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잘 파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잘 팔리는 책’으로 전화(轉化)된 영어. 1897년 미국의 월간 문예잡지 [북맨(Bookman)]이 전국적으로 잘 팔리는 서적을 조사ㆍ발표하였다. 당시에는 ‘베스트 셀링 북스(best selling books)’라고 하였던 것이 ‘베스트 셀러’라고 불리고, 점차적으로 전세계에 보급되어 1920년대에는 국제어(國際語)로 정착되었다. 처음에는 서적에 국한된 말이었으나, 이윽고 다른 상품에까지 사용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8ㆍ15광복 후부터 사용하게 되었다.
유사 이래의 베스트 셀러는 성서(聖書)라고 하지만 통계는 없고, 미국에서는 <스폭 박사의 육아서>가 1900만 부(1946)로 톱을 차지한다. 종래에는 독자의 자연스러운 선택이 베스트 셀러를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최근에 와서는 독서의 경향과 시장조사, 대규모적인 선전이 베스트 셀러를 만들어낸다.
【개요】
일정기간 동일 종류의 책 가운데 가장 잘 팔리는 책. 대중의 문학적인 취향 및 평가의 지침으로서 활용된다. 1895년에 창간된 미국의 문예비평지 [북맨(Bookman)]이 세계 최초로 창간 당해부터 베스트셀러 목록을 작성하여 게재했는데, 이 목록은 전국에 있는 서점의 서적판매기록을 집대성하여 편집한 것이었다.
유사한 목록들이 여타의 문예잡지와 대도시의 신문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권위가 있다고 여겨지는 베스트셀러 목록은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지(誌)와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지의 목록으로 이러한 관행은 미국에서부터 다른 나라로 퍼져나갔다. 일반적으로 영국에서 가장 권위있다고 여겨지는 목록은 런던의 [선데이 타임스(The Sunday Times)]의 것으로 [북셀러(Bookseller)]지에 전재된다. 이러한 목록들은 출판업자와 서적판매상들에게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어왔다. 베스트셀러는 그 목록의 발간 초기부터 비평가들과 일반대중 사이에서 문학적인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왔는데 이러한 사고 경향은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대중문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 가운데는 성(性)이나 선정적인 내용을 다룬 책 이외에도 종교적인 영감을 주거나, 자아발전에 관계된 책, 낭만적인 준역사(準歷史) 소설이 모두 포함되어져 있다는 점을 들어 베스트셀러에 대한 편견에 항변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 성서, 우편판매와 북 클럽(book club)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보통 베스트셀러 목록을 작성할 때 제외된다. 영어 생활권에서 전천후 베스트셀러는 성서로 그 어느 책도 성서의 판매에 필적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마거릿 미첼의 미국 남북전쟁과 전후 복구기간 동안의 남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1936)가 미국에서 1895년 이후 한동안 성서의 판매를 앞지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천후 판매실적을 올린, 찰스 셀던의 <계단에서(In His Steps)>(1897년 이래 800만 부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 로이드 C. 더글라스의 <의상(The Robe)>(1942), 헨리 모턴 로빈슨의 <추기경(The Cardinal)>(1950)과 같은 책들을 보면 종교적 주제를 다룬 책들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데일 카네기의 <친구를 사귀고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1937), 벤저민 스폭의 <육아전서(The Common Sense Book of Baby and Child Care)>(1946), 토머스 해리스의 <우리 모두 괜찮아(I'm O.K.,You're O.K)>(1969)와 같이 자아발전이나 자기수양에 관계된 책들이 미국 독자들에게 널리 인기가 있었다. 1930년대말부터 종이표지 책들이 대량 출간되면서 종이표지 책 베스트셀러가 따로 분류되어 선정되고 있다.
이외에도 커다란 성공을 거둔 분야로는 요리책과 소설과 비소설을 막론한 범죄ㆍ수사물을 들 수 있다. 전자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예는 <가정 및 야외 요리전집(Better Homes and Gardens Cook Book)>을 들 수 있는데 1930년 이래로 1,800만 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자의 예로는 마리오 푸조의 <대부(The Godfather)>(1969)와 칼 번스타인과 로버트 우드워드의 <모든 대통령의 부하들(All the President's Men)>(1974) 등이다. 이전에는 검열에 걸리거나 금기시되어 윤리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던 성문제나 그에 관계된 적나라한 묘사도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인정되고 있다. 그 결과 재클린 수잔의 소설 <인형의 계곡(Valley of the Dolls)>(1966)과 데이비드 루벤의 <알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던 성에 관한 모든 것(Everything You Always Wanted to Know about Sex but Were Afraid to Ask)>이 둘 다 전천후 베스트셀러에서 최상위 20위 안에 포함되었다.
