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를 만든 곽재용 감독의 작품입니다.
일본 영화이지만, 곽감독의 영화라서 그런지 한국 문화가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곽재용 감독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의 작품들은 필자를 망설이게 만듭니다.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클래식, 사이보그 그녀...
무림여대생은 아직 보지 못한 관계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곽재용 감독은 하나의 주제를 하나의 장르에서 하나의 스타일로 여러 영화를 만듭니다.
물론 감독은 평생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는 말이 있지만, 곽재용 감독의 경우, 발전보다는 퇴보가 뚜렷해서 아쉽기만 합니다.
엽기적인 그녀부터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습니다.(이하 엽녀)
엽녀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충실히 따라갑니다. 다소 파격적인 스타일의 여주인공이 나온 것 뿐 아니라,
그녀의 상상 장면에 나오는 다소 황당한 시퀀스들은 영화의 흐름을 끊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내러티브라고도 할 수 있는 영화적 흐름을 의도적으로 조금씩 비트는 것이 곽재용 감독의 스타일로 굳어져 버린 것입니다.
대중들이 곽감독의 스타일을 인정해 주었기에 차기 작품에 문제가 생겨버린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흐름을 끊는 방식은 고도의 편집 능력과 감독의 세밀한 연출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장르라는 형식 안에서 고도의 계산법을 정립 시켜 놓기까지 할 정도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곽재용 감독은 끊임없이 미장센을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한 끊임없이 영화 안에서 실험을 합니다.
문제는 곽재용 감독의 실험과 영화의 흐름이 어울리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엽녀에서 불거져야 했지만, 대중들은 전지현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감독의 연출을 용인해 버립니다.
클래식에도 똑같은 문제가 나타나지만, 손예진의 예쁜 모습에 또 한번 대중은 용인해 줍니다.
그러한 면에서 보면 곽재용 감독은 여배우를 잘 살리는 감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곽재용 감독의 감수성은 여자를 미화시키는 데 탁월한 감수성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시대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영원한 사랑이라는 테마를 고수한다는 측면에서
첫 사랑을 가장 탁월하게 이해하고 있는 감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마 첫 사랑의 노스텔지아를 이토록 끊임없이 말하는 감독도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사랑의 테마를 약간씩 변형된 스토리 안에서 변주를 함으로써 조금씩 연출의 힘이 느껴진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곽재용 감독은 조끔씩 퇴보합니다.
미장센의 실험적 시도들은 젊은 감독들의 재기발랄함에 퇴색되고,
첫번째 영화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주제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며,
스타일의 확립을 원했던 감정 중심의 내러티브 구조는 뜬금없다는 인상만 주기 때문입니다.
영화와 드라마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내러티브에 좀 더 자유로운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내러티브에 함축성을 요구합니다.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의 차이라고 할까요?
곽재용 감독의 다음 영화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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