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회사 사무실에 뱀이 들어왔다면?

 

(예전에 썼다가 갑작스레 삭제당했던 기사입니다. 컴퓨터에 남아있길래 올려봅니다. 기업들의 심기를 건드린다면서 해당 기자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삭제를 해버리더군요 -_-; 블로그니까 괜찮겠죠? 권리침해로 또 삭제 당하려나... )

 

 

 

사무실에 뱀이 들어왔을 때, 당신 회사의 반응은?

 회사의 더딘 변화와 관료주의를 비판한 삼성그룹 신입사원의 사직서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고있는 가운데, 각 그룹의 기업 문화를 비교하는 말과 글도 잇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압권은 ‘사무실에 뱀이 들어왔을 때 각 그룹별로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것이다. 한 경제 칼럼니스트가 맨처음 이 비유를 만들어 사용한 이래로, 각 그룹이 더해지면서 이 비유는 재벌 계열 직장인들 사이에서 시시때때로 회자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역시 관료주의와 지나치게 권력을 독점한 구조조정본부(옛 회장비서실)에 대한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그룹 내 사무실에 뱀이 들어오면, 맨 먼저 본 사람이 팀을 모아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두고 하루 종일 회의를 한다. 이렇게 잡기로 결정을 내릴 무렵 구조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이렇게 잡지 말고 저렇게 잡으라고. 그럼 그렇게 잡아야 한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경우는 13년째 계속돼온 현대 일가 내의 골육상쟁이 조롱의 대상이다. 삼촌-조카, 형-동생, 형수-시동생 간의 잇단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 구성원들부터가 정치적으로 변했다는 지적이다. 현대그룹 사무실에 뱀이 들어오면, 처음 이 뱀을 본 사원은 골똘히 생각한다. ‘저 뱀은 형수 편일까? 시동생 편일까?’

 

  SK그룹은 고 최종현 회장의 유지라고 할 SKMS라는 경영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지나치게 교조화 돼 있어서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여기에 따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SK에 뱀이 들어왔을 때는 우왕좌왕 하다가 피해만 크게 입는다. 정작 뱀을 놓치고 나서야 SKMS에 ‘뱀 잡는 법’이라는 장이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그 뱀이 그 뱀이구나’ 하고 탄식한다.

 

  공중 분해된 대우그룹의 경우는 김우중 전 회장 1인 회사였다는 특성을 부각시켰다. 대우그룹 사무실에 뱀이 들어오면 처음 그 장면을 목격한 사원이 계통을 밟아 계열사 사장에게까지 보고한다. 그러면 그 사장은 폴란드에 출장 가 있는 김우중 회장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어떻게 잡을 것인지 지시를 내려달라고 청한다는 것이다.

 

  LG그룹의 경우는 LG텔레콤,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 새로운 사업을 펼칠 때마다 실착을 범한 것이 비아냥의 대상이 됐다. 이 그룹에 뱀이 들어오면, 제대로 종류를 파악하기도 전부터 ‘백년 묵은 청사다, 이백년 된 백사’다 난리굿을 떤다. 그러다 정작 뱀을 놓치고서야 깨닫게 된다. 그 뱀은 그냥 동네 구렁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당초 원형이 된 이 5대 그룹 관련 비유에 최근에는 다양한 그룹들이 추가되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노동조합의 힘이 강한 방송사와 민영화 이후 변신을 시도중인 KT. 방송사 사무실에 뱀이 들어왔다. 이를 처음 본 구성원이 맨 먼저 할 일은 뭘까? 정답은 바로 ‘노조와 상의한다’.

 

  공기업 속성이 여전한 KT는 업무 영역을 따지려 드는 병폐가 표적이 됐다. KT 사무실에 뱀이 들어오면 처음 본 사원이 담당 부서를 찾아 나선다. 여기저기서 자기들은 담당이 아니라면 다른 곳을 찾아가보라고 미룬다. 결국 이 사원은 뒤늦게 뱀 잡는 일이 자신의 담당 업무임을 깨닫는다.

 

  이런 ‘사무실 뱀’의 비유는 대부분 우리 기업 문화의 후진성과 경직성을 꼬집는 것. 그 문화가 일거에 고쳐지지 않는 한, 이런 식의 풍자는 삼성 신입사원의 사직서와 함께 돌고 돌 전망이다. ‘당신 사무실에 뱀이 들어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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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Lifestyle Report

글쓴이 : 여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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