【한국의 베스트셀러】
한국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은 보통 대형 서점에서 작성되는데, 교보문고와 종로서적에서 매주 또는 매월 단위로 발간되는 목록이 가장 권위있는 베스트셀러 목록으로 여겨진다. 이들 목록은 보통 소설, 수필, 비소설,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아동, 종교 등으로 분류되어 매장이나 북 클럽 팜플렛 등에 게재된다.
베스트셀러는 그 특성상 대체로 시기적 변동이 크며, 시나 수필류 또는 인문ㆍ사회ㆍ자연 과학류의 책보다는 '소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다. 예를 들면 5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정비석의 화제작 <자유부인>(1954)이나 70년대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1973) 등도 바로 소설들이다. 이에 반해 몇몇 분야는 거의 전천후 베스트셀러에 속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성서와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참고서들인데, 참고서가 베스트셀러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특수한 교육문화적인 환경 때문이다.
1960, 1970년대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크게 발전하기 시작한 한국의 출판시장은 1980년대 이후로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했는데, 이러한 출판시장의 성장은 베스트셀러들의 평균 판매 부수도 크게 증가시켰다. 단행본의 경우 보통 2만 부 이상이면 베스트셀러로 간주하는데, 최근에는 소위 '밀리언셀러'(millionseller)라고 하는 100만 부 이상을 상회하는 베스트셀러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정비석의 <소설 손자병법>(1983), 김홍신의 <인간시장>(1981∼89), 조정래의 장편소설 <태백산맥>(1983∼89)과 기업인으로서 자신의 입지전적인 삶을 그린 김우중의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김우중의 책은 소설이 아닌 비소설분야로 밀리언셀러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전10권으로 된 <태백산맥>은 최근 역사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와 소설의 장편화 경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실례이다.
1960, 1970, 1980년대를 통해 지식인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기타 사회문제를 다룬 사회소설도 꾸준한 인기를 누렸는데, 최인훈의 <광장>(1961),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1979) 등을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1986), 서정윤의 <홀로서기>(1987)와 같은 시집도 소설류 못지않은 높은 판매실적을 기록해 시집으로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밖에도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1990), 이재운의 <소설 토정비결>(1991), 황인경의 <소설 목민심서>(1992)와 같이 역사 속의 출중했던 인물들의 일대기를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들이 최근 베스트셀러의 한 유형이다.
---------------------------------
<비등단(非登壇) 작가 베스트 셀러> - [중앙일보](1996. 6. 30)
어렸을 때, 지금은 찾아보기조차 힘든 [자유공론]이나 [새농민] 등의 잡지에 실렸던 <안나카레리나>나 <에덴의 동쪽>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의 다른 편에서 나를 더 강렬하게 사로잡았던 것은 지금처럼 ‘옐로 페이퍼’를 쉽게 접할 수 없던 시절 그와 거의 맞먹는 호기심으로 읽은 수많은 무협지와 애정소설들이다. 그 유명한 김래성(金來成)의 소설 <청춘극장>과 <벌레 먹은 장미>를 읽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대부분 뻔한 결말과 지극히 단순한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그 읽을거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노리는 행복과 사랑과 화해의 실체가 가짜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나를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이상한 마력을 발휘했다.
대체로 베스트셀러 작품들이 보여주는 특징 중 하나는 인간의 보편적 약점이나 호기심을 직접적으로 자극한다는 점이다. 처음 몇 장만 읽으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단박 알 수 있는 단순한 내용과 구조, 감정에의 직선적 호소, 근본적으로 존재론적 불안을 안고 있는 대중의 마음을 교양 욕구와 지적 호기심으로 보상하려는 것 등이 그렇다.
해방 후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품들이 명멸해 갔다. 이 베스트셀러의 작가들 중에는 문단 등단절차를 밟은 이른바 ‘제도권 문인’보다 ‘비제도권 문인’들이 많다. 때문에 평단에서도 논의의 대상에서 대개 배제된다.
김래성의 <청춘극장>과 <벌레 먹은 장미>는 6ㆍ25를 겪으면서 읽을거리가 거의 없던 시절 청ㆍ장년층, 심지어 중ㆍ고생층까지 광범하게 파고든 소설이다. 50년대 풍속을 상징적으로 재현한 정비석(鄭飛石)의 <자유부인>이 지식층을 파고들며 ‘공식적으로’ 화제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면 <청춘극장>과 <벌레 먹은 장미>는 입에서 입을 통해 암암리에 읽혔다. 그러면서 성에 눈뜨게 해 연애학 지침서 구실까지 해냈다.
60년대 들어서면 박계형(朴啓馨)의 장편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을 꼽을 수 있다. 64년 21세의 꽃다운 나이에 박씨를 동양라디오 현상문예 당선자로 만든 이 작품은 66년 출간돼 독서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 소설이 당시 많은 독자를 끌어들인 이유는 교양체험 이상의 사회적 일탈의 정서에 대한 폭넓은 교감을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사회적 일탈의 이야기에 대한 집착은 거의 성적 집착과 맞먹는다. 대중적 베스트셀러들은 바로 그 점을 파고든다.
