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테크/당뇨관리

[스크랩] ‘한국형 당뇨’ 의 기습 - 1/2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12. 22. 06:21

[‘한국형 당뇨’ 의 기습

 

- 차 례 -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1]한국형 당뇨병 아우성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2]한국인을 덮치는 ‘당뇨 쓰나미’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3]당뇨보다 10배 무서운 ‘당뇨합병증’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4]당뇨병은 성인들만 걸린다?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5]특명! 한국인 췌장세포를 보호하라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6]‘배둘레 햄’ 2형 당뇨병 환자 인슐린 주사 대신 약 투여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7]30~40대 당신, 20대 식습관 “Oh, No!”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8]당뇨병도 수술로 치료한다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9]단 음식보다 탄수화물이 더 문제 초기 혈당관리 고삐 당겨야 
[‘한국형 당뇨’ 의 기습 10]금연과 절주는 기본 거칠게 먹고 많이 걸을 것!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1]

한국형 당뇨병 아우성
한국인 혈당조절능력 서양인의 30% 불과 … 40대 이하, 마른 환자가 절반 이상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2009.09.08 702호   주간동아

 
 

# 1지난 7월 중순 KBS 의학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에선 한때 ‘홈런왕’과 ‘철벽수비’의 대명사로 통하던 전 국가대표 야구선수 심성보(37)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그는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선수로 활약하던 2003년 10월 ‘일신상의 이유’라며 갑작스레 은퇴했다. 당시 31세. 그로부터 6년 만에 그는 ‘일신상의 이유’가 당뇨병이었음을 고백했다.

 

더욱 충격적인 소식은 그가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25세 때부터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 당뇨병은 운동으로 다져진 180cm, 75kg의 탄탄한 근육질 남자조차 피해가지 않았다. 현재 심씨의 몸무게는 63kg으로 선수시절보다 12kg이나 줄었고, 당뇨합병증인 당뇨병성 망막증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 2서울성모병원 당뇨병 집중치료 클리닉 ‘인크레틴 센터’. 30세의 이모 씨는 이곳에서 당뇨병 치료를 받은 지 3년이 넘었다. 170cm, 61kg으로 조금 마른 편인 그는 27세 때 당뇨병 판정을 받았다. 평소 식후 혈당이 치솟아 밥만 먹으면 바로 운동을 했지만 혈당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하루 세 번, 한 번에 한 시간 이상의 운동 또한 몸이 불편한 그에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이씨에게 인슐린 분비 기능이 조금 남아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의료진은 지금껏 투여하던 인슐린 주사를 끊고 신체 스스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도록 도와주는 인크레틴 제제(30쪽 기사 참조)를 투여하기 시작했다. 치료제를 바꾸고 3개월이 지나자 식후 혈당은 정상범위로 뚝 떨어졌다. 운동을 하루에 한 번만 하거나 가끔은 전혀 하지 않아도 혈당 수치는 더 올라가지 않았다.

 

왜 하필 한국인을 괴롭히는가

당뇨병 환자 500만명 시대, 성인 100명 중 8명이 당뇨병에 걸리는 시대가 왔다. 2030년에는 10명 중 2명이 당뇨병 환자가 되고, 인구의 15%가 넘는 700만명이 당뇨병에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뇨병에 대한 인식이 낮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지금도 당뇨병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한국이 2위다. 흔히 당뇨병은 비만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잘 생기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상식이라면 한국인보다 비만인구가 많은 서양인에게 당뇨병이 훨씬 많아야 하고, 노인 인구가 많은 일본이 ‘당뇨병 대국’이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심 선수와 이씨의 사례는 일부러 마르고 젊은 당뇨병 환자만 골라낸 것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당뇨병을 앓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마르고 젊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꼼꼼한 성격에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미국은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가 25 이상인 비만인구가 60%인 데 반해 한국은 10~20%에 불과하다. 하지만 양국의 성인 당뇨 유병률은 7~8%(2005년 통계)로 거의 비슷하다. 한국인의 경우 살찌지 않은 당뇨병 환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당뇨학계 권위자인 연세대 의대 허갑범 명예교수는 “한국의 당뇨병 환자 중 60~70%는 마르거나 정상 체형이면서 배만 불룩 나온 사람이다. 심지어 10%는 의학적으로 저체중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는 일반인의 상식을 깨는 또 하나의 통계를 발표했는데, 국내 전체 당뇨병 환자 중 40세 이하가 41%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특히 남자의 경우 40세 이하 환자가 거의 절반에 가까운 49%였다(여자는 33%).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결과도 이런 통계를 뒷받침한다. 한국의 30대와 40대의 당뇨 유병률은 각각 4%와 6%로 서양인보다 10배 정도 높다는 것.

 

당뇨병이 대부분 발병 10년 후부터 합병증이 생겨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창 일할 나이인 40, 50대에 당뇨합병증으로 경제활동을 그만둬야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환자 본인과 가족이 입는 직접적 피해는 물론, 국가 차원에서의 사회적, 경제적 손실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미 국민건강보험 전체 재정의 20%가 당뇨병과 그 합병증 치료에 쓰이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국에만 마른 당뇨와 젊은 당뇨 환자가 넘쳐나는 것일까.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는 “마른 사람의 경우 비만한 사람보다 췌장 베타세포의 양이 적다. 한국인은 베타세포의 기능 이상이나 양적 감소가 조기에 발생하면서 젊은 나이에 당뇨가 발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 내분비내과 안철호 교수도 “현재 진료하는 환자 중 절반 이상이 비만하지 않다.

