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매에서 2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떤 이는 1등과 불과 1만원 차이로 낙방한 것을 두고 입찰가격 하나는 기막히게 잘 쓴다고 자부할지도 모르지만, 1만원 차이로 낙방을 하든 1백만원 차이로 낙방을 하든 아니면 1억원 차이로 낙방을 하든 1등, 즉 최고가매수인이 되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2등도 나름대로 의미가 부여되는 경우가 딱 한가지 있다. 바로 2등 입찰자가 차순위매수신고를 한 경우이다. 차순위매수신고는 입찰 종료 후 개찰절차에서 집행관이 사건번호별로 최고가매수인을 호창하면서 2등에게 차순위매수신고를 할 것이냐는 의향을 물을 때 즉시 이에 응하면 된다. 이 때 차순위매수신고를 하느냐 마느냐는 입찰자 맘이다. 2등이 차순위매수신고를 하지 않으면 다음 순위의 입찰자가 차순위매수신고를 할 수 있다.
2등 입찰자라면 모두 차순위매수신고 자격이 부여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2등 입찰자중에서도 최고매수가격(낙찰가격)에서 입찰보증금을 뺀 금액 이상으로 입찰한 자만 차순위매수신고를 할 수 있다. 즉 차순위매수신고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최고매수가격 (낙찰가격) - 입찰보증금 ≤ 2등 입찰가격(차순위매수가격)’ 이라는 조건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예컨대 감정가격이 5억원인 경매물건이 한차례 유찰되어 최저매각가격이 4억원으로 저감된 경우 낙찰가가 4억7천만원이라면 2등 입찰자가 차순위매수신고 자격이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 4억3천만원(= 낙찰가 4억7천만원 - 입찰보증금 4천만원) 이상 입찰가를 써냈어야 한다.
당해 경매절차에서 1등을 제외한 다른 입찰자는 입찰보증금을 즉시 반환받을 수 있지만, 차순위매수신고를 한 2등(2등이 차순위매수신고를 하지 않고 3등이 차순위매수신고를 한 경우에는 그 3등) 입찰자는 보증금을 찾아갈 수 없고, 최고가매수인이 대금을 완납한 다음에야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낙찰 후 대금납부가 통상적으로 1개월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차순위매수신고인의 입찰보증금이 한달 이상 묶이는 셈이다.
차순위매수신고제도의 효용은 무엇일까? 우선 경매법원 입장에서 본다면 통상 최고가매수인이 낙찰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재매각 절차를 거쳐 1~2개월 후에 다시 경매에 부쳐지게 되지만, 당해 물건에 차순위매수신고가 있는 경우에는 재매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차순위매수신고인에게 바로 매각을 허가하므로 경매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차순위매수신고인의 입장에서도 만약의 경우에 최고가매수인이 낙찰대금을 납부하지 못하게 되면 그 즉시 차순위매수신고인인 ‘나’에게 매각을 허가하므로 재매각 절차에서 또다시 치열한 입찰경쟁을 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차순위매수신고는 공들인 경매물건에 입찰하여 비록 근사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행여나 있을 최고가매수인의 대금미납을 내심 기대하는 심사가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면 2등 입찰자가 차순위매수신고를 한 후 해야 할 일은? 이도 저도 아니라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몸을 깨끗이 단장한 후 정화수(井華水) 떠놓고 기도하는 일일 것이다. 제발 최고가매수인에게 어떤 사정(?)이 생겨 낙찰대금을 납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최고가매수인에게 악한 감정은 갖지 말지어다. 어쩌다가 최고가매수인이 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내게 매각이 허가되었더라도 나 역시 어떤 사유(?)로 인해 대금을 납부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매시장이 활황세를 보임과 더불어 낙찰된 물건 중 낙찰대금 미납으로 재경매에 부쳐지는 비율 역시 평균 15%에 달하고 있다. 잘못된 권리분석이나 임대차분석, 고가낙찰, 대출규제로 인한 낙찰대금 부족 등 대금미납 사유에 따라 차순위매수신고인에게도 나름의 영향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찰시 권리분석상 문제가 없었고, 그간의 노력과 비용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근소한 차이 그것도 2등으로 낙방하였다면 한번쯤 차순위매수신고를 활용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내게 결코 해롭지 않은 사유로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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