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로 가와데쇼보 상 수상
두 번째 소설로 아쿠타가와 상의 주인공이 된
일본 최고의 신예 작가 아오야마 나나에!
2007년 1월, 일본 문단계에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 수상자로 만 23세의 아오야마 나나에가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수상작인 《혼자 있기 좋은 날》이 화제가 된 것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8점 만점에 6점을 받으며 1차 투표만으로 결정되었다는 점이고, 무엇보다 일본 문단계의 두 거성인 무라카미 류와 이시하라 신타로의 유례없는 동시 추천으로 선정된 것도 주목할 소식이었다. 무라카미 류는 “사회로의 한 발을 좀처럼 내딛지 못하고 주저하는 젊은이의 방황을 치밀한 언어 조합으로 완벽하게 포착해낸 소설”이라고 평했으며, 이시하라 신타로는 “스무 살 주인공의 미묘한 심정의 변화를 거짓 없이 그려낸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평하며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이미 대학시절, 첫 소설 《이웃집 남자》(2005)로 야마다 에이미, 와타야 리사 등을 배출한 일본 최고의 신인 작가 등용문이라는 가와데쇼보 문예상을 수상하며 대형 신인의 등장을 예고한 바 있는 아오야마 나나에는 이번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혼자 있기 좋은 날》로 차세대 일본문단을 이끌 주역이 되었다.
“《혼자 있기 좋은 날》은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에서 막 일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의 내 모습이 많이 담겨 있어요. (……) 회사에 취직해서 조직의 일원이 되는 것,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들의 절차와 과정들을 겁냈던 것 같아요. 평범한 삶을 사는 것, 아마 이것이 가장 두려웠겠죠.”
작가가 이 글을 쓸 당시의 심정을 위와 같이 밝히고 있듯이, 소설 속 주인공의 심리가 사회로 나가기 전 방황하는 우리 젊은 세대들의 모습과 상당 부분 닮아 있어 공감을 자아낸다.
《혼자 있기 좋은 날》은 스무 살의 치즈와 50년의 나이 차가 나는 일흔한 살의 깅코 할머니가 함께한 1년간의 동거생활을 주축으로 쓰인 소설이다. 엄마의 교환 유학을 계기로 도쿄에 혼자 사는 먼 친척 할머니인 깅코 씨의 집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며 치즈는 ‘저축 백만 엔’과 독립을 목표로 연회장 도우미, 역 구내매점 판매원,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 사이 연애를 하고, 그러다 차이고 상처 받고 치유하기를 반복한다. 깅코 씨에게 온갖 심술과 어리광을 부리며 ‘어엿한 인간’, ‘무슨 일에도 견뎌낼 수 있는 그런 인간’, ‘매달 주민세도 연금도 의료보험도 꼬박꼬박 내는 제대로 된 사회인’을 향해 조금씩 성장해간다. 변변치 않은 아르바이트 인생, 게다가 끝이 빤히 보이는 불안정한 연애 속에서 자신의 미래가 과연 있기나 한 걸까 의심하지만, 결국 깜깜한 미래라도 일단 ‘시작’이란 기점에 서 보고야 마는 주인공 치즈를 응원하며 지켜보게 된다.
“미래는 없어도, 그래도 시작하는 건 자유다.”
사회로의 한 발을 좀처럼 내딛지 못하고 주저하는 젊은이의 방황을 치밀한 언어 조합으로 완벽하게 포착해낸 소설 - 무라카미 류
깅코 씨의 집은 쾌속과 특급 열차가 지나가는 역의 플랫폼과 인접하고 있어 열차가 지날 때마다 조용한 집 안을 흔들어 놓는다. 그런 떠들썩함과 대조적으로 치즈와 깅코 씨의 생활은 단조롭기만 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사건 하나 없이 평온한 일상으로 보이지만, 이런 잔잔함과 반대로 연애도 일도 뜻대로 되지 않는 치즈의 내면에서는 연신 폭풍우가 불어댄다. 자신은 모두에게 사랑 받는 “밝고, 재주 있고, 친절”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치즈는 ‘관계=상처’라는 생각에 늘 고슴도치처럼 바늘을 세운 채 삐딱하고 퉁명스런 태도로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한다. 대신 주변 사람들의 물건을 슬쩍해서는 신발 상자에 넣어두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상자들을 들여다보며 그리움에 젖어들곤 한다. 예전 주인들과 나의 관계를 떠올리며 혼자서 킥킥거리기도 하고 마음 아파하기도 하며,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구한다.
엄마와 살 때와 마찬가지로 도쿄에서도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치즈는 어떻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건지 궁금하기만 하다. 학교에 다니거나 회사에 취직하는 게 제대로 산다는 게 아닐 거라며 자신의 현재 처지를 납득하지만, 전철을 타고 어딘가를 향해 바삐 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부러워한다. 전철을 타고 출근해, 주어진 업무를 하고, 비슷비슷한 도시락을 먹고, 다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남들과 똑같은 일상을 살게 될 것을 두려워하지만, 정작 치즈가 두려워하는 것은 남들과 똑같은 그런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지 못할까 이다. 자신은 제대로 된 생활 같은 게 불가능할 거라며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주저한다.
지독한 외로움과 세상에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즈가 단단히 마음에 빗장을 거는 것과 달리 삶의 슬픔과 분노를 모두 겪었을 나이인 깅코 씨는 너무나 평온하다. 그런 깅코 씨의 모습에 치즈는 때론 질투를 느껴 되바라진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동요되지 않는” 깅코 씨의 나이로 훌쩍 이동하고 싶다며 어리광을 부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깅코 씨는 “틀에서 불거져 나온 게 인간. 불거져 나온 게 진정한 자기 자신”이라든가 “젊을 때는 다들 무턱대고 손을 뻗으니까……. 나처럼 나이가 들면, 내밀 수 있는 손도 점점 줄어드는 법이야”라며 나이의 공력이 느껴지는 말로 치즈를 위로한다. “젊어서 허무를 다 써버리고 싶”다던 치즈는 삶을 긍정으로 대하는 할머니의 속 깊은 말과 행동들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삶에 적극성을 띠기 시작한다.
전철에 탄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바쁜 일상을 부러워하면서도 좀처럼 사회로 한 발을 내밀지 못하던 스무 살의 치즈는, 이렇게 사회를 향해 자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장래의 꿈, 일생일대의 사랑……
그 모든 것에 불안하기만 한 스무 살의 정체
스무 살 주인공의 미묘한 심정의 변화를 거짓 없이 그려낸 근래 보기 드문 수작 - 이시하라 신타로
사계절의 풍경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치즈의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변화를 담담하면서도 지독히 세밀한 어조로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의 스무 살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더 이상 학생으로 불리지도, 그렇다고 당당한 사회인으로 편입되지도 않은 치즈의 불안한 일상을 묘사한 장면이나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무라카미 류나 여타 언론에서 극찬한 대로 뚜렷한 목표 설정도 그렇다고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젊은 세대의 허무와 만남과 이별 앞에서 보이는 스무 살 여성의 심경의 변화가 문장 속에 절묘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 모든 감각이 문장 속에서 느껴져 영상미가 훌륭한 산뜻한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감동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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