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정말 뭐라고 서두를 꺼내야 할 지 모르겠네요. ㅎ
영화 초반부터 엄청난 하이틴 아이들 식의 속어와 욕이 나오면서 우선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전 욕에 일종의 앨러지가 있는 편이라 첨엔 듣기 참 민망했지요. 그런데 이상한 건 시간이 흐르
면서 여전히 귀에 익숙한 건 아니지만 그게 그렇게 비위 거스르지 않는 거 아니겠어요? 왜 그런
가 영화 다 끝나고 생각해 보니까 일단 이 영화는 웃기자고 작정하고 만든 코메디 장르란 걸 미리
알고 영화를 감상했다는 점과 또 하나 주인공들이 밉상들이 아니여서 내가 좀 너그러워진 게 아
닐까란 추측을 해 보게 되었답니다.
일단 이 영화 보면서 무척 여러 번 포복절도할만큼 웃었습니다. 아들 또래의 아이들이 벌이는
‘여자사냥’에 대한 눈물겨운 혈전(정말 피(?)도 나오고요. ㅎ 죽을뻔한 고비도 넘긴답니다.)을
보면서 속으로 ‘우리 아들들도 저 지경으로 거기(?)에 목숨 걸까?’ 하는, 왜 그런 동류의식에 대
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과 거기에 따라 오는 애처로운 마음 있잖아요. 그런 게 너무도 짙게 느껴
졌지요. 그만한 나이의 아들이 하나도 아니고 둘 씩이나 되니까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래서 인 듯 합니다. 원래 영어로 말하자면 ‘스투핏’하게 웃고 말 그런 영화로 어차피
한 바탕 신나게 웃어보자 작심하고 본 영화이긴 하지만 그 내용에 별 상관없이 나오는 주인공들
의 그런 서투름과 자신의 서투름을 감추려고 읊어대는 끊임없는 욕지거리까지 귀여워 보이면서
‘아! 누구나 다 저렇게 철없이 우쭐대면서 X인지, 된장인지 구별 못 할 때가 있는 거지~’ ‘ 하고
마냥 너그럽게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란 미남, 미녀가 쭉쭉빵빵한 모습으로 화면을 가득 채워 우리들의 대리만족감을 채워
주는 맛도 대단하지만 웬지 어리석어 보이고 현실감 있는 평범한 얼굴들이 희비와 애환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 또한 지극히 감동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게 되었답니다. 주인공들이 너무도 평
범한 외모에 어찌 보면 평균에도 미달된다고 보여질만큼 인물 별로거든요. ㅎ 그래서인지 영화
내용 어찌보면 조금 황당하고 어이없기도 한데 그들의 좌충우돌기가 꽤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게다가 실컷 웃게 만들어 놓고, 때론 정말 지나치다 싶을만큼 현실감 결여인 듯 보이다가도 또 찐
한 감동까진 아니지만 울컥하는 맘으로 우리를 밀어넣는 걸 보면 역시 영화 만드는 사람들 정확
히 관객들의 심중을 꿰뚫을 줄 아는 요령을 익힌 듯도 보입니다. 결국 인간적인 것 앞에서 우리
모두는 약해질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으니까요.
아마 그 이유가 얼핏 보기에 특별할 거라 할 수 없는 세 명의 틴에이지들의 어설픈 고군분투기
영화를 몇 주 이상 시쳇말로 ‘뜨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거죠. 이런 류(?)의 영화가 처
음도 아닌데 말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의 영화 중 ‘어메리칸 파이’처럼 너무 지나쳐(주로 성적인
묘사에서) 눈쌀을 지푸리게 하는 것도 아니고, 두리뭉실하고 귀염스러운 주인공들이 애쓰는 모
습에서 그렇게 억지스럽지 않은 진실을 엿볼 수 있게 만든 거요.
다만, 주인공들의 무용담과 우왕좌왕은 그런대로 이해해(?) 줄만한 것에 반해 두 명의 경찰들의
행각은 이 영화를 다운그레이드 시킨 확실한 ‘질 낮은’ 코메디란 생각을 했습니다. 경찰들을 그
지경으로 타락시키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미국이란 나라 정말 대단하네!란 생각
까지 했을 정도이니까 말입니다. 그 경찰들은 너무 도가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도 우습지
않았고, 잘 나가던 영화에 이게 웬 고추가루?? 이런 심정였다면 제 맘 이해 되실라나요? 정말
이 영화 마음에 들었고 까칠하고 싶진 않지만 이 부분이 확실한 이 영화의 ‘옥의 티’ 맞구요. 시
간까지 짧지도 않고 넘 길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전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이 보러 간다고 하면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가서 보면서 실컷 웃고 와! 그러고 나면 뭔가 가슴 한 켠이 찡해지는 걸 경험할 걸?
다 그렇게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니까~” 이렇게 말하면서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쩜
이 영화는 아이들보다는 부모님들이 더 봐야할 영화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예전의
나의 어린 시절도 회상하면서 자식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자신은 옛날
모범생에다가 실수 한 번 안하고 살았던 것처럼 시치미 똑 떼고 있는 그런 부모님들에게 좋은
각성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죠.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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