 

오히려 저체중인 경우도 있으며 이는 인슐린 분비 능력을 좌우하는 췌장 베타세포 양이 한국인의 경우 서양인보다 70~80%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췌장 베타세포에 뭔가 해답이 있는 것 같은데 쉽지 않은 의학용어다. 의학자들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뇨병이 어떻게 해서 생기는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우리가 음식물을 먹으면 소화기관에선 이를 분해해 탄소화물, 지방, 단백질 등 영양소의 형태로 간에 보내고, 간은 그중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만들어 각 혈관으로 내보낸다. 이때 혈액 속에 녹아든 포도당을 혈당이라 하는데, 신체 각 세포는 혈당을 흡수한 후 이를 각 기관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사용한다. 이때 혈관에 있는 당을 녹여서 신체 세포로 들어가게 만드는 호르몬이 바로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인슐린이다. 인슐린이 ‘혈당조절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순환구조가 제대로 이뤄지면 간은 적절한 시점에서 당 생산을 중단하며, 세포에 흡입되지 않은 여분의 혈당은 혈관을 타고 내려가 신장에서 걸러진다. 당뇨병은 세포에 흡수되지 않고 남은 혈당이 혈관에 지나치게 많이 돌아다니면서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혈관에 혈당이 남아도는데도 간은 계속 포도당을 만들어 혈관으로 내보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혈관 속에서는 그야말로 ‘포도당 대란’이 일어난다.

 

당뇨합병증에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미세혈관 질환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최근 들어 혈당치(공복 측정 시 126㎎/㎗, 임의 측정 시 200㎎/㎗ 이상이면 당뇨병 진단)와 함께 당화혈색소의 개념이 강조되는 이유도 이런 사정에서 비롯된다. 당화혈색소는 적혈구 내의 혈색소(헤모글로빈)가 포도당과 결합하면서 생성된 것으로, 혈당조절이 안 되면 이 수치가 증가한다(한국은 6.5% 이하, 서양은 7% 이하가 정상).

   

요즘은 혈당조절의 궁극적 목표가 당화혈색소의 감소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혈당이 정상 범위로 떨어졌다고 해도 당화혈색소가 그대로이면 나아진 것은 없다.

 

당화혈색소는 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고, 이는 결국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혈관으로 들어가 ‘사고’를 치지 않은 여분의 당은 신장으로 내려가는데, 그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신장에 과부하가 걸려 만성신부전을 일으킨다.

 

당뇨병 환자가 물을 많이 마시고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도 혈관에 돌아다니는 여분의 당을 소변으로 배출하려는 신체의 절박한 요구에서 비롯된다. 만성신부전에 이르면 환자는 평생 투석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슐린 적은데 기름진 음식 많이 섭취

결국 당뇨 발병 여부는 혈액 속 혈당을 줄이는(세포로 흡수되게 만드는) 인슐린의 분비량과 그렇게 분비된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는지에 달렸다. 이때 인슐린 분비량을 늘렸다 줄였다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췌장 베타세포다. 췌장에 있는 베타세포는 혈관 속에 당이 많으면 인슐린 분비량을 늘리고, 적으면 그만큼 줄인다.

 

베타세포의 숫자와 비만도는 대부분 비례하는데, 마른 사람은 비만한 사람보다 베타세포의 양이 50% 정도 적다. 즉, 마른 사람은 인슐린을 분비할 수 있는 능력(인슐린 분비 능력)이 비만한 사람보다 그만큼 떨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살이 찌는 만큼 베타세포의 수가 불어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기엔 유전적 성향이 크게 작용하리라 추측할 따름이다.

 

그런데 최근 의학계는 한국인의 경우 비만 여부에 관계없이 서양인보다 췌장 베타세포가 70~80% 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인슐린 분비 능력이 서양인의 20~3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한국인은 미국인과 비슷한 식사를 해도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혈당조절 능력은 한정돼 있는데 그보다 많은 당이 만들어지면 혈관 속에 남아도는 당의 양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 작은 컵에 물을 많이 부으면 넘쳐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이 ‘컵’(췌장 베타세포)은 매우 약한 재질이라 충격(많은 포도당)이 자주, 그리고 크게 가해지면 조금씩 부서져 결국엔 깨지고 만다. 췌장 베타세포가 손상을 받아 조금씩 수가 줄어들다가 나중에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는 뜻인데, 이는 곧 인슐린 분비 능력의 감소 또는 박탈을 의미한다. 문제는 췌장 베타세포의 수를 줄이고 기능을 손상시키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가 비만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1980년대 이후 서구형, 즉 비만형 식습관이 확산되면서 당뇨병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췌장 베타세포가 근본적으로 적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당이 공급됐기 때문이다. 췌장 베타세포의 수가 살이 찌는 만큼 늘어나는 게 아니므로 한국인에게 비만은 당뇨병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젊은 당뇨병 환자가 많은 이유도 췌장 베타세포가 청년시기부터 혈당조절의 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손상되기 때문이다.