때문에 베스트셀러의 등장에는 ‘우연의 필연’이라 할 반시대적ㆍ반문화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어야 한다. 그 시대가 바로 70년대다. 경제개발 최우선 정책과 유신으로 넘어가는 독재는 <별들의 고향>이나 <영자의 전성시대>에 나오는 경아나 영자 같은 수많은 술집여자를 만들어냈다. 억눌린 말과 답답한 마음을 후련하게 풀 수 없을 때 술집에서 실컷 취하고 그 여자들과 어울리던 것과 같이 독자들은 그러한 소설 속으로 빠져들었다.
70년대 들어 대중문학ㆍ상업문학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또 한국적 자본주의 발전의 영향이 컸다. 서서히 붕괴돼가는 농촌과 상대적으로 급증한 도시빈민의 유입은 그 시대 소설가들이 당면한 고통스럽고 절실한 문제였지만, 그런 소설들은 읽히지 않고 대중과 영합하는 상업적 소설만 읽혔다. 솔직히 필자는 70년대 이른바 제도권 문인들의 베스트셀러와 비제도권 문인들의 그것들을 주제적 측면에서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단지 제도권 문인들의 문장과 구성이 좀더 세련됐을 뿐이다. 70년대에는 비등단 문인들이 베스트셀러 작가군에 거의 낄 수 없었다. 본격작가들이 대중 지향적 작품으로 독서시장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5ㆍ18로 열린 80년대에는 대중의 정서를 바꿔놓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으나 감정에 직선적으로 호소하는 제도권 작품들이 여전히 베스트셀러 행진을 했다. 독자들이 김홍신(金洪信)의 <인간시장>을 통해 폭력과 군사문화에 억압된 감정을 대리로 푸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본격문인들의 대중문학 지향성이 일단 진정되고 또 진보적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이 쇠퇴하기 시작한 80년대 후반 들어 비제도권 문학이 베스트셀러로 속속 진입하게 된다. 이해인(李海仁) 수녀의 맑고 잔잔한 감성시집 <민들레의 영토>가 베스트셀러로 나서더니 이내 무명시인들의 낙서 같은 시집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또 김정빈씨의 <단>을 시작으로 이은성(李恩成)씨의 <소설 동의보감>, 이재운(李載雲) 씨의 <소설 토정비결>, 황인경씨의 <소설 목민심서> 등 ‘이상한 역사교양적 읽을거리’가 ‘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1백만 부 단위로 팔리며 기세를 펴기 시작하며 90년대 비제도권의 본격 상업 문학시대를 맞게 된다. 이러한 추세를 타고 90년 대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은 4백만권 이상 나간 김진명(金辰明)씨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무명의 김씨는 막대한 인세와 함께 슈퍼셀러 작가로서의 유명세를 타고 국회의원후보로까지 진출했었다. 문학이 걷잡을 수 없이 상업성으로 휘말려들고 있는 이 때 이제 더 이상 제도권ㆍ비제도권 등 문단의 양분은 효력을 잃은 것 같다. 소위 본격문학ㆍ순수문학을 하는 문인들은 이제 독서시장 밖으로 밀려나 비제도권 문인들이 문학의 이름으로 독자를 석권하는 상황을 넋 놓고 바라보는 형국이 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이제 등단문인ㆍ비등단문인의 구분을 떠나 무엇이 문학이냐, 아니냐 하는 고전적 명제를 놓고 전면적 싸움을 벌여야 한다. 문학의 이름으로 더 이상 독자, 나아가 사회와 인간성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건국 후 50년간 베스트 셀러> - 한국출판연구소(1998)
【베스트셀러 순위】
▶<1948년에 가장 많이 팔린 책> 김구 : <백범일지>
▶<한국 출판사상 처음으로 10만 부 넘게 팔린 책> 정비석 : <자유부인>(1954. 14만부)
▶<50만 부 넘게 팔린 책> 최인호 : <별들의 고향>(1974. 70만부 돌파)
▶<1백만부 이상 팔린 책>
김홍신 : <인간 시장>(1982.총20권, 최초 돌파)
양귀자 : <천년의 사랑>
유홍준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김정현 : <아버지>
조안리 : <사랑과 성공은 기다리지 않는다>
전여옥 : <일본은 없다>
김우중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1989)
이인화 : <영원한 제국>
위기철 : <반갑다 논리야>(1993)
황인경 : <소설 목민심서>
이은성 : <소설 동의보감>
이재운 : <소설 토정비결>
▶<단행본 1권 1백만부 이상 팔린 책>
김진명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1994.총3권, 4백만부)
▶<가장 많이 필린 필자> : 이문열(1천만부), 조정래(9백만부), 김진명(6백만부)
▶<2종 이상의 베스트셀러를 낸 출판사>
[정음사], [신태양사], [김영사] ,[민음사], [현암사], [문학과 지성사]
【건국 이후 베스트셀러 50선】 - 연대순
김구 : <백범일지>(1948.국사원)
유진오 : <고난의 90일>(1949.수도문화사)
권덕규 : <조선역사>(1950.정음사)
藤原貞 : <내가 넘은 삼팔선>(1951.수도문화)
김소운 : <마이동풍수첩>(1952.고려서적)
최현배 : <우리 말본>(1953.정음사)
정비석 : <자유부인>(1954.정음사)
김래성 : <청춘극장>(1955.청운사)
한하운 : <보리피리>(1956.인간사)
이희승 : <벙어리 냉가슴>(1957.일조각)
파스테르나크: <의사 지바고>(1958.여원사)
홍성유 : <비극은 없다>(1959.신태양사)
이어령 : <지성의 오솔길>(1960.동양출판사)
최인훈 : <광장>(1961.정향사)
石坂洋次郞: <가정교사>(1962.문광사)
박경리 : <김약국의 딸들>(1963.을유문화사)
이윤복 :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4.신태양사)
