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간부 서 모씨(59)는 연초 서울 도곡동 30평형대 아파트를 12억원에 팔고 대신 서초역 인근에 있는 지상 4층짜리 상가 빌딩(연면적 220평)을 샀다.
아파트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불안감과 함께 정년퇴직이 가까워지면서 새로운 고정수익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유현금 2억원에 보증금 2억원을 안고 은행 융자 4억원을 받았더니 총 20억원 수준에 매입이 가능했다.
10개월이 지난 현재 매월 임대수입은 관리비를 포함해 1100만원, 매월 이자비용 200만원과 세금 및 기타비용 100만원을 빼면 순수익이 800만원에 이르고 빌딩 시세는 2억원가량 올랐다.
◆ 소규모 상가빌딩 인기 = 최근 서씨처럼 고가 아파트를 팔아 상가빌딩을 통째로 매입하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 인기 단지는 30평형대를 넘어서면 값이 10억원을 웃돌기 때문에 아파트를 팔고 일부 융자를 받으면 20억~30억원대 상가빌딩을 살 수 있다.
김민수 포커스에셋 대표는 "작년부터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인기지역 상가빌딩은 매물이 달리면서 값이 큰 폭 올랐다"며 "올 들어서는 뉴타운 등 강북지역 상가빌딩으로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와 포커스에셋(www.focusasset.co.kr)에 따르면 송파구 신천역 인근 4층 상가빌딩(연면적 180평) 시세는 작년 말 20억원에서 현재 23억원으로 15%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초역 인근 5층 상가빌딩(250평)은 2억원 올라 현재 22억원, 선릉역 인근 4층 상가빌딩(220평)은 1억원 오른 23억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강북지역도 큰 폭 오름세다.
용산 이태원역 인근 3층 상가빌딩(105평)이 올 들어 2억원 상승해 14억원, 왕십리역 인근 3층 상가빌딩(110평)은 1억원 오른 12억원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압구정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은퇴를 앞둔 고령자들은 매월 고정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 상가빌딩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 연체ㆍ공실률 관리 중요 = 하지만 무턱대고 상가빌딩을 샀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적지 않다.
아파트와 달리 빌딩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강 모씨(61)는 작년 말 아파트를 팔고 역삼동 5층 상가빌딩을 샀지만 마음 고생이 심했다.
처음에는 비어 있는 사무실을 메우는 데 고생했다.
싼값에 세입자를 겨우 구해 사무실을 채우니 이번에는 연체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세입자들이 뭉쳐 단체로 임대료 납입을 미뤘기 때문이다.
강씨는 "처음 3개월간은 순수익이 월 300만원을 밑돌며 연수익률이 2%에 못 미쳐 근심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후 적극적으로 운영ㆍ관리에 나선 결과 연체가 줄어들면서 은행 이자를 뺀 순수익이 월 900만원에 달해 연 6~7%대 수익률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전문자산관리 회사를 찾아 빌딩 운영ㆍ관리를 맡기고 나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민수 대표는 "요즘 상가빌딩 통매입이 인기지만 사후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며 "경기불황 장기화로 공실률과 연체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임차인 관리가 소홀하면 상습적으로 임대료를 연체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전문자산관리 회사를 찾아가 임차인 유치나 연체 관리를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