종목(100km, 24시간 달리기)중 하나이다. 24시간 동안 정해진 트랙을 반복해서 뛰어 누가 많이 뛰는가를 겨룬다. 우리나라는 4년전부터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회장 이용식)이 일년에 한 차례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대회를 열고 있다. 인간의 극한에 도전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규정이 엄격하다. 24시간 주를 달리기 위해서는 풀코스 마라톤경험과 100km울트라 코스 경험이 있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는 우려했던 사고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울트라마라톤의 사고율은 일반 마라톤보다 낮다.(가장 많은 사고가 일어나는 마라톤 종목은 하프마라톤.) 페이스를 조절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은 쉽사리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5번째로 치러지는 24시간 대회로서 28명이 참여했다. 이번 대회 상위 입상자는 7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한다.

▶경기 스케치

쉼없이 달리는 여인이 있다. 달리는 발걸음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다. 앞으로, 앞으로 끝없이 내딛는다. 멈출 것 같지 않던 달림을 멈추게 한 것은 24시간을 알리는 총성소리. “뻥” 총성소리가 운동장을 메아리치자, 무섭게 달리던 여인은 털썩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14일,15일 양일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05 대한민국 24시간 달리기 대회’. 24시간 동안 400m트랙을 돌아 누가 더 많이 뛰는가를 겨루는 대회다. 이번 대회는 오는 7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참가할 국가대표의 선발을 겸해 열렸다. 이 날 28명의 참가자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단연 허숙회(47)선수였다. 허씨의 기록은 221.3km. 한국 여자최고기록을 가뿐히 경신했고, 남여를 통틀어 3위의 기록이다. 1위는 남자부의 김광복(45)씨가 기록한 226.5km

14일 오전 10시. 안양 종합 운동장에 달리기 매니아들이 삼사오오 모여들었다. 뛰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대한민국 최고라 자부하는 이들이다. 이날 24시간 달리기 대회에 참여한 선수는 총 28명. 이들은 풀코스 경험은 너무 많아 기억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100km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도 수 차례 완주했다는 철인중의 철인들이다.

이 날 선수들의 최대 고민은 지루함이다. 똑같은 트랙을 끊임없이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광복(45)씨는 “춘천같은 곳을 300km 뛰라고 하면 너끈히 뛸 것”이라며 “하지만 이 곳을 끊임없이 돌다가는 내가 먼저 돌지는 않을지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런 걱정에 대회조직위는 묘안을 마련했다. 4시간 마다 트랙을 도는 방향을 바꾸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선수들의 지루함을 덜 수 없는지 선수들은 다양한 계획을 세웠다. 허숙회 선수는 “옷을 6벌, 신발을 4켤레 준비했다. 중간에 쉴때마다 지루함을 덜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을 가지고 싶어서”라며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했다. 허숙회 선수의 방법에 옆에 있던 남자 선수들은 “낮에만 버티면 돼. 밤에는 막걸리 덕분에 지루하지 않을거야.”라며 새로운 방법을 내 놓기도 했다. 아예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mp3로 저장해 온 선수들도 곳곳에서 보인다.

24시간 달리기는 정말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할까. 이용식씨(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회장)는 “24시간 달리기지만, 정말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은 아니다.”며 “선수들은 미리 정해져 있는 출입지역을 통해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허숙회 선수는 “24시간 달리기는 얼마나 전략을 잘 세우는가에 달렸다”며 “오늘 총 6번을 20분씩 쉴 것”이라고 했다.

