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도의 변경과 불확실성

최근 몇년간 우리나라에서 경제의 침체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아마도 이것일 것 같다. 바로 정부 불확실성, 정책 불확실성이다. 정부의 불확실성, 정책의 불확실성, 정부를 제외한 경제주체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결여로 인해 경제가 침체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이번 주제와 관련하여 한가지 예를 더 살펴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 국민들 중 상당수가 싫어하는 미국의 조지 W 부쉬가 재선이 되었을 때 월 스트리트의 주가는 폭등을 했다. 과연 이 두 현상은 왜 벌어진 것일까? 두 현상을 설명하는 공통분모는 과연 무엇일까? 이제 살펴 보도록 하자.
 
기존에 있던 제도, 법, 규칙 등이 바람직하지 못할 경우 다시 이를 고치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바꾸어 나가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세가지 현실적인 생각을 해 보도록 하자. 첫번째, 이를 완벽히 미세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가? 두번째, 과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이를 실천에 옮길 것인가? 세번째, 각 경제주체들이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어떻게 협조과정을 거칠 것인가?
 
아무 스포츠 경기나 한가지 생각해 보자.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선수들 간에는 경기에 임함에 있어 한가지 확신을 가지고 경기에 투입될 것이다. 그 것은 바로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그 경기의 규칙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규칙 파괴가 가장 심한 이종격투기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경제주체들에게도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사유재산권이 존중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투자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투자한 것에 대한 재산권이 정책의 변동에 의해 변동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것에서 투자를 할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파괴하는 규칙은 사회가 그동안 협조하여 만들어 온 기초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계획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하려면 재산권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명확하고 안정적으로 보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경기중에 규칙이 예상하지 못한 변화에 의해 기대가 반복하여 좌절된다면 선수들은 경기하는 것을 멈출 것이다. 경제주체들도 마찬가지이다. 법, 규칙, 제도가 예상되지 않은 변화에 의하여 바뀌면, 각 경제주체들은 자신들의 생업은 뒤로 하고 법, 규칙, 제도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돌리게 될 것이다.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란 말은 이런 측면에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투자를 하는 사람들, 특히나 투자를 이미 한 사람들의 경우, 즉, 일단 발을 담근 사람들의 경우 예상하지 못한 변동이 생기는 것을 싫어한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변동이 이윤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부쉬의 재선이 확정되는 순간 월 스트리트의 주가가 폭등한 것과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이런 측면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의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에 한가지 요소가 추가되기는 한다. 90년대 공격적인(?) 투자의 결과 나타난 IT 특수가 붕괴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투자를 꺼리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출처 : Rage Against the Machine

글쓴이 : 기계에 대한 분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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