   

한국형 당뇨병 치료제에 거는 기대

의학적 분류에 따르면 췌장 베타세포가 없어 인슐린 분비가 전혀 되지 않는 당뇨병을 제1형(주로 소아당뇨병) 또는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이라 하고,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모자라거나 분비는 충분히 되지만 인슐린 자체가 혈당조절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인슐린 저항성) 당뇨병을 제2형 또는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이라고 한다. 제1형 당뇨병은 유전적 성향이 매우 강하며, 인슐린이 전혀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허갑범 교수를 비롯한 일단의 의학자들은 제2형 당뇨병 중 인슐린 분비 능력이 조금 남은 마른 당뇨를 ‘제1.5형 당뇨병’으로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결국 한국인에게 젊고 마른 당뇨병, 다시 말해 한국형 당뇨병이 많은 것은 서양인의 20~30%에 불과한 췌장 베타세포 수의 부족, 인슐린 분비 능력(혈당조절 능력)을 벗어난 ‘상대적 비만’(의학적으로 비만은 아니지만 인슐린 분비 능력을 고려했을 때의 비만)이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이들 가운데 체질량지수는 정상인데 아랫배가 볼록한 복부비만이 많고, 배가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근육량이 지방보다 적은 사람도 적지 않다. 말랐거나 살이 쪘거나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식이·운동 요법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운동은 근육과 지방조직의 각 세포에 있는 당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혈관 속의 당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종국에는 비만을 해소함으로써 췌장 베타세포에 대한 부담을 급격히 감소시켜 인슐린 분비 능력을 되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껏 한국형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많이 사용된 치료제가 췌장 베타세포를 강제로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기전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 제제를 직접 주사). 아니면 간에서의 포도당 생산을 막는 기전의 약품들이 사용됐다. 그런데 이들 약물은 저혈당, 체중 증가, 빈혈, 인슐린 생산 기능 마비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 전문의의 철저한 관리 아래 처방이 이뤄지는 형편이다.

 

이런 와중에 각종 부작용 유발의 가능성을 줄인 인크레틴 계열 약물이 지난해 말 개발됐다. 이들 약물은 췌장 베타세포를 쥐어짜고 괴롭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기존 치료제들과 달리,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돕고 손상된 부분을 복구시켜 기대를 모으고 있다(30쪽 기사 참조).

 

‘풍요 속의 빈곤’, 당뇨병이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걸리는 병이란 뜻에서 사용되는 말이지만 근본적으로 당뇨병에 취약한 체질을 가진 한국인에겐 그 의미가 각별하다. 우리는 조금 잘살게 됐다고 전통 식습관을 저버린 죄 때문에 벌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아직도 음식을 두고 질보다 양에 목숨 거는 사람이 있다면 당뇨병으로 인해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끝)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2]
한국인을 덮치는 ‘당뇨 쓰나미’
30년 새 환자 6배 급증 400여 만명 … 2030년 세계 1위 ‘당뇨국’ 우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30년 전에 당뇨병 환자가 입원하면 의사들이 신기하다며 환자를 구경하러 갔다. 지금은 가족 중에 당뇨병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국민병’이라 할 만하다.”(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수 교수)

 

“예전에는 300병상의 병원에 2, 3명이 고작이던 당뇨병 환자가 지금은 1000병상에 130명이 넘는다.”(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

 

국내 당뇨병 환자의 증가세는 이렇듯 가히 폭발적이다. 대한당뇨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7년 한국인 당뇨병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당뇨병 환자는 6배 급증했다. 20~79세 인구 기준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7.7%(269만4220명, 전체 환자는 286만명)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12~14위다.

 

이런 추세라면 2010년에 351만명(전 인구 추계 기준 7.08%), 2029년 455만명(8.97%), 2030년 545만명(10.85%)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한국인 10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가 된다는 얘기인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 이 연구보고서가 2003년 병원을 찾은 환자 수를 기준으로 한 것임을 감안하면, 병원을 찾지 않은 환자까지 포함한 국내 당뇨병 환자는 현재 약 400만명으로 추산된다.

 

우울한 뉴스는 또 있다. 최근 서울성모병원 윤건호 교수 등이 참여한 ‘아시아 지역의 당뇨-유행병학, 위험요인 그리고 병리생리학(Diabetes in Asia-Epidemiology, Risk Factors, and Pathophysiology)’ 논문은 2007년 2억4000만명이던 세계 당뇨병 환자가 2025년에는 3억8000만명으로 급증하며, 그중 60% 이상이 아시아 환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은 동양인의 경우 뇌졸중과 만성신부전이며, 서양인은 심혈관계 질환이다. 아시아인 환자에게 미세혈관 합병증(만성신부전, 당뇨망막증)이 주로 나타나는 것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당뇨병이 발생해 오랜 기간 노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당뇨 환자는 비당뇨 환자보다 유방암, 자궁내막암, 췌장암, 간암 발병률이 30~40% 높았고, 당뇨가 있는 암 환자는 당뇨가 없는 환자보다 40~80% 높은 사망위험률을 보였다.

 

1970년 총인구의 1% 미만으로 추정되던 국내 당뇨병 환자가 30년 사이에 이처럼 급증한 까닭은 무엇일까. 왜 유독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당뇨병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일까. “의사들끼리는 ‘당뇨 치료는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고 말한다. 당뇨 약 투여와 효과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같은 환자라도 의사마다 처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만큼 당뇨 유발요인은 다양하다.”