전혜린 :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1965.중앙출판)
三浦凌子: <빙점(氷點)>(1966.한국정경사)
이어령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때>(1967.현암사)
川端康成 : <설국(雪國)>(1968.동민문화사)
카프카 : <성>(1969.삼중당)
안병욱 : <아름다운 창조>(1970.삼육출판)
정연희 : <告罪>(1971.중앙출판)
박대인 : <감과 겨울과 한국인>(1972.범서출판)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1973.문예출판)
최인호 : <별들의 고향>(1974.예문관)
시몬드 보봐르: <위기의 여자>(1975.정우사)
이청준 : <당신들의 천국>(1976.문학과 지성)
한수산 : <부초(浮草)>(1977.민음사)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문학과지성)
임국희, 최양묵: <바구니에 가득찬 행복>(1979.전예원)
김성동 : <만다라>(1980.한국문학사)
황석영 : <어둠의 자식들>(1981.현암사)
김홍신 : <인간시장>(1982.행림출판)
버스카글리아: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1983.김영사)
정비석 : <소설 손자병법>(1984.고려원)
김정빈 : <단(丹)>(1985.정신세계사)
유안진 :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1986.현대문학사)
이문열 : <사람의 아들>(1987.민음사)
서정윤 : <홀로서기>(1988.청하)
김우중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1989.김영사)
박완서 :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90.삼진)
오쇼 라즈니쉬: <배꼽>(1991.장원)
그라시안 : <세상을 보는 지혜>(1992.둥지)
위기철 : <반갑다 논리야>(1993.사계절)
김진명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1994.해냄)
이명박 : <신화는 없다>(1995.김영사)
쥐스킨트: <좀머씨 이야기>(1996.열린책들)
캔필드:<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1997.이레)
【베스트 셀러(best-seller) 작가들】
▶1950년대 이전
이광수 : <무정>
한용운 : <님의 침묵>
심훈 : <상록수>
박계주 : <순애보(殉愛譜)>
이광수 : <춘원춘란지절(春園春蘭之節)>
김구 : <백범일지(白凡逸志)>
최현배 : <우리말본>
한글학회 : <큰사전>
정비석 : <자유부인>
조흔파 : <얄개전>
을유문화사간 : <한국동란>
김래성 : <청춘극장>
▶1960년대
이어령 : <흙속에 저 바람속에>
김용제 : <김삿갓 방랑기>
이윤복 : <저 하늘에도 슬픔이>
유주현 : <조선총독부>
유치환(이영도 편) :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헤르만 헤세 : <데미안>
전혜린 :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최희숙 : <슬픔은 강물처럼>
▶1970년대
최인호 : <별들의 고향>
한수산 : <부초(浮草)>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문열 : <사람의 아들>
미카엘 엔데 : <모모>
생떽쥐베리 : <어린 왕자>
황석영 : <어둠의 자식들>
이동철 : <꼬방동네 사람들>
조선작 : <영자의 전성시대>
김성동 : <만다라>
에리히 프롬 : <소유냐 삶(존재)이냐>
▶1980년대
김홍신 : <인간시장>
이문열 : <젊은 날의 초상>
박경리 : <토지>
황석영 : <장길산>
조정래 : <태백산맥>
서정윤 : <홀로서기>
이해인 :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도종환 : <접시꽃 당신>
김정빈 : <단(丹)>
정비석 : <소설 손자병법>
바스콘셀로스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크리슈나무르티 : <자기로부터의 혁명>
이시형 : <배짱으로 삽시다>
▶1990년대
☆<종합>
허수경 : <미소 한 잔 눈물 두 스푼>
윤후명 외 : <하얀배>(문학사상사)
김영희 : <밤새 훌쩍 크는 아이들>(시공사)
홍세화 :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창작과 비평사)
이정하 :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푸른숲)
김정일 :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푸른숲)
공지영 : <고등어>(웅진출판)
로버트 제임스 월러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시공사)
임채성 외 : <컴퓨터 길라잡이>(정보문화사)
이광훈 : <전원주택 나도 주인이 될 수 있다>(살림)
☆<인문>
마빈 해리스 : <작은 인간>(민음사)
유홍준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창작과 비평사)
송두율 : <역사는 끝났는가>(당대)
안경환 : <법과 문학 사이>(까치)
데이비드 부스 : <욕망의 진화>(백년도서)
교양국사연구회 : <이야기 한국사>(청아출판사)
베네딕트 : <국화와 칼>(을유문화사)
윤태영 외 : <조선왕조 오백년 야사>(청아출판사)
마빈 해리스 : <식인과 제왕>(한길사)
신영훈 : <절로 가는 마음2>(책만드는 집)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 셀러> - 한기호(동아일보. 2000. 4. 1)
최근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 1위는 <성경>이다. 2위는 <스포크박사의 육아전서>다. 3위는 미국의 대공황기인 1936년에 등장한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다.
