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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냥 읽을거리] 신자유주의와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운동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2. 28. 06:46

 

 

처음 라틴 아메리카 좌파의 현황을 소개하자고 기획했을 때는 아직 IMF 국면이 닥치기 전이었다. 그 당시 기획 의도는, 브라질 노동자당에 대한 소개 이후 우리 관심 바깥으로 밀려난 라틴 아메리카 좌파의 최근 동향을 한 번 살펴보자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굳이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한다면, 한동안 파국론적 변혁이론의 저작권자로서 추앙되던 것과는 정반대로 최근 몇 년간에는 갖가지 개량주의 경향의 동반자로서 치부되어온 라틴 아메리카 좌파를 그 모습 그대로 살펴보자는 의도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내외의 신자유주의 세력들에 대항하여 변혁운동 재구성의 험난한 길을 앞서 걸어가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좌파들의 이야기는 이제 결코 그런 멀리 떨어진 남의 이야기는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들의 앞선 투쟁 경험, 사례들은 참으로 귀중한 우리 미래의 참고자료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여전히 주의해야 할 사항들은 존재한다. 브라질 노동자당을 선거사회주의의 모범으로서 전형화하거나, 사실은 민중운동의 타락에 불과했던 NGO 문화의 창궐을 이 땅의 소위 시민운동들의 동지로서 반기거나 하는 따위의 우경한 시각이 문제인 것처럼, 80년대식의 혁명주의적 선망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도 문제적일 뿐이다. 농민운동이나 무장투쟁에 대한 페트라스의 분석, 미국의 국내 식민지 정도로 전락한 멕시코의 사정 등을 일면적으로 강조하여 우리의 상황에 적용하려고 할 경우 이는 90년대초의 우경화 호들갑만큼이나 일과적인 '호들갑'에 그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주의해서 보아야 할 것은 차라리, 페트라스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자본주의의 새로운 착취, 수탈 형태들, 그 불균등결합발전적 양상이 초래하는 새로운 저항 주체 형성의 효과들, 그리고 그런 효과들에 적극적으로 착목하는 변혁정치의 구성이라는 문제이다. 더 나아간다면, 이전 운동들의 내적 모순들을 의식적으로 극복하면서 탈자본주의적 삶의 세계를 지금 자신들의 운동 안에서 현실화시켜가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기층 투사들의 놀라운 선진성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정당 운동이 기층 대중운동과 유기적인 연관을 가지지 못하거나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국면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전략을 지니지 못할 경우 결국 형편없는 기회주의 세력으로 전락하고만다는 경고 또한 절실하다. 진정한 국제주의의 자원은, 여전히, 어설픈 '론'의 수입이 아니라 일종의 공동의 정치적 상상력일 따름이다.

한편 라틴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서 현재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나라인 멕시코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소개하는 글을 덧붙였는데, 사파티스타에 대한 수많은 글들을 제쳐두고서 멕시코 노동운동과 사파티스타 사이의 역동적 상호교류에 대한 글을 굳이 소개하기로 한 것은 결국 위의 우려들과 연관된다. 흔히 사파티스타 운동만을 따로 떼놓고 그것을 새로운 변혁운동의 전형으로 과장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여기 소개된 글은 오히려 멕시코 전체 변혁운동의 시야에서 사파티스타 운동의 선도성과 새로운 노동계급 운동의 주도성 사이의 결합을 진정한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주목된다(비교적 최근, 즉 1997년 여름에 발표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노동운동 내에서는 그동안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변동사항에 대해서는 본문 안의 역주를 통해 밝혔다).

 

출처 : 삼국지 커뮤니티
글쓴이 : 『형주목』장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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