 

차봉수 교수의 말처럼 당뇨병 환자가 폭증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당뇨병 환자들을 통해 그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 윤건호 교수는 아시아 각국에서 당뇨병 환자가 급증한 이유로 서구화한 식생활과 트랜스 지방 섭취 증가, 도시화 및 산업화에 따른 신체활동 감소, 과도한 스트레스와 수면시간 부족, 흡연인구 증가 등을 꼽는다.

 

“보통 1인당 GDP가 4000~5000달러인 나라에서 당뇨병이 급격히 늘어나고, 4만 달러가 되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5000달러 수준의 나라는 국민들이 마음먹고 먹으면 양껏 먹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 우리나라도 4000~5000달러 시대인 1980년대에 당뇨 환자가 급격히 늘었고 2000년 들어 합병증 등으로 인한 내원 환자가 폭증했다. 우리는 그때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15년 이상을 사실상 방치한 거다.”

   

서울성모병원 윤건호 교수는 “서양인은 보통 60대에 발병해 80대에 합병증이 나타나는 반면 한국인은 30대에 생겨 50대에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인은 발병 초기부터 철저히 생활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력에 힘입어 먹고 마실 게 많아졌지만 이를 소모하지 못해 ‘인덕(人德)’이 쌓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우스갯소리지만 ‘바람 난 남편 빨리 죽이는 방법’으로 기름진 음식과 설탕을 매일 먹인다는 것도 틀린 말이 말이다.

 

복부 등에 체지방이 쌓이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활발히 분비되고,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돼도 기능이 떨어져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 결국 췌장은 과로로 점점 기능이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도상국 초입병 … 시·군 환자 증가세

평소 탄산음료나 정크푸드 등 ‘비만 유발 음식’을 먹지 않는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최근에 포도 한 송이를 먹었을 때와 30년 전 포도 한 송이를 먹었을 때는 당 섭취량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난 30년간 품종개량으로 포도는 꾸준히 당도를 높였다. 어디 포도뿐이랴. 그만큼 환경이 ‘살찌는 환경’으로 변한 것이다.

 

대한비만학회지에 실린 논문(‘한국인의 10년간 비만 수준의 변화 양상 : 1997~2007’)에 따르면 ‘뚱뚱한 한국인’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인 남성의 경우 과체중군과 비만군이 1997년에는 각각 26.3%, 21.6%였지만 2007년에는 29.5%, 33.4%로 증가했다. 여성은 1997년 19.1%, 17.2%에서 2007년 각각 23.0%, 23.6%로 늘었다.

 

“당뇨를 흔히 ‘부자병’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개발도상국 초입병’이라고 할 수 있다. 탄산음료와 지방질 섭취는 늘지만 교육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서울 강남지역 당뇨 환자의 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는 반면, 시·군·구 지역 환자들은 증가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단순하게 비만이 당뇨병의 주범이라고 한다면, 서구에 비해 비만도가 훨씬 낮은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유병률이 비슷하게 보고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윤 교수를 비롯한 다수의 연구진은 민족 또는 인종적 특성으로 눈을 돌린다. “아시아인에게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의 양이나 기능이 약하거나, 혹은 기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

 

현재 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베타세포 양이 적어 당뇨병에 취약하며, 약간의 당 부하만 발생해도 베타세포의 기능이 조기에 심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당뇨병학회는 ‘아시아인은 당뇨병 위험 인종’이라고까지 경고한 바 있다. 결국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식생활의 서구화와 운동량 부족으로 서양인보다 복부비만이 쉽게 쌓이고, 이렇게 쌓인 복부비만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도함으로써 당뇨병의 급속한 증가를 초래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와 흡연, 음주와의 상관관계는 어떨까. 차 교수의 설명이다. “스트레스는 몸에 위기상황이라는 경고를 보내 몸으로 하여금 에너지를 만들어내게 한다. 결국 스트레스는 호르몬을 통해 혈당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일반적으로 중·후진국은 급격한 사회적 변화로 스트레스와 분노를 많이 받는다.”

 

‘만병의 근원’으로 꼽히는 흡연과 음주도 당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담배는 몸의 교감신경을 자극해 인슐린 저항성을 올릴 수 있고, 술자리는 음식 조절 등 ‘셀프 케어’가 어렵기 때문에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렇다고 당뇨가 ‘죽음의 쓰나미’만은 아니다. 관리를 잘하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돈을 적게 벌어도 규모 있게 쓰면 되듯, 아시아인이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진다면 거기에 맞게 생활하면 된다.

   

안경 쓰듯 관리 … U-헬스케어 기반 필요

“고교시절에 열심히 공부하면 평생을 잘 살 수도 있듯이 발병 초기에 관리를 잘하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다만 합병증으로 전환되는 등 증상을 느끼는 시점에서 병원을 찾으면 늦다.” 윤 교수는 평균수명 60세일 때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은 문제 되지 않지만, 평균수명 80세에 육박하는 요즘은 건강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30, 40대에 당뇨병이 생겼다 해도 합병증이 올 때쯤인 60대에 죽어도 억울할 게 없다. 하지만 요즘은 100세까지 살게 하려고 치료를 한다. 당뇨 환자 중에는 비싼 약을 처방한다고 가끔 항의하는 사람이 있는데, 제때 투약하지 않아 심장병이라도 생기면 당뇨 약값의 4배는 더 든다. 당뇨는 안경을 쓰는 개념이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듯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윤 교수는 당뇨 같은 만성질환자가 늘면서 진료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자와의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수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U-헬스케어’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당뇨병이 없다면 사람은 끝없이 뚱뚱해지고 몸속의 혈관은 다 망가질 수 있다. 당뇨로 당이 빠져나가면서 그나마 체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느님이 인슐린 분비 세포를 몸속 장기 한 곳에서만 나오게 한 것은 사람들이 설마 이렇게 뚱뚱해질 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당뇨 관련 연구결과 2題


가난한 집 ‘소심남’이 당뇨병 잘 걸린다?


