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 문학세계사
1.기 소르망이 분석해낸 세계 경제
경제과학의 가르침들을 적용하는 나라들은 큰 성장을 경험하였고, 경제라는 학문을 잘 익히지 못한 학생(국가)들은 침체로 그 대가를 치렀다.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 석학’이자 현실주의적 지식인인 기 소르망은 이번에 발간된 신간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프랑스에서는 3월 출간)에서 세상의 부와 가난이라는 경제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세 개의 키워드로 자유경제와 세계화 그리고 경제정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키워드를 가지고 18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의 위대한 경제 이론가들과 정책 집행자들― 애덤 스미스에서 케인스까지 밀턴 프리드먼에서 에드워드 프레스콧, 게리 베커, 대런 애서모글루, 에드먼드 펠프스 그리고 한국의 사공일 등 ―의 학문적 성과를 다시 짚거나 그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오늘날 세계를 관통하는 거대한 부의 흐름을 분석해 나간다.
“자본주의 경제를 비난할 수는 있지만 아무도 자본주의를 부정할 수는 없는 시대”가 된 지금, 전통적인 일국의 성장률 개념은 의미가 없어졌다. 파리에서부터 베이징까지, 뉴욕에서 뉴델리, 서울에서 평양까지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발전하거나 함께 침체에 빠지게 되는 전세계라는 트렌드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 소르망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경제 이론가들과 정책 집행자들을 만난다. 그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세 마리 용이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루었는지 분석하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의 정치와 정책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르게 만들었는지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눈부신 경제성장과 빈곤층의 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는 중국과 인도, 자원에 의존해 불안한 성장을 하고 있는 러시아, 쇠퇴하는 유럽과 일본도 분석의 대상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전세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경제’라는 생명체에 대한 점검이다.
2. 좋은 경제 정책과 나쁜 경제 정책
경제는 하나의 학문이며 그 목적은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을 구분해주는 것이다. 20세기에만도 나쁜 경제정책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전염병보다 큰 희생을 치르며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1920년대 러시아, 1950년대 중국, 그리고 1960년대 탄자니아의 공산화는 수억 명의 농민들을 굶주리게 했다. 1920년대 독일은 적절한 제어장치 없이 통화를 발행해 사회불안을 가중시켰으며 결국 나치즘의 등장을 재촉했다. 2007년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짐바브웨는 초토화되었고, 기업을 국유화하여 기업가들을 내쫓은 1940년대의 아르헨티나와 1950년대의 이집트 경제는 망가져 버렸다. 인도의 허가제도(라이선스 제도) 또한 1949년부터 1991년까지 경제발전을 얼어붙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대로 좋은 경제정책들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 후 30여 년 만에 서유럽은 재건에 성공했으며 1990년대부터는 동유럽에서도 발전이 가능하게 됐다. 또 20여 년 전부터 성공시대를 구가하기 시작한 국제경제는 특히 인도와 중국의 8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인구를 가난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잠들어 있는 문명이라 여겨졌던 일본, 한국, 터키는 좋은 정책을 폄으로써 번영을 이루었다. 또한 10여 년 전부터는 아프리카에서도 경제를 보다 합리적으로 관리함으로써 13개 나라들이 가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인 프랑수아 부르기뇽(Francois Bourguignon)은 이들 13개 나라들을 아프리카의 ‘G13’이라 부른다.
1990년부터 경험이 이론 모델들을 검증해 주면서 경제라는 학문에 혁명이 일어난다. 그 전까지는 국가사회주의와 시장자본주의라는 두 개의 경제체제가 동과 서를 가르며 경쟁적으로 공생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소련이 붕괴되면서 그것이 구현했던 모델도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이 더 이상 존속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련은 붕괴된 것이다.