한국 현대사에서 1920년이래 80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의 양은 얼마나 될까? 대형 베스트셀러라 할지라도 1960년대 이전에는 3만부 내외, 대중 독자군의 출현을 처음 알린 <별들의 고향>(최인호)이 등장한 1970년대에는 10만부에 불과하던 것이 1980년 <인간시장>(김홍신)이 단기간에 밀리언셀러로 등극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 이후에는 한 해에도 몇 권씩의 밀리언셀러가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낱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 실용서인 크라운 출판사의 <자동차 운전면허 예상문제집>이다. 24년간 운전면허 시험을 본 사람의 70% 이상이 보았을 것으로 보아 1000만권 이상이 팔려 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다른 출판사의 문제집까지 합하면 2000만권이 넘게 팔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10권으로 된 <삼국지>(이문열)의 판매기록 1150만부의 2배 가까이 되는 기록이다.
2위는 매년말 [명문당], [남산당] 등 여러 출판사에서 어김없이 출간하는 <대한민력>이다. 이 책은 많은 가정에서 매년 반복 구매하는 거의 유일한 책이다. 그 다음이 <일반상식>. 지금은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80년대만 해도 고졸 이상의 취업자는 <일반상식> 한 권은 의무적으로 구입하다시피 했다.
이러한 실용서나 학습참고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추정되는 것은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다.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줄 아는 동심의 눈에 비친 어른의 허위의식을 잘 드러낸 이 책은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잘 맞는 교양 성장소설로 자리잡았다. 단행본으로는 1972년에 처음 나온 [문예출판사] 것만도 120만 권이 팔려나가는 등 모두 600만 권이 팔려나갔다. 100여 출판사 이상에 의해 중복 출간된 것도 한국 출판사상 최고의 기록. 이 책은 지금도 매년 태어나는 60만 명의 어린이 중 3분의 1인 20만 명에게 읽혀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 책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들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이솝의 <이솝이야기>,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등이다. 이 책들은 한결같이 교양 성장소설이며 중복 출판이 이뤄졌다. 모두 300만∼500만부가 팔려 나갔다.
한 출판사에서 한 종으로 발간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아침나라]에서 발간한 <세상을 보는 지혜>(발타자르 그라시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정받는 삶의 지혜에 대한 명구들을 모아 놓은 이 책은 '소중한 사람 앞에 놓아주고 싶은 책'이라는 일관된 광고 카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대형서점 114연속 베스트셀러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240만부나 팔렸다.
다음으로 <아버지>(김정현), <무소유>(법정),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석용산), <배꼽>(오쇼 라즈니쉬)의 순이다.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당대 아버지들의 초상을 그린 <아버지>는 정보혁명이 시작되던 1966년에 등장해 6개월만에 200만권 판매를 돌파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1976년에 300원 정가의 문고판으로 등장한 <무소유>는 4반세기 가까이 대중의 정신적 허기를 채워주며 180만 권이 팔렸다.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는 150만부, <배꼽>은 140만부를 기록했다.
인문서로서 최대의 반응을 일으킨 것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다. 의미 있는 여행의 길잡이를 자처하고 나선 이 책은 '답사'라는 여행문화를 새롭게 정착시키며 '문화기행문'의 출간을 촉발시키는 등 수 많은 신드롬을 일으켰다. 1권만 120만 권이 팔렸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한국에서 초판이 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난 1991년에 뒤늦게 스테디셀러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예. 당시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던 텔레비젼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서 여주인공이 남자 친구에게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도 모르는 애와 사귈 수 없다'는 대사를 한 뒤 하루 5천 부 이상 팔려 나갔다. 내용이 쉽지 않은 이 책도 수십여 출판사에 의해 중복 출판되며 100만 부 이상 팔렸다.