당뇨병과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눈길을 끈다.


미국 포틀랜드주립대 보건간호대 시오반 매티 박사팀은 1965~99년 캘리포니아주 알라미다 카운티에 거주한 17~94세 5913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34년 동안 307명이 당뇨병에 걸렸는데, 이 중 65%가 가난한 집에서 자란 사람들이었다.


2007년 한국인 당뇨병 연구보고서 결과도 비슷하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입원하거나 사망할 확률이 높으며, 성인이 돼 과체중이나 비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에 나서지 않았을 수도 있다. 차 교수는 또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가설이지만, 신생아 때 어떤 필요에 의해 인슐린 분비 능력이 결정된다고 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은 어렸을 때 당을 거의 섭취하지 못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 기능이 불필요했을 수 있다. 인슐린 분비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나이 들어 살이 찌면서 인슐린 수요가 급증했을 때는 부하가 생겨 그만큼 인슐린을 공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나 더. 스웨덴 카로린스카 의학연구소 앤더스 에크봄 박사팀은 남성 212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심리적 고통’이 높은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여성은 해당되지 않았다. 에크봄 박사팀은 여성들은 고민에 비교적 잘 대처하지만 남성들은 술이나 약물, 다른 활동으로 대처하는 등 스트레스 대처 방법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끝)

 

[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3]
당뇨보다 10배 무서운 ‘당뇨합병증’
심장혈관, 신부전, 뇌졸중, 암 등 가리지 않고 파상공세
이진한 동아일보 교육복지부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면역세포가 암세포 덩어리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혈액투석 장비, 당뇨병성 망막증, 족부병변, 심혈관질환(왼쪽부터).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TV 드라마 ‘대왕 세종’에서 세종은 당뇨병 때문에 시력이 약화되는 와중에도 훈민정음 창제에 심혈을 기울이다 결국 당뇨 망막병증을 초래했다고 그려졌다.

 

세종은 이 밖에도 두통, 이질, 부종, 수종다리, 풍증, 수전증 등 잔병을 달고 살았으며 족부가 썩어들어가는 당뇨병성 족부궤양까지 앓았다. 세종은 “한 가지 병이 겨우 나으면 한 가지 병이 또 생기매 나의 쇠로함이 심하다”고 말하며 합병증의 괴로움을 한탄했다고 한다.

 

당뇨병은 세종이 언급한 것처럼,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되지만 실은 그것이 유발하는 합병증 때문에 더욱 무서운 질환이다. 흔히 당뇨병을 고혈압과 비교하는데, 알고 보면 당뇨병이 훨씬 위험하다.

 

고혈압은 혈압을 잘 조절하면 큰 문제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지만, 조절하지 못하면 뇌혈관 질환인 중풍, 심혈관 질환인 심근경색·협심증 등을 일으킨다. 그런데 당뇨병은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에 더해 신경계에까지 문제를 일으켜 통증을 유발하고 각종 장기를 손상시킨다. 그러다 결국 목숨까지 위협한다.

 

당뇨병 환자는 대부분 암에 취약

최근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를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등의 대표자 7명이 연구에 참여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전립선암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에 더 취약하고 사망률도 더 높다(20쪽 기사 참조).

 

물론 당뇨병으로 인한 직접적 합병증으로 볼 순 없지만, 당뇨병 환자가 대부분의 암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연구는 혈당이 암의 위험성을 높이는 주범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뇨병이 아니더라도 공복과 식후 2시간 혈당이 높을수록 암 발생의 위험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돼 암 발생에 당 대사와 인슐린 저항성이 일부 원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홍콩에서 발표한 한 연구에선 7000명의 2형 당뇨 환자를 조사한 결과, 당뇨병 진단 후 10년 이내에 환자의 30%가 사망하거나 암, 심혈관 질환, 말기 신부전(ESRD), 뇌졸중과 같이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에 걸린다고 밝혔다.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합병증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특히 콩팥과 눈에 생기는 질환은 대표적인 당뇨합병증으로 생명에도 위험한 영향을 미친다.

 

콩팥에 생기는 질환으로 당뇨병성 신증을 들 수 있다. 당뇨병 발병 후 15년 정도가 되면 콩팥에 손상이 생겨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가는데, 이것이 심해지면 부종이 발생하고 더욱 진행되면 콩팥에서 노폐물이 배설되지 않아 만성 신부전이 된다. 결국은 요독증에 빠져 혈액투석을 하거나 신장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따라서 평소 감기에 걸리거나 임신 중 과로를 하면 신장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또한 자극성이 강한 음식을 즐기거나 과음, 과식, 단백질 과잉 섭취를 하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눈에 생기는 질환으로는 당뇨병성 망막이 있다. 정맥의 혈관벽이 약해져서 꽈리처럼 늘어나는 미소 정맥류와 혈관에서 나온 진물이나 출혈, 신생혈관의 증식 등이 망막에 발생해서 생기는 질환이다. 일단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정밀한 안과검진을 받아야 하며, 최소한 6개월에 한 번은 안저 검사를 받아 혈관증식성 변화를 감시해야 한다.