운동장 시계가 10시를 가리키자, 시작 총성이 울렸다. 선수들은 자신있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28명의 건각들은 힘찬 발걸음으로 긴 장정의 시작을 알렸다. 과연 24시간을 무사히 달릴 수 있을까. 이 날 대회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그리고 선수들의 가족은 긴장된 눈빛이었다. 대회는 총 6랩으로 나누어졌다. 1랩을 4시간씩 나누어 진행됐고, 1랩이 끝날때마 휴식을 취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첫 번재 랩이 끝난 오후 2시. 따가운 햇살이 운동장을 내리쬐고 있었다. 4시간을 뛰었으면 지칠만도 한데, 선수들은 생생하다. “이제 시작이잖아요. 괜찮아요.”라며 휴식을 취하러 들어가는 선수들은 누가 보기에도 멀쩡하다. 휴식시간은 선수들마다 준비해 온 음식을 먹고, 화장실을 가는 것으로 보낸다. 선수들은 밥은 먹지 않는다. 목이 마른 상태에서 목에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대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선수가 집에서 준비해 온 죽이나 옥수수 차를 먹어요.” 라며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진 않고 쉴때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조금씩 나눠먹는다”고 전했다.

첫 번째 랩과 휴식이 끝나고 다시금 갈 길 먼 레이스가 시작됐다. 두 번째 랩은 오후 6시까지다. 이때까지도 큰 변화는 없다. 선수들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바뀐 것은 뛰는 방향뿐. 경치도 똑같다. 서서히 해가 서쪽으로 늬엿늬엿 고개를 돌리는 시각이 되자, 조금씩 지치는지 걷는 선수가 한 두명 늘어난다. 하지만 남여 선수가 10바퀴를 같이 뛰면 실격처리되는 규정 덕분에 여성 선수 가까이 붙는 남성 선수는 하나도 없다. 혼자만의 싸움인 것이다. 트랙에서 휴식을 취하면 실격처리 되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걸어야만 한다.

자정을 넘긴 시각. 세상의 모든 이들이 잠든 시각이다. 하지만 안양 운동장은 달리는 사람들의 쌕색거리는 숨소리가 그득하다. 한 두 명 달리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었다. 초반에 평균 40km이상을 달렸던 기록은 4랩(오후10시~오전2시)들어 25.5km로 뚝 떨어졌다. 멈추고 싶을만도 한데 앞으로 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아직 멀었잖아요. 힘들면 조금씩 걸어가고, 그러다 다시 뛰고...그렇게 24시간이 가는거죠.” 표정은 죽을상인데 대답은 태연하다. “천천히 뛰어! 여보! 오바하면 내가 뛰어들어간다! 천천히!” 천천히를 반복하는 가족들의 응원도 계속됐다. 새벽 2시. 다시 휴식시간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근육이 뭉친다며 오래 쉬지도 않는다.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준비해 온 죽을 후루룩 마시고는 금새 일어나 또 달린다.

새벽 2시가 지나며 하나 둘씩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 때. 홀로 쌩쌩해 보이는 여인이 있다. 주인공은 허숙회씨. 지난 대청호반 울트라마라톤에서 여성부 1위를 했던 그 선수다. 걸어가는 남자 선수 앞을 잘도 휙휙 지나쳐 버린다. 걸어가는 법은 모르는 것 같다. 꼿꼿이 선 자세로 뛰어가기만 한다. 그녀를 지켜보던 대회 관계자는 “야, 무섭다 무서워. 이래서 내년에 남자선수들 누가 참여하겠냐.”며 혀를 내둘렀다. 마지막 휴식에서 허숙회씨는 “그냥 100km이상만 뛰려고 했는데, 계속 욕심이 생기네요. 계속 뛰어봐야죠.”라고 말했다. 그리곤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다시 트랙으로 나간다. 남자못지 않은 여장부의 출현에 대회 관계자는 놀라움과 기쁨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지막 4시간은 선수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순간이다. 20시간을 꼬박 같은 트랙을 돌았으니 힘들만도 하다. 14일에 시작한 경기는 어느새 15일의 새 아침을 맞고 있었다. 아침 8시. 안양 운동장에 멋도 모르고 운동나온 시민들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지금 조깅 대회 하는가보죠?”라고 한 시민이 물었다. “지금 22시간째 뛰고 있는 겁니다. 24시간 달리기대회입니다.“ 관계자의 설명에 시민은 “미쳤군”이라고 말하며 어이없는 듯 두 팔을 내벌렸다.

