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테크/성탄부활과 절기

[스크랩] 크리스마스의 추억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25. 16:54

크리스마스의 추억

   먹 거리가 부족한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날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와서 듬뿍 듬뿍 과자랑 학용품을 주기 때문에 해마다 찾아오는 크리스마스는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된 것이다.

 

  크리스마스 전야 교회에서 어린이들의 연극이 있었다.

연극을 연습하기 위하여 학교가 끝나면 매일 교회로 달려갔다.

교회에서 연극을 마치면 항상 고구마와 쑥떡을 주기 때문에 그것을 얻어먹기 위하여 연극연습에 참여하곤 했다.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뜨끈뜨끈하게 찐 고구마와 싱건지를 주면 혀와 입천장이 덴지도 모르고 게걸스럽게 먹었다.

고구마를 먹고 난 포만감을 느끼기 위하여 매일 찾아온 교회는 나에게 있어서 천국이었다.

크리스마스 날에는 어김없이 산타 할아버지가 와서 학용품과 과자를 주었기 때문에 언제나 크리스마스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동네에서는 어머니가 교회 권사였던 관계로 중심이 되어 음식을 장만하였다.

믿음생활이 강했던 어머니께서는 설날이나 추석명절보다는 오히려 크리스마스 날을 더 소중히 여기고 음식을 장만하였다.

떡국이며 부각이며 콩떡, 쑥떡, 시루떡 등 갖가지 떡들을 만들었다.

동네사람들을 불러 마음껏 먹게 만들었다. 그것이 동네 사람들이 교회를 나오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임을 뒤늦게 알았다.

 

  어머니는 교회 다니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밤을 세면서 조청에다 쑥떡을 찍어먹고 식혜를 마시고 크리스마스 날 새벽에는 따끈따끈한 떡국을 먹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때 어머니가 끓여 준 떡국은 어찌 그리도 맛있었던지 영원히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 날은 눈도 퍽이나 많이 왔다.

그리고 날씨도 매우 추웠다.

 

  눈이 쌓인 새벽 논두렁길을 가다가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엉엉 울던 기억이 생생하다. 동네 교인들은 꼬마들까지 데리고 띄엄띄엄 떨어진 마을의 초가집을 방문해 사립문 앞에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아 라 ”와 “고요한밤 거룩한 밤”찬송가를 목청껏 불렀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조용한 시골마을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처마 끝에서 새벽의 찬 공기를 가르며 크리스마스 찬송가를 부를 때 하나님께서 임재하심을 느꼈다. 그 가난한 집에 많은 복을 내려주신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 집이 나의 친구 우영이 집이었다. 우영이 누나가 미군과 결혼하여 온 가족이 미국으로 떠난 날 나는 알았다. 크리스마스 날 우리가 불렀던 찬송가 덕분으로 기적같이 우영이 가족들이 미국으로 떠나가 늑막염을 앓고 있던 우영이 형님도 치료받았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었다.

 

   헐벗고 굶주리며 가난에 찌든 생활을 하던 우영이 가족이 하나님의 축복으로 미국에 건너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느 날 어머니에게 “ 어머니 왜 우리는 미국에 가지 못하냐고” 울면서 졸랐다. 미국에 가자고 ? 누가 좀 우리 집 대문 앞에 와서 크리스마스 찬송가를 많이 불러주기를 원했지만 아무도  불러 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목청껏 불러 줬지만 막상 우리 집 대문 앞에서는 누가 불러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젠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초가집도 사라졌다.

꾸불꾸불한 논두렁길도 없어지고 반듯한 아스팔트길이 만들어지고 초가집터에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자가용차들이 물결지어 지나다니지만 크리스마스가 해마다 찾아와도 크리스마스새벽 찬송가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누가 떡국도 끓어 주지 않고 식혜도 만들어 주지 않았다. 무리지어 새벽공기를 가르며 고요한 밥 거룩한 밤을 마음껏 부르지도 않는다.

 

   거리마다 교회 십자가 탑은 우후죽순처럼 세워졌지만 아늑하고 따듯한 크리스마스는 실종되고 말았다. 징글벨 소리도 거리에 들려오지도 않고 오직 자기만의 축복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산타도 도망가 버리고 하나님도 임재하시지 않는다.

 

  형식적인 크리스마스 행사만 있을 뿐이지 하나님도 이미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산타와 함께 멀리 가버렸다. 그리고 나의 마음에 옛날의 크리스마스 추억만 남아있다.  

      

              

출처 : 로마인 이야기
글쓴이 : 청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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