 

발, 다리 썩는 신경병증

당뇨병성 망막증이 발병하면 혈당 조절만으로 진행을 막을 수 없다.

당뇨합병증 가운데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20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환자의 50~90%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매년 1만명 정도가 당뇨병성 신경병증으로 발과 다리를 잘라낼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합병증에 대한 당뇨병 환자의 인식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 대학병원을 찾은 환자 21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환자의 75%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진단에 필요한 발 검사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데다 초기에는 가벼운 이상 징후만 나타나기에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말초신경, 특히 발과 발가락의 신경이 손상되는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 같은 감각이상을 나타낸다. 감각이상이 생기면 따끔거리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전기충격이 오듯 찌릿찌릿하기도 한다. 환자 중에는 발바닥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하다거나 발이 저리거나 지글지글한 느낌,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은 느낌이 온다고 하는 이도 있다.

 

이러한 통증은 특히 밤에 심하다. 당뇨 통증의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도 25%에 이른다는 점. 먹먹함이나 무감각, 마비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스스로 질환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 이와 반대로 외부 자극을 느끼지 못해 상처가 나거나 뜨거운 것이 닿아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발에 생긴 작은 상처가 발을 절단해야 할 만큼 큰 상처로 악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다리 감각이 줄어든 당뇨병 환자는 매일 발을 잘 살피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환자가 신경병증으로 오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민간요법을 사용하다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다.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해 적절한 통증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약물치료로 통증 완화와 통증으로 인한 수면장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통증이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시발점이라면 궤양과 절단은 종착점이다. 발은 심장에서 멀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신경병증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굳은살, 무좀, 습진, 발톱이 파고들어 생긴 상처 등이 궤양으로 악화되는 수가 많다. 상처가 생기면 고혈당과 혈액순환 장애 등으로 회복이 더디거나 아예 낫지 않는다. 이런 상처에 추가로 감염이 생겨 상처가 크게 곪을 수 있다.

 

발에 궤양이 생기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시간을 지체하면 살과 뼈가 모두 썩어들어가는 ‘당뇨발’이 돼 결국 절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궤양이 생기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외과 처치와 항생제 처방 등을 한 뒤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발을 쉬게 해야 한다. 또한 당뇨병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당뇨병성 신경병증 검진을 규칙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끝이 뾰족한 바늘을 수검자의 발바닥에 찔러 신경반응의 이상 유무를 알아보는 모노필라멘트 검사나 진동감각 검사로 신경병증을 조기 진단하면 혈당과 통증관리를 통해 발을 절단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시력장애나 배뇨장애, 소화장애 등 다른 증상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처럼 ‘당뇨 대란’이 코앞의 현실로 다가오자 최근에는 좀더 적극적인 조기 치료가 강조되는 추세다. 우선 당뇨병 진단 즉시 당뇨약을 복용토록 하는 것이 일반화하고 있다. 과거엔 당뇨병으로 진단되면 즉시 약물투여를 하지 않고 식이요법과 운동 등 생활습관 교정부터 들어갔다. 생활습관 교정 후 2개월이 지나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약물복용을 시작해 단계적으로 용량을 올렸다.

 

한국인은 위험인자 없어도 당뇨병 경계 대상


공복 시 혈당치 기준 낮아져 … 110 넘으면 당뇨 진단


한국인은 공복 시 혈당치가 110mg/㎗를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새로운 진단기준이 제시됐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준용된 당뇨병 진단기준 공복혈당은 1997년 미국 당뇨병학회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26mg/㎗였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단소위원회(위원장 박경수 서울대 의대 교수)는 미국 당뇨병학회에서 제시한 당뇨병 진단기준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국내에 맞는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1990년 이후 학술적으로 검증된 당뇨병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위원회는 이번 진단기준 설정을 위해 서울 목동, 경기 연천ㆍ안산, 전북 정읍 등 전국 4개 지역에서 그동안 대규모로 실시한 당뇨병 연구결과를 종합 분석했다. 전체 분석 대상자는 6234명으로 이들의 평균연령은 51.9세(18~99세), 평균체중은 60.3kg, 평균 공복혈당은 96mg/㎗, 식후 2시간 혈당 평균치는 122.6mg/㎗였다. 연구대상자들의 당뇨병 유병률(기준치 126mg/㎗ 적용)은 10.2%로 나타났는데, 이 밖에도 전체의 7%는 공복혈당장애(공복혈당 110~125mg/㎗)가 있었으며, 13.5%는 내당능장애(식후 2시간 혈당이 140~199mg/㎗)를 갖고 있었다.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는 향후 당뇨병으로 진행할 수 있는 당뇨 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위원회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당뇨병 진단을 위한 공복 혈당 기준치를 새롭게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최적 공복 혈당 값은 110mg/㎗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그동안 당뇨병 진단기준은 당뇨병 유병률이 높은 피마 인디언이나 미국 조사자료 등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한국인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기 때문에 공복혈당이 높지 않으면서도 당뇨병 유병률은 높아지는 등의 특색이 있어 이런 인종별 차이를 고려해 진단 기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현재 공복혈당이 126mg/㎗ 이하라 해도 한국인은 110mg/㎗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공복혈당을 110mg/㎗ 이하로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일본도 현재 자체적인 당뇨병 진단기준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한 동아일보 교육복지부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약물 복용, 바로 시작하라

그러나 이화여대 목동병원 내분비내과 성연아 교수는 “이러한 방법으로는 거의 모든 환자가 혈당조절에 실패하고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며 “당뇨로 진단되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약을 투여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최근의 치료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당뇨병학회(ADA)는 2006년 이후 당뇨병 초기단계부터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당뇨약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발에 궤양이 생기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시간을 지체하면 살과 뼈가 모두 썩는 ‘당뇨발’이 돼 결국 절단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가 당뇨병 기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치료 방침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우리나라 등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는 당뇨병 발병을 예방하고 합병증을 막기 위해 당뇨 전 단계인 공복 혈당장애나 내당능장애 때부터 약물투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상자기사 참조).

