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42위 - 신촌블루스 [신촌 Blues] (1988/지구레코드)

 

엄인호(g, v), 이정선(g, v, har), 윤명운(g, har), 정태국(d), BeBot(d), 김영진(b), 김동성(key), 강승용(sax), 박인수(v), 한영애(v), 정서용(v)

[Side A]
1. 그대없는 거리
2. 오늘 같은 밤
3. 나그네의 옛이야기
4. 한밤중에

[Side B]
1. 아쉬움
2. 봄비
3. 바닷가에 선들
4. 바람인가

 

 

※ 가슴네트워크, 경향신문 공동기획
‘가슴네트워크 선정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42위
(가슴네트워크, 경향신문에서는 매주 목요일 1~100위 음반리뷰를 순차적으로 올립니다. 총50주 동안 연재할 예정이고, 32명의 필자가 참여합니다.)

신촌블루스를 떠올리면 이정선, 엄인호, 한영애, 김현식과 같은 80년대 핵심적인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이 떠오른다. 이들 중 이정선, 한영애는 70년대 초반의 한대수, 김민기 등 모던포크 계열의 뮤지션들보다 시기적으로 조금 늦게 활동을 시작했고, 음악적인 성향이 달라서 활동 영역이 구분되었다. 그리고 1975년 [고무신] 이후 모던포크 계열 뮤지션들의 활동이 주춤한 시기에 이들은 솔로 활동과 해바라기 활동을 병행했고, 이정선은 엄인호, 이광조와 함께 풍선(1979) 활동을 했으며, 김현식은 1980년에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이후 이정선은 지속적으로 솔로 앨범들을 발표했고, 엄인호도 자신의 밴드인 장끼들 1집(1982), 비공식 솔로 1집(1985)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휴지기’ 성격이 강했다. 이는 들국화가 1985년에 데뷔 앨범을 발표하기 전에 한국 대중음악 전체가 ‘정중동’ 상태에 머물고 있었던 것과 그 괘를 같이 했다고 볼 수 있다.

솔로 앨범 발표 후 잠시 쉬고 있던 엄인호는 우연한 기회에 신촌에 있는 ‘레드 제플린’이란 카페를 인수하게 되었는데, 이 때 이정선, 한영애 등과 여기서 블루스 연주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블루스 공연을 한 것이 1986년 4월이었다. 당시는 신촌블루스라는 이름도 없었고, ‘밴드’라는 개념보다는 일군의 블루스를 좋아했던 뮤지션들의 동호회 성격이었다. 그런데 블루스 공연을 할 때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여기서 힘을 얻은 그들은 수차례의 정식 공연 끝에 1988년에 본 앨범을 발표하게 되었다.

엄인호는 팀명을 지은 배경에 대해서 “80년대의 신촌은 상당히 자유로운 느낌의 곳이었다. 싸구려 막걸리집,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카페, 연세대 뒷산․서강대 잔디밭 등 연습하기 좋은 장소가 많았다. 그런 이유로 ‘신촌’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또한 모두가 블루스를 좋아하고, 블루스를 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블루스’를 붙였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신촌블루스 1집 발표 이전부터 이들의 활동은 이미 ‘블루스’에 경도된 흔적이 나타난다. 우리가 흔히 포크 뮤지션으로 알고 있는 이정선은 1985년에 블루스록의 명반인 [30대]를 발표했고, 한영애는 정규 1집(1986)에서 김현식은 2집(1984)에서 블수스 색채의 노래들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엄인호는 이전부터 블루스 뮤지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 30대에 접어든 이들은 신촌블루스 결성 전에 이미 밴드를 결성할 공통분모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고, 이는 시대적인 요구였을지 모른다.

한영애의 카리스마가 빛나는 <그대 없는 거리>로 시작하여 역시 그녀의 <바람인가>로 끝나는 본 앨범은 엄인호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엄인호를 위한 앨범이었다. 70년대 중반 부산에서 음악다방 DJ를 하면서 ‘히피’ 같이 살았다는 엄인호는 어떤 계기에 의해서 “음악을 하고 싶기 때문에 곡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때가 1978년경이고, 당시 만든 노래들이 본 앨범에 수록된 <아쉬움><바람인가>이고, 2집에서 김현식이 부른 <골목길>이었다.

이 음반은 사실 그들이 라이브에서 보여준 강렬한 맛은 떨어지고, 너무 정제된 연주의 음반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정확히 말하면 초기 사운드의 양대 축을 형성한 이정선과 엄인호가 절충적으로 만든 음반이었기 때문이다. 정통 블루스를 하려했던 이정선의 <Overnight Blues><바닷가에 선들>과 가요에 블루스를 접목하려 했던 엄인호의 <그대 없는 거리><아쉬움>이 같은 앨범에 수록되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노래 하나하나를 놓고 본다면 상당히 뛰어난 앨범임에 분명하고, 박인수가 다시 부른 신중현의 <봄비>도 멋있는 곡이다.

지금 생각했을 때 이 음반의 경이로운 점은, ‘30대’ ‘언더그라운드’ ‘블루스록’ 밴드의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수십만장이 팔렸다는 사실이다. 당시는 뮤지션을 음악으로 평가하는 음악수용자들이 무척 많았거나, 음악수용자들에게 음악으로 승부하는 음반제작 풍토가 존재했던 것 같다. 뮤지션들에게는 무척이나 좋았던 시절이었다. (박준흠/가슴네트워크 대표 gaseum.co.kr)

출처 : 나의 즐거움

글쓴이 : 놈팽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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