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하 1집 - 사랑하기 때문에 : 우리들의 사랑 / 가리워진 길 (1987)
서울음반 (SPDR-070) | 1987-08
Disc 1
1. 우리들의 사랑
2. 그대 내 품에
3. 텅빈 오늘밤
4.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5. MINUET (경음악)Disc 2
6. 가리워진 길
7. 지난날
8. 우울한 편지
9. 사랑하기 때문에
10. 정화의 노래 (건전가요)
※ 가슴네트워크, 경향신문 공동기획
‘가슴네트워크 선정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2위
(가슴에서는 매주 월요일/목요일, 경향신문에서는 매주 목요일 1~100위 음반리뷰를 순차적으로 올립니다. 총50주 동안 연재할 예정이고, 32명의 필자가 참여합니다.
*별점은 해당 필자의 의견이 아니라 가슴에서 일률적으로 매긴 평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인 1987년 여름, 이 앨범이 발표되었을 때 음악계 종사자들은 일대 경이의 시선을 보낸다. 앨범의 주인이 작사 작곡을 다했다는 점보다는 그 옆의 ‘편곡’까지 혼자 전부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거기에는 나중 발라드의 제왕이 될 신승훈도 끼어 있었다. “아, 모든 작업을 혼자서 다하다니...”
멜로디와 가사를 쓰는 것을 넘어 그 평면적인 악보를 우리가 듣는 완성된 곡으로 만드는 작업인 편곡은 모든 과정이 분업화되어있던 당시 관습으로는 뮤지션들에게 넘지 못할 벽이었고, 따라서 그들의 꿈과도 같은 것이었다. 유재하의 이 앨범은 국내 대중음악 사상 처음으로 음악가가 꿈꾸는 음악적 자주(自主)의 완전 실현을 일궈낸 기념비적 성과물이다.
음악가의 상상력을 앨범이라는 실체로 온전히 꾸려내는 작업은 아무나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양대 음대 작곡과를 전공, 클래식의 화성학을 터득하고 갖가지 악기들의 음색을 관할할 수 있는 유재하의 비범한 재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대학 재학시절에 이미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만이 속하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키보드 주자로 활약했다. 이런 인연으로 조용필은 유재하가 쓴 <사랑하기 때문에>를 취입하게 된다.
그는 피아노는 말할 것도 없고,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 대다수의 악기를 마스터한 멀티 플레이어였다. 앨범 중간에 연주곡으로 수록한 <미뉴에트> 한 곡만으로 그의 독자적 음악영토와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들의 사랑><그대 내 품에><가리워진 길><지난 날> 등 수록곡 전반에 다양하고 까다로운 화성이 구사되고 곳곳에 지금도 놀랄 음악적 장치와 아이디어들이 숨어 있다. 마치 보물찾기의 유혹을 자극한다.
음악은 모든 게 달랐다. 멜로디는 재래식 방식과 완전히 유리되었고, 가요의 히트기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통속성과도 작별했다. 처음 듣는 선율패턴을 전하는 유재하의 노래도 생경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관계자들마저도 “가수의 노래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곡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것이 국내 대중음악의 새로운 시작이자 도약이라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는 이를 “한국의 대중음악은 유재하 이전과 유재하 이후로 나뉜다.”고 표현했다.
유재하가 음악계에 남긴 자취는 1989년부터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열려 유희열, 조규찬, 심현보 등 영향을 받은 음악인재들이 속출했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자연스럽게 ‘유재하사단’이라는 수식도 등장했다. 상기한 인물들은 물론, 유영석, 한동준, 김광진, 김동율 등 많은 후배 음악가들이 그의 음악을 숭배했다. 아마도 역사적으로 우리 음악가의 이름 뒤에 사단이란 거창한 말이 붙은 사람은 신중현과 유재하 밖에 없을 것이다.
유재하와 함께 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멜로디와 모양새의 대중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앨범이 나온 지 3개월이 채 안된 1987년 11월1일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그의 불우를 대가로 우리는 과분한 영광을 얻은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에게도 역사의 보상이 축적되었다. 아니, 사망한 날짜에 벌써 그는 대중음악의 전설로 비상했다. 유재하와의 관계를 숙명으로 여겼다는 신승훈은 정확히 3년 뒤인 1990년 11월1일에 데뷔한다. (임진모/음악평론가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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