 

공복 혈당장애는 공복 시 혈당이 100~125mg/㎗, 내당능장애는 포도당 섭취 후 2시간 뒤의 혈당이 140~199mg/㎗인 경우다. 이처럼 조기 치료 지침이 강조되면서 진단기준도 더욱 엄격해졌다.

 

검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공복혈당이 100~125mg/㎗일 경우 경구당부하 검사를 받거나 반복해서 공복혈당 검사를 받게 했다. 경구당부하 검사는 당뇨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다. 즉 공복 시 혈당치와 포도당 섭취 후 2시간 뒤의 혈당치를 함께 검사하는 것이다. 공복 시 혈당 검사로 대부분의 당뇨병 발병 유무를 확인할 수 있지만, 혈당 이상이 있는 사람은 경구당부하 검사의 반응성이 더 낫다.

 

당뇨병에서 최후의 치료수단으로 꼽히는 인슐린 투여도 초기단계에서 시행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당뇨병학회와 유럽 당뇨병학회(EASD)는 최근 제2형 당뇨병 치료에 대한 개정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조기 인슐린 치료는 특히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8.5%를 초과하는 환자에게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인슐린 사용은 당화혈색소 수치가 9%에 이를 때까지 지연되고 있으며, 많은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치료를 시작할 무렵이면 이미 당뇨 관련 합병증이 진행된 상태에 있다고 미국 및 유럽 당뇨병학회는 지적했다.

 

국제당뇨연맹(IDF)이 2003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세계 당뇨병 환자 중 50% 이상은 조기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쳐 실명, 신장병, 족부 절단과 심장혈관 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인 조기 치료만이 살길이라는 학계의 목소리는 설득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이렇듯 위험한 당뇨병 합병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혈당관리와 식습관 조절이다. 다음에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강북삼성병원 당뇨전문센터의 박성우 센터장은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형외과, 안과, 신장내과 심장내과 등 합병증과 연계된 진료과를 찾아 정기적으로 검사받고 합병증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진료과가 많기 때문에 방문하는 시기를 잊어버릴 경우를 대비, 합병증 관리 수첩을 만들어 표시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새 치료제 ‘심발타’


통증, 주요 우울증 동시 치료 … 美 FDA 최초 승인


당뇨합병증 중 가장 많은 환자가 앓고 위험한 병증이라면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을 들 수 있다. 지금껏 신경병증에 쓴 약물치료제는 주로 통증을 가라앉히는 것으로, 당뇨병 치료제인 치옥타시드(Thioctic acid) 계열 약물이나 삼환계 항우울제(TCA), 리리카(화이자, 성분명 프레가발린), 뉴론틴(화이자, 성분명 가바펜틴) 등을 많이 썼다.


이런 가운데 5월 한국릴리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공동 판촉으로 출시한 심발타(성분명 둘록세틴)는 통증 감소에 효과적이면서 우울장애를 함께 줄일 수 있는 약이다(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약물로서 미국 FDA 최초 승인). 기존 치료제들이 1일 2회 혹은 3회 투약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는 데 비해 심발타는 하루 한 번(60mg) 용량을 조절할 필요 없이, 식사와 무관하게 먹으면 된다. 또 복용 후 1주 내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기존 치료제보다 치료비가 낮아질 것은 당연하다. 야간통증 개선효과도 입증됐다.


이 약이 환자와 의료계의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통증 환자들의 35%가 범불안장애, 28%가 중증의 우울장애를 경험하는 현실에서 통증과 주요 우울 증상을 함께 치료하기 때문이다. 국내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통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08년 4분기 10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가량 증가했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끝)

 

 

[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4]
당뇨병은 성인들만 걸린다?
소아당뇨 환자 해마다 급증 요주의 가족이 나서 적극 대처해야
이진한 동아일보 교육복지부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소아당뇨 환자는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대표적인 성인병으로 알려진 당뇨병.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성인만의 질환이 아니다. 1970~90년대만 해도 50대 이상의 중년 환자가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20, 30대는 물론 어린이에게서도 발견될 만큼 환자의 연령대가 낮아졌다.

 

당뇨병엔 성인에게 많은 ‘2형 당뇨병’과 소아에게 많은 ‘1형 당뇨병’ 두 가지가 있다. 1형은 췌장에 있는 인슐린 분비 세포가 손상돼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발생하고, 2형은 인슐린은 만들어지지만 인체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원래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원인(혈당조절 실패, 인슐린 저항성)이다. 요즘은 어린이에게서 ‘2형 당뇨병’도 증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15세 미만의 당뇨병 환자가 매년 3.4%씩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5년 현재 소아당뇨로 진료를 받은 어린이가 4400여 명에 이르는데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한강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오필수 교수는 “5~7세부터 사춘기 이전의 소아의 경우는 공동생활을 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기회가 많아지는 게 이유가 될 수 있고, 사춘기 연령에선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등 각종 호르몬이 문제가 된다.