경제 관련 서적으로는 곧 100만부 돌파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꼽을 수 있다. 성공적 인생을 산 사람들의 삶을 분석해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습관을 분석한 이 책은 리더쉽이나 처세서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대인관계의 변화를 통해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기존의 처세술과는 달리 이 책은 습관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이 책의 성공이후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리처드 칼슨), <생각의 속도>(빌 게이츠)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자기개발 책이나 경제적 거대담론을 다룬 책들이 자주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게 되었다.
시집으로는 <홀로서기>(서정윤), <접시꽃 당신>(도종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가 모두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시집으로 최초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1995년에 출간된 조병화의 <사랑이 가기 전에>. 요정의 기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이 시집의 성공 이후 대중 취향의 연시풍 시집 베스트셀러 진입 전통은 반세기 동안 일관됐다.
출판의 종수가 다양해질수록 독자들의 독서경향은 오히려 획일화 돼 '메가히트' 상품이 늘어난다. 그것은 대중이 끊임없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생동감 있는 '스타'와 같은 인물을 원하고 그런 스타에 버금가는 인물이 고민하는 문제를 다룬 책을 경쟁적으로 찾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도 책 판매의 최고기록은 끊임없이 경신 될 것이다.
<세월 속에 피고 진 베스트셀러 반세기> - 중앙일보(2004. 6. 12)
‘평소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이 사서 읽는 책’이라는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베스트셀러. 그런 베스트셀러 목록은 언제 처음 나왔을까? <미국 베스트셀러의 문화사>를 집필한 마이클 코다에 따르면 1895년 미국의 출판 전문지 [북맨]의 편집인 해리 T 팩이 ‘이 달의 책 판매’난을 만들어, 월별로 많이 팔린 책의 목록을 실은 게 처음이다. 당시에는 6위까지만 수록했고 분야도 소설에 국한됐다.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은 1942년 8월 9일자 뉴욕 타임스 북리뷰에 실린 것이 처음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1913년부터 ‘베스트셀러 신기록’을 내보내기 시작했는데, 미국 주요 도시 서적상들이 보고한 실제 판매량에 기초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최초의 본격적인 베스트셀러 집계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1950년대 중반 정비석의 <자유부인>(정음사)이 7만 부 이상 판매됨으로써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또한 언론 매체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다루고 초보적이나마 베스트셀러를 집계한 것은 60년대 초의 일이다. 당시의 베스트셀러로는 최인훈의 <광장>(정향사)과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을유문화사), 김광주의 <정협지>(신태양사), 김찬삼의 <세계일주 무전여행기>(어문각) 등이 있었다.
그러나 <자유부인>을 제외하면 베스트셀러의 기준은 대략 3만부였고, 73년에 나온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예문관)이 3년 동안 40만 부가 팔려 신기원을 이룩했으며, 밀리언셀러 시대는 80년대 초 김홍신의 <인간시장>(전 20권, 행림출판)이 100만 부를 돌파하며 열렸다. 현재까지 국내 작가 최고 기록은 88년 첫 출간 이후 1200만 부 이상 판매된 이문열의 <삼국지>(전 10권, 민음사)다. 90년대 초반 <삼국지>의 정가가 6500원이었으니 정가의 10%를 인세율로 적용하면 대략 80억원 가까운 인세 수입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이문열의 <삼국지>도 아니고 <해리 포터> 시리즈도 아니다. 76년부터 나오기 시작해 2천만 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운전면허 학과시험 문제집>이다. 2위는 여러 출판사에서 매년 출간하는 <대한민력>으로 추정되며, 역시 여러 출판사에서 펴내는 <일반상식>과 학습참고서 <수학의 정석> <성문종합영어> <동아전과>등이 뒤를 잇는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많이 팔렸다는 점에서는 분명 베스트셀러지만, 책이라고 할 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단행본은 아니다.
그런가 하면 숨어 있는 베스트셀러도 있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은 20권 분량의 전집으로 우리나라의 여러 출판사에서 해적판으로 번역 출간됐다. 방문 판매 위주로 판매된 이 책의 판매량을 정확하게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출판계에서는 적어도 1천만 부 이상으로 추정한다. 그밖에 300만 부 이상 팔린 <밤의 대통령>을 필두로 많은 인기작품을 낸 대중 소설가 이원호는 판매량 면에서 ‘재야의 이문열’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50년대 <자유부인>, 70년대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80년대 <인간시장> 등 베스트셀러의 역사에서 새로운 획을 그은 책들의 공통점은 이른바 본격 문학 혹은 순문학 작가가 집필한 대중소설이라는 점이다. 사회ㆍ문화의 흐름과 대중의 기호를 읽어내는 감각이 남달랐던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90년대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창비), 황인경의 <소설 목민심서>(삼진기획),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해냄), 이우혁의 <퇴마록>(들녘) 등은 순문학 작가로서 경력을 쌓지 않았거나 경력이 있다 해도 일천한, 사실상 무명의 저자들 작품이었다.