이때부터 오직 하나의 경제 모델만 남게 되었는데 그것이 시장자본주의체제, 즉 자유경제체제다. 이제 자본주의 경제를 비난할 수는 있지만 이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 경제학은 이 모델들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그리고 그것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그것을 개선시키고 보편화하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앞으로 사회주의 비평이나 소비에트 연구는 철학사에 속할 뿐 경제학에서는 더 이상 다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차후로 경제학자들 사이엔 시장경제 속에서 어떻게 최대의 효율성을 도출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만 있을 뿐 선택의 문제 같은건 없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3. 두 개의 한국, 살아 있는 경제의 교훈
남과 북의 한국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경제학에 관한 오래된 수수께끼에 답하기 충분하다. 그 수수께끼란 과연 경제발전의 원천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수 세기 전부터 경제학자들은 천연자원을 발전의 원천으로 믿는 사람들과, 지리와 기후 조건을 원천으로 믿는 사람들, 문화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식민지화와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싸워왔다. 그런데 한국의 경험은 이러한 싸움에 종지부를 찍게 하기에 충분하다. 바로 중앙집권적이고 나라에 의해 계획된 경제는 언제나 실패하며, 밝혀졌다시피 자유시장경제만이 번영과 동시에 부를 재분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것이다. 한국의 이러한 경험은 또한 경제가 명실상부한 하나의 학문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줄 것이다. 남한은 처음엔 이론에 지나지 않았던 모델이 정확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모름지기 학문들이란 이런 식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모든 시장경제는 같은 기본원칙을 따르지만 각각 다른 지역문화를 지닌 시장은 나름대로의 특별한 총체를 만들어낸다. 남한의 경우 ‘재벌’이라든지, 직업윤리, 노동운동 그리고 아시아 국가 중 가장 극적인 민주주의 발전을 이루어낸 경험, 각종 NGO 단체 등 여러 상황들이 작용해 다른 곳에서는 결코 모방할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경제모델을 만들어냈다. 자유시장경제의 큰 덕목이라 함은 민중들을 획일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번영을 이루는 데 있다. 그들의 경제가 자본주의 체제를 따르고 보다 역동적으로 변했다고 해서 남한 사람들이 전보다 덜 한국적이 된 것은 아니다. 경제성장은 한국의 문화를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가능성의 장을 열었다. 한국 내에서 뭔가 만들어내고 창작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보다 많은 자원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들이 만든 것을 원하는 대중들도 늘어났다. 또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물질적이든 비물질적이든 한국의 생산품들은 더 이상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닌 세계적인 것이 되었다. 이제는 전세계가 한국 상품들의 덕을 보고 있으며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다이내믹 코리아’로 변화했다. 한국인들에게 이런 변화는 확실히 선택의 자유, 학업의 자유, 직업의 자유 그리고 생활방식의 자유를 향상시키고 있으며, 외국인들에게도 아직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4. 정치적 선택과 이론적 대립을 넘어선 경제학
정치적 선택과 이론적 대립을 넘어 경제학은 이제 하나의 과학이다. 그것은 경제학자들이 공유하고 동료들이 인정하는 지식과 경험의 토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학문이다. 기 소르망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이 경험을 열 개의 명제로 종합해낸다.
① 시장경제
현재의 지식에 비추어 볼 때 시장경제는 모든 경제 시스템 중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한 방식이다. 시장 가격은 언제나 행정 규제보다 더 합리적인 신호이다.
② 성장
성장은 좋은 경제의 궁극적인 척도이다. 긍정적인 성장률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③ 좋은 제도
자본의 축적보다는 좋은 제도가 모든 성장의 초석이 된다. 좋은 제도를 창안해 내는 데 있어서 문화, 종교, 그리고 역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분석도 여러 가지로 갈라진다. 그러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경제 발전이 다양한 문명과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④ 자유 교역
자유 교역이 총체적인 것이라면 분야별로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자유 교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가 개입하여 과도기 상황을 관리하고 패자에게 보상해 주어야 한다.
⑤ 통화 안정
통화의 안정은 성장의 근본적인 요인이며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발전과 고용에 장애가 된다.
통화 발행이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실업에 대한 처방도 되지 못한다는 것은 양측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⑥ 창조적 파괴
조셉 슘페터가 정의한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이 발전의 동력이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좋은 경제 정책이란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케 하는 정책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고용 정책은 창조적 파괴를 수반해야 하고, 시대에 뒤진 활동들을 고착시켜서는 안 된다.
⑦ 경쟁
경쟁에 관해 모두가 합의하지는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는 사적인 혹은 공적인 독과점이 혁신이나 발전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⑧ 실업
비용 절감 없이는 어떤 해결책도 불가능하다.
⑨ 복지 국가
여러 형태의 사회 보조금이 경제 활동과 수혜자의 복지에 있어서, 때로는 긍정적이고 때로는 부정적인 자극을 준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한다.
⑩ 금융 시장의 설립
복합적인 금융 시장의 설립은 진정한 경제적 진보를 가져왔다. 이처럼 고도화된 금융체제는 위험의 세계적 분산을 용이하게 만들었고, 보다 많은 모험을 감행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혁신을 확대시킨다.
