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치유는 자기인식과정
나는 대학시절 주님을 만났다. 청소년시절이었다면 갈등을 겪을 수도 있었겠지만 날카로운 이성의 시기였기에 만난 감격은 더욱 크고 경이로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만남은 전인격적인 것이었으며 확고한 것이었다. 그 이후 외적으론 한번도 슬럼프를 겪지 않고 현재까지 달려왔다. 적어도 사역과 비전의 측면에선 그렇다. 받은 은혜를 따지자면 말로 형용할 수 없으리라. 문제는 주님을 만난 뒤 생긴 내면의 갈등이었다. 배운 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었다. 기쁨과 감격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무리 기도해도 열등감이 없어지지 않았다. 믿음과 성공은 함수관계가 아니었다. 예수 믿는 것이 곧 자동적인 행복은 아니었다. 큐티(말씀묵상) 를 하는 날은 승리의 삶을 산다는 것도 거짓이었다. 심지어 금식기도를 하고 난 후에도 자기연민과 방황은 없어지지 않았다. 신앙의 선배들의 위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앙과 인격의 괴리, 신앙과 삶의 간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당혹감을 감추고 신앙생활을 오래 동안 해왔다. 그리고 사역자이라는 이름으로 그 갈등을 무마시켜 왔다. 내면의 문제를 선교지향, 사역지향으로 돌리면서 꿋꿋하게 버텨왔다. 주님을 만나고 난 후 처음 이십년 동안 사회적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도 나름대로 주님위해 산다고 생각하며 ‘세계복음화’라는 월드비전에 몰입했었다. 그런데 정말 주님의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어느 순간 내가 점점 어두워져 가고 종교인으로 전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말로는 주님을 이야기하면서 인격의 에너지는 항상 자신을 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인격의 에너지는 자신의 약점이나 콤플렉스가 있는 쪽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 즉 치유되지 않은 방향으로 자아의 중심이 쏠리는 것이다. 사역과 일도 주님중심이 아닌 나 중심이었다. 에너지가 끊임없이 병든 자아를 향하고 있었다. 내가 병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치유의 시작이었다. 그렇다. 내적 치유의 비결은 병든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다.
원주에 가면 토지 문학관이 있다. 소설가이신 박경리 선생님께서 글쟁이들을 위해 지으신 곳이다. 시편23편을 완성시켜야 하는 절박감에 나는 그곳을 찾았다. 기도원에 가면 기도가 잘되고 독서실에 가면 공부가 잘되듯 그곳은 글이 잘 써지는 곳이었다. 도착한 첫날 혹시나 해서 선생님을 뵐 수 있겠느냐고 사무실에 연락을 했더니 한참 후에 면담이 허락되었다. 오래 동안 칩거하고 계시는 분이라 만나시겠다는 연락이 반갑기 그지 없었다. 최근에는 아무도 잘 만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던 터라 더욱 반가웠다.
고풍스런 안방에서의 대화는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정도로 화기애애하고 정이 넘쳤다. 건강에 대해 묻자 선생님은 자신이 15년전에 수술받은 암환자임을 밝혔다. 당시 유방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만 받고 항암치료는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고 있는 것이 놀랍다고 하셨다. 의사들도 혹시 오진이 아니었을까하며 신기해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많은 암환자를 치료해본 나에게는 집히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정색을 하고 말씀드렸다. ‘그것은 오진이 아니고 완치된 것입니다. 선생님같은 분은 암에 걸려도 다시 재발되지 않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시며 그 이유를 물으셨다.
암에 걸리면 일단 자유가 주어집니다. 상황이나 관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끌려가던 삶에서 자기가 주도권을 찾게 됩니다. 그러면 암이 더 이상 자라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암에 걸렸는가를 인식하게 됩니다. 과거를 재해석하게 됩니다. 그 인과관계를 파악하게 됩니다. 암에 걸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실체를 깨닫게 됩니다. 자기인식과정이 시작됩니다. 나무를 보던 눈이 숲을 보게 됩니다. 상황을 초월하여 포괄적인 시각에서 인생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암을 유발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습니다. 암의 재발을 막으려면 과거의 삶에서 돌이키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암이 좋아하는 삶에서 암이 싫어하는 삶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선생님처럼 통찰력과 결단력이 있는 분들은 암이 재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 치유는 처절하게 나의 실체를 깨달을 때 시작된다.
내 문제를 고백하고 나의 병든 영역을 드러내는 것,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의사이신 주님께 나를 맡기는 것이다.
나의 한계를 인정할 때부터 성령의 역사가 내 인격 속에서, 사역 가운데 체험되기 시작한다
ㅡ 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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