역대 베스트셀러 가운데 순문학 소설은 조정래의 <태백산맥>(한길사, 해냄), 황석영의 <장길산>(현암사, 창비), 박경리의 <토지>(솔, 나남) 등이다. 순문학 베스트셀러들은 모두 대하소설이며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었고, 여러 출판사를 거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특히 <토지>는 73년 문학사상사에서 처음 단행본으로 나온 뒤 삼성출판사ㆍ지식산업사ㆍ학원출판공사ㆍ솔출판사ㆍ나남출판사 등을 거쳤고, 이 가운데 [솔출판사]에 나온 책이 최초의 완간본이다.
80년대에는 대학가와 사회변혁운동 진영을 중심으로 이른바 사회과학서적이 널리 읽혔지만, 대중적으로는 크리슈나무르티의 <삶의 진실에 대하여>(까치)와 <자기로부터의 혁명>(범우사)이나 헤르만 헤세의 <괴로움의 위안을 꿈꾸는 너희들이여>(장석주 편역, 청하) 등, 일종의 안심입명(安心立命) 도서들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해인의 시집들, 서정윤의 <홀로서기>(청하), 김초혜의 <사랑굿>(문학세계사) 등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권위주의 정권의 압제 속에서 독서 풍토도 저항과 침잠으로 나뉘었던 셈이다.
한편 90년대 중반은 우리 나라 베스트셀러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93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와 96년 박영규의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들녘) 때문이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우리나라 필자가 집필한 본격 인문교양서가 밀리언셀러가 된 것이다. 비록 밀리언셀러는 아니지만, 94년 1권이 나온 이후 2권을 포함하여 50만 부 이상 팔린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도 비슷한 맥락에서 눈여겨볼 만한 ‘베스트셀러급 스테디셀러’다. 주제로 보면 문화ㆍ역사ㆍ예술이 되는데, 이는 사회과학의 시대였던 80년대를 거친 독자군의 관심 영역이 문화 부문으로 바뀌었음을 말해준다.
이는 필자군 및 글쓰기의 다양화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예컨대 박영규는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았을 뿐더러 전문 저술가로서도 신인이었다. 진중권은 94년 당시 미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은 상태였지만 ‘책상머리 먹물 지식인’의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새로운 글쓰기를 보여주었다. 유홍준 역시 ‘학삐리 논문 스타일’의 글말에서 벗어나 현장감이 살아나는 입말을 구사했다. 주제의 변화 혹은 독자들의 관심 영역의 변화, 글쓰기 스타일의 변화, 필자군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90년대 중ㆍ후반의 베스트셀러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실용서의 대두다. 물론 69년 하다케야마 요시오의 <이런 간부는 사표를 써라>(삼신서적), 73년 노먼 V 필의 <적극적 사고방식>(정음사) 등 간헐적으로 실용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90년대 중후반부터 처세서, 경제ㆍ경영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가 나오는 일이 한결 잦아졌다. 예컨대 94년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김영사), 이명복의 <체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대광출판사), 96년 노구치 유키오의 <초학습법>(중앙일보사), 97년 나카다니 아키히로의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50가지>(홍익출판사), 김찬경의 <돈 버는 데는 장사가 최고다>(현대미디어), 98년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생각의 나무)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놓고 IMF 체제라는 외적 환경을 거론할 수도 있다. ‘평생 직장의 신화라는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장사에 나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책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독자들이 책에 부여하는 의미의 변화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보고 싶다. 사태의 본질과 진리를 인식하기 위한 길로서의 책, 요컨대 에피스테메(지식)의 스승으로서의 책이 아니라, 드러난 현상의 메커니즘을 빠르게 파악해 기술적ㆍ실용적으로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길잡이로서의 책, 테크네(물질)로서의 책을 독자들이 찾게 된 것이다. 우연치 않게도 90년대 중ㆍ후반은 초고속통신망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지식정보의 최종 심급으로서의 책의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출판에서도 해외 트렌드의 실시간 확산이 갈수록 두드러진다. 명실상부하게 세계적인 동시 현상이 되어버린 <해리 포터>시리즈를 필두로, 미국 사회 새로운 계층의 부각과 그들의 생활양식 및 태도 등을 분석한 데이비드 브룩스의 <보보스>(동방미디어), 우리 사회에 부자 열풍을 몰고 온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황금가지), 최근 미국과 유럽 사회의 한 흐름인 자발적 단순함(voluntary simplicity)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로타르 J 자이베르트와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의 <단순하게 살아라>(김영사) 등 2000년 이후의 베스트셀러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 의회도서관 관장을 지낸 역사학자로서 미국의 독서 문화 진흥에 크게 기여 한 대니얼 J 부어스틴은 “인류가 이룩한 단 하나의 가장 위대한 기술적 진보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책을 꼽겠다”고 말했다. 