2시간을 남긴 시간. 대부분의 선수가 트랙을 걷다 뛰다를 반복한다. 트랙 한바퀴를 돌고 전자 팔찌를 기록기에 대야 하는 것조차 힘겨운지 겨우 손을 갖다댄다. 그 와중에도 허숙회씨는 여전히 뛰고 있다. “처음에 시작한 속도 그대로네요.” 대회 관계자가 허씨를 끊임없이 응시하며 기록을 체크한다. 처음에는 하위권이었는데, 꾸준히 속도를 유지하며 이제는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거다. 마지막 2시간을 남기고 허숙회씨가 갑자기 휴식을 취하러 들어왔다. “마지막 바퀴인데, 화장도 좀 하고 옷도 갈아 입으려구요. 사진 찍을 거 같아서.” 바쁘게 먹을것에 앞서 립스틱을 챙긴 허씨는 역시 여자였다.

오전 10시가 가까워오자, 대회 관계자들이 바빠졌다. “자, 선수 여러분. 힘내세요! 이제 거의 다 와갑니다. 10시 종료 총성이 울리면, 여러분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춰서야 합니다.” 장내 진행자가 수차례 반복한다. 23시간 59분 58초, 59초...“빵!” 전광판 시계가 24시간을 가리키자 종료 총성이 울렸다. “털썩...털썩...” 움직이는 장난감 인형의 건전지를 빼낸 것처럼 선수들이 주저앉았다. 벌러덩 드러누운 선수도 많다.


이 날 최고 기록은 김광복씨가 세운 226.5km. 김씨는 “너무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이렇게 마치고 나서의 잠시의 성취감을 위해 24시간을 견딘 나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웃어보였다. 이 날 최고의 영웅이었던 허숙회씨는 221.2km로 종합 3위 여성부 1위를 기록했다. 기존의 여자 한국신기록을 깬 기록이다. 대회 관계자는 “220km이상 뛸 수 있는 여성 선수는 세계대회 나가서도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을 수 있다.”며 “지금 페이스라면 사상 최초의 메달권 진입도 가능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허숙회 선수는 “욕심부리지 않고 천천히 , 꾸준히 뛴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너무 지루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7월에 열리는 세계대회의 전망을 묻자, “아까는 이 짓을 또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세계대회 가기가 싫어지더라구요.”라고 했다. 하지만 금새 “열심히 몸 만들어야죠.”라며 다음 경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허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를 붙잡고 한마디 덧붙였다. “이 모든 영광을 남편에게 돌린다고 써주세요.” 어쩔 수 없는 주부 마라토너다.

이 날 남자부의 2명(김광복, 김복열)과 여자부 3명(허숙회,김정옥,이귀자)은 오는 7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IAU 24Hrs World Cup(세계24시간 달리기대회)에 출전하는 한국대표로 확정됐다.

▶이색 참여자

이번 대회 참가자 중 최고령 참가자인 김복근(58)씨는 6년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2주전에 풀코스를 연습삼아 뛰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철인이다. 보양식은 입에도 안댄다. 식이요법 없이 경기전에는 좋아하는 육식을 즐긴다. 오늘 경기가 지루하지 않냐는 질문에 “지루한게 어딨어요. 그냥 뛰다보면 24시간 지나는 거죠.”라며 다른 참가자와 다른 대답을 내 놓았다. 달리기를 느긋이 즐기겠다는 뜻이다. 200km 울트라 마라톤까지 가진 김씨지만, 이번 24시간 달리기에는 집안의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달리는게 좋은데 어떡합니까. 24시간달리기 꼭 한 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김씨의 변이 인상적이다.

걷기도 힘들 것 같은 24시간 달리기 대회는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홍일점은 3명. 허숙회(47), 김정옥(49), 이귀자(47)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 중 이귀자씨는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215.6km를 뛰었던 당찬 여성이다. 이번 대회는 오스트리아 세계대회에 다시 나가기 위해서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색다른 목표가 하나 더 있다. “이번에 제 아들이 군대에 가요. 엄마도 이렇게 열심히 뛰니깐, 걱정말고 열심히 군생활 하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열심히 뛴다는 뜻이다.

출처 : 행복한 동네
글쓴이 : ajtthkakt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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