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에서부터 웬지 모를 블랙유머(그 유명한 007의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키는, 그런데 많이
황당무개한 스파이가 아닌 많이 사실적인 그걸 보여주겠다고 결심한 듯한)가 느껴지는 주인공
‘제이슨 본’이 3탄으로 돌아왔습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닌 저는 벌써 1, 2 편 내용 다 잊어
버렸는데요. 그래서 당연 전작과 비교할 수 없었고, 그냥 이번에 본 이 영화에 대해서만 말하려
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전작과 여전히 연결점이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후속편임을 드러내니까요. 그건 그렇구요.
저의 이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현실과 비현실이 이 영화처럼 극단적으로 공존하기도 힘
들지 않을까란 겁니다. 무슨 말씀이냐면, 우선 이 영화의 주인공은 타 영화의 스파이처럼 뽐나
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주 많이 현실적으로 보이는 반면, 그의 액션은 가히 비현실의 극치라고도
할 수 있지요. 다른 액션 영화에서처럼 주인공만 기가 막히게 운이 좋은 우연이 계속 이어지거
든요. 그리고 맥가이버처럼 모르는 게 없구, 머리 또한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영화가 감당해야
하는 설정의 극대화란 상황에서 보자면 뭐 이해를 못 하면 안되겠지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이라면 더욱 더 말이지요. ㅎㅎ
또 하나 이 영화는 죽고 사는 문제에 철저한 주인공답게 시답치 않은 애정행각 같은 건 보여주지
않음으로 그 사실성을 높이는 결과를 확실히 보여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찾아가는 주인공이 한가하게 사랑놀음이나 하고 있을 순 없을테니까요. 세월이 가면서
영화의 모든 면이 진화해 나가듯 바로 ‘리얼리티’도 진화했음을 여실히 느꼈지요. 어쩜 그래서
더 이 영화에 흥미를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물론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까칠한 얘기를 해 볼께요. 주인공을 죽이려는 무리들 중에서 특히 그와 똑
같은 위치에 있는 암살자들이 전적으로 그 하나만을 죽이기 위해 호텔에서 죽치고 있는 장면은
설득력으로 보자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는 그것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을 영화의 흐름 상 필
연이라고 여겨야할까요? 그 밖에 그가 너무도 쉽게 미국의 머리들이 모인 ‘CIA’ 건물을 자기집
드나들듯 들어가 기밀서류를 빼 오는 장면 등 몇몇의 ‘옥의 티’ 같은 설정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다이하드 4.0’에 이어 정말 통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으로 가득한 여름용 블락버스터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여름에는 호러물이나 액션이
훨씬 감상하기 좋고, 관객의 입맛에 맞추는 영화사업자도 물론 이 점을 간파했겠지요. 가뜩이나
더운데 골치 아프고, 깊이 생각할 그런 영화는 가급적 피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거든
요. 대신 솔솔 바람이 불어대는 가을이나 추운 겨울에는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해줄 감상적 영화
를 더 찾게 될터이구요.
또 이 영화는 시종 세계가 지구촌이란 걸 촌각을 다투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작비 여간 들어가
지 않았을 것 같은데 물론 충분히 손익계산 끝내고 만든 게 분명하겠고, 수익면에서 볼 때 당연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겠는데 여하튼 세계의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풍광을 화면에 담아냅니다.
풍성한 볼 거리 역시 요즘 영화에선 결코 간과될 수 없는 필수요소가 확실한 듯 하구요. 세계를
누비는 스파이이야기… 어쩐지 ‘더블오우 세븐’을 많이 닮아있습니다. ㅎ 특히 가장 최근의 ‘카
지노 로얄’을 말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외모의 스파이까지… 그런데 그러고 보니 영화 ‘카지노
로얄’이 바로 이 영화 ‘본 시리즈’를 모방한 건가요? 시기적으로 볼 때 그럴 확률이 더 높겠는데
요? 하지만 이건 그냥 저의 단순한 추측일 뿐입니다.^^
정신이 분산될 틈새를 주지 않고 긴박하게 펼쳐지는 고도의 액션을 관람하고 나면 정신차리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죠. 볼 때는 그냥 롤러코스터 위에 앉아있는 듯 긴박감과 흥분만 느끼다가
결국 현실로 돌아오고 나선 약간의 허무감도 느껴지지만 일단 영화 한 편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
지 않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또 어떤 면에선 현실을 벗어던지고 싶은 사람들에겐 딱인 영화가
분명합니다. 그냥 시원하게 영화 한 편 때린다는 의미로 보자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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