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겼으며 촌철살인의 경구로도 유명한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베스트셀러? 그저 잘 팔렸으니까 베스트셀러겠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명사(名士)란 그 사람이 널리 알려졌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이지.” 그렇다면 베스트셀러도 다만 그것이 널리 알려졌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는 책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19세기에 출간된 책 가운데 가장 짧은 시일 안에 가장 많이 팔린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생각해 본다. 1862년 출간 당시 파리에서 초판본 7000부가 하루에 매진됐고, 브뤼셀ㆍ부다페스트ㆍ라이프치히ㆍ런던ㆍ마드리드ㆍ리우데자네이루ㆍ로테르담ㆍ바르샤바 등 여러 나라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출간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훗날 전 세계 거의 모든 주요 언어로 출간됐고,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영화와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제작되어 각광받았다. 그저 많이 팔린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책, 요컨대 베스트셀러 그 이상의 베스트셀러야말로 모든 출판인, 모든 독서인들의 꿈이 아닐까 한다. (표정훈: 번역가)
▶연도별 주요 베스트셀러
▷1950년대
정비석 : <자유부인>(정음사)
김래성 : <청춘극장>(청운사)
한하운 : <보리피리>(인간사)
파스테르나크 : <의사 지바고>(여원사)
홍성유 : <비극은 없다>(신태양사)
▷1960년대
최인훈 : <광장>(정향사)
박경리 : <김약국의 딸들>(을유문화사)
김광주 : <정협지>(신태양사)
이어령 : <흙 속에 저 바람 속에>(현암사)
전혜린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아PR출판부)
▷1970년대
최인호 : <별들의 고향>(예문관)
생텍쥐페리 : <어린 왕자>(문예출판사)
황석영 : <객지>(창작과비평사)
시몬 드 보부아르 : <위기의 여자>(정우사)
이청준 : <당신들의 천국>(문학과지성사)
법정 : <무소유>(범우사)
한수산 : <부초>(민음사)
에리히 프롬 : <소유냐 삶이냐>(홍성사)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문학과지성사)
▷1980년대
황석영 : <어둠의 자식들>(현암사)
김홍신 : <인간시장>(행림출판)
이청준 : <낮은 데로 임하소서>(홍성사)
이문열 : <젊은 날의 초상>(민음사)
크리슈나무르티 : <자기로부터의 혁명>(범우사)
정비석 :<소설 손자병법>(고려원)
김정빈 : <단>(정신세계사)
송건호 외 : <해방 전후사의 인식>(한길사)
바스콘셀로스 :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동녘)
서정윤 : <홀로서기>(청하)
▷1990년대
이은성 : <소설 동의보감>(창작과비평사)
이재운 : <소설 토정비결>(해냄)
양귀자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살림)
발자크 그라시안 : <세상을 보는 지혜>(둥지)
위기철 : <반갑다 논리야>(사계절)
유홍준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창작과비평사)
김진명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해냄)
이우혁 : <퇴마록>(들녘)
최영미 : <서른, 잔치는 끝났다>(창작과비평사)
로버트 제임스 월러 :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시공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열린책들)
박영규 :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들녘)
김정현 : <아버지>(문이당)
잭캔필드 :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이레)
공지영 : <고등어>(웅진출판)
▷2000년대
조앤 롤링 :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문학수첩)
정찬용 :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사회평론)
구로야나기 데쓰코 : <창가의 토토>(프로메테우스)
로버트 기요사키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황금가지)
조창인 : <가시고기>(밝은세상)
장 코르미에 : <체 게바라 평전>(실천문학사)
스펜서 존슨 :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진명출판사)
데이비드 브룩스 : <보보스>(동방미디어)
한비야 : <한비야의 중국견문록>(푸른숲)
이윤기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웅진닷컴)
브래들리 그리브 : <블루데이북: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바다출판사)
김훈 : <칼의 노래>(생각의나무)
심승현 : <파페포포 메모리즈>(홍익출판사)
※ 조정래의 <태백산맥>, 황석영의 <장길산>, 박경리의 <토지>, 이문열의 <삼국지> 등은 시기를 정하기가 곤란해 연도별 구분에 넣지 않았다.
'이야기테크 > 책방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국수에 관한 오해와 진실_누들로드 (0) | 2009.08.21 |
---|---|
[스크랩] 독서와 관련 추천 사이트 (0) | 2009.08.19 |
[스크랩] 백점수학 (0) | 2009.08.13 |
[스크랩] 최후의 심판 (0) | 2009.08.13 |
[스크랩] CEO필독서 20선 - 삼성경제연구소 (0) | 2009.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