5. 세계를 관통하는 거대한 부의 흐름에 대한 조감
기 소르망은 문제의 핵심을 의문부호 속에 놓고 거기서 나올 수 있는 여러 입장의 차이와 논쟁거리들을 대비시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럴 때 독자들은 글의 전개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른 시각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문제의 핵심에 점점 가까워진다.
“왜 어떤 나라는 경제 부국이 되었고 어떤 나라는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가?”, “후진국이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독재가 꼭 필요한가?”, “정치체제와 경제체제가 분리된 중국의 자본주의 실험은 과연 성공 가능한 것인가?” 등에서 “20세기 초만 해도 세계 5위의 경제력을 가졌던 아르헨티나가 왜 지금은 겨우 국민소득 5,000달러의 세계 후진 그룹으로 뒤처지게 되었을까?” 하는 해묵은 질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늘 자문하곤 하는 질문들을 가지고 기 소르망은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런 질문들은 매우 산발적이며 지엽적인 것 같지만 돌이켜 보면 매우 보편적인 것들이다. 따라서 그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의 큰 흐름에 접근해 갈 수 있다.
이 책에는 19세기 이후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했던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이름들이 등장한다. 애덤 스미스에서 케인스까지, 밀턴 프리드먼에서 에드워드 프레스콧, 게리 베커, 대런 애서모글루, 에드먼드 펠프스 등에 이르기까지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낯선 학자들의 이론들이 수시로 설명된다. 이들 경제학자들의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은 머리가 아플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이 낯선 경제학자들의 어려운 이론들을 그냥 단편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 핵심적인 논쟁거리를 제시하고 이들 경제학자들의 다양한 관점들을 매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을 세계 경제학자들이 벌이는 토론의 관전자로 만들어준다. 따라서 이 토론에 참여하는 독자들은 낯설고도 멀게만 느껴졌던 근현대 경제학자들의 논리 전개를 선명하게 조감하게 된다.
기 소르망이 신자유주의의 열렬한 옹호자라는 점에서, ‘경제’와 ‘부’의 격차 문제가 늘 첨예한 화두가 되는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은 비판적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에서 기 소르망이 말했듯이 지금은 “자본주의 경제를 비난할 수는 있지만 아무도 자본주의를 부정할 수는 없는 시대”가 되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기 소르망이 제안하는 논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그가 이 책에서 강조하듯이 좋은 경제를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파크 제공]
저자 | 기 소르망
194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소르망은 소르본느 대학에서 문학박사를, 동양어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했고, 파리행정대학원(ENA)를 졸업하였다. 모교의 경제학 초빙교수를 역임하면서 『르 피가로』, 『렉스프레스』, 『월 스트리트 저널』, 『아사히』 등 세계적 언론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세계적 석학이자 21세기 몇 안 되는 지성"으로 불리는 기 소르망은 문명비평가이자 문화충돌 진단 전문가일 뿐 아니라 행정가이자 사업가이다. 세계화 시대의 지성인답게 그는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면서 직접 수집한 자료들을 통해 『세계는 나의 동포』,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들』, 『진보와 그의 적들』, 『자유주의적 해결방법』, 『Made in USA』, 『중국이라는 거짓말』 등 수많은 스테디셀러를 저술하였다. "국제기아해방운동"의 창립 멤버이며, 불로뉴 시의 부시장, 프랑스 총리실 문화정책의 브레인으로 활동하면서 세계적 대학의 초빙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프랑스 지성계에서 기 소르망의 위치는 무척이나 특이하다. 그는 프랑스를 넘어서는 20세기와 21세기의 몇 되지 않는 세계적 지성에 속한다. 그는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대립에 대한 탁월한 분석가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 한 대학의 교수가 아니다. 그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전역을 여행하면서 세계적인 언론에 칼럼을 쓰고, 수많은 대학의 초빙교수를 지내며, 프랑스 총리실 문화정책의 브레인으로 활동하고, 「국제기아해방운동」의 창립 멤버이자 프랑스 불로뉴 시의 부시장이다. 아카데미즘에 매몰되기 싫어하는 소르망은 이처럼 대학, 언론, 정치와 사회생활 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기 소르망은 아일랜드와 영국의 종교적 갈등, 북한과 한국의 이념적 갈등, 이스라엘과 아랍의 역사적 충돌 등 지구촌의 경계지대 구석구석을 방문하고 관찰하고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문명 충돌론’으로 유명한 사뮤엘 헌팅턴과의 논쟁을 비롯해 20세기의 여러 지성들과 대담을 나누고 논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대립적인 사상들을 객관적으로 소개하면서 이를 읽는 독자들 스스로가 논쟁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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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서문 | 경제라는 학문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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