 

이런 호르몬의 혈당증가 작용으로 발병 잠재성을 가진 사람에게서 당뇨병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즉 감기 바이러스나 각종 장염 바이러스 또는 풍진·볼거리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를 막기 위해 신체의 자가면역 기전이 활성화하고, 자가면역은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을 적으로 파악해 공격, 파괴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춘기엔 이와 달리 신체 변화, 스트레스의 증가 등으로 성호르몬을 비롯한 각종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혈당을 올린다는 것.

 

운동부족 비만으로 2형도 증가세

최근엔 서구화한 식생활과 운동부족 등으로 비만 아동이 많아지면서 소아 2형 당뇨병도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1997~2003년 제2형 당뇨병에 걸린 어린이 환자가 200% 급증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제1형 당뇨병 환자가 대부분이었지만, 비만아가 증가하면서 2형 당뇨병에 걸린 어린이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1985년 이전에는 소아에서의 제2형 당뇨병 발병이 알려진 바 없으나 1996년 이후 급속히 증가해 2000년도에는 소아당뇨병 환자의 4분의 1이 제2형 당뇨병을 앓는 것으로 추산된다. 제2형 당뇨병은 95% 정도가 당뇨병 가족력이나 비만과 관계가 있다. 소아당뇨의 증상은 성인당뇨와 비슷하다. 아이가 갑작스럽게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보면 당뇨병을 의심해야 된다.

 

또 많이 먹는데도 몸무게가 줄고 피곤해하는 증세도 동반된다. 당뇨병 합병증의 하나인 케톤산혈증이 발생하면 의식이 흐려지고 심한 복통, 구토 등의 증세로 병원을 찾게 되는데 이때 처음 당뇨병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어린이는 신체가 계속 성장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뇨병 치료방법도 어른과는 좀 다르다. 어른처럼 식사량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식사요법을 할 경우엔 성장 부진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는 정상 소아들과 같도록 도와준다. 다만 또래들과 어울리다 먹기 쉬운 과자나 사탕 등의 군것질을 하지 않도록 잘 교육해야 한다. 오필수 교수는 “원칙적으로 식이제한보다 적절한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영양요법이 필요하다”면서 “칼로리 구성은 탄수화물 55%, 지방 30%, 단백질 15%로 하되 탄수화물 중 70%는 전분 같은 복합탄수화물로 섭취하며 설탕 같은 단당류 섭취를 가능한 한 억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바른 식습관을 익힐 수 있도록 아이에게 식사일기를 쓰게 한다. 세 끼 식사와 간식 등 하루 종일 먹은 음식의 종류와 분량을 일기장에 써 부모와 함께 열량을 따져보고 부족한 영양소는 없는지,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있는지 매일 스스로 평가하게 한다. 또한 당뇨병을 앓는 소아에게 운동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혈당조절이 잘되는 소아당뇨의 경우 운동은 인슐린을 필요로 하는 장기에서 인슐린 감수성(흡수율)을 증가시켜 혈당조절에 필요한 인슐린 요구량을 감소시킨다.

 

일주일에 4~5일간 열심히 운동하면 혈당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지속되는데, 이는 운동으로 인한 효과가 운동 후에도 지속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전거, 배드민턴, 줄넘기, 등산, 조깅 등 과격하지 않은 운동을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가 고플 때는 운동을 하지 않도록 하며, 혈당이 높아지는 식후 30분~1시간에 운동을 시킨다. 식후에 운동을 하면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가 운동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게 저녁식사 뒤 부모가 함께 나가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

 

합병증 발생위험 성인보다 더 높아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심한 운동으로 저혈당이 올 수도 있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 저혈당 때문에 아이가 쓰러지거나 경련 등의 응급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장에서 잘 흡수되는 사탕이나 주스 등을 늘 지니게 해서 담임선생님이나 친한 친구들이 아이에게 먹일 수 있게 미리 알린다. 또한 학교에서 몸에 이상 징후가 있을 경우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 용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보건교사에게도 부탁해놓는 것이 좋다.

 

강북삼성병원 당뇨전문센터 박성우 센터장은 “소아당뇨는 당뇨병에 걸려 있는 기간이 성인보다 길기 때문에 합병증 발생 위험도 그만큼 높다. 아이가 심리적 박탈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생활습관을 잘 만들어나가야 하며,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심리치료나 음악치료 등으로 안정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소아당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형 당뇨병의 경우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하루 3, 4회 주사를 놓는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것이 요즘 추세다.

 

소아당뇨의 경우 합병증 관리도 성인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 사춘기 이전에 발병하면 발병 5년 뒤부터는 매년 한 번씩 당뇨 합병증 검사를 해야 하며, 사춘기 때 발병하면 2년 뒤부터 매년 한 번씩 합병증 검사를 해서 합병증을 일찍 차단하기를 권장한다. 외국에는 아이들이 싫어하는 주사제 대신 코로 흡입하는 인슐린제제가 나와 있으며, 먹는 인슐린제제와 췌장 이식수술 등은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당뇨병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관해기’에 대한 것이다. 소아당뇨는 발병 초 많은 인슐린 투여를 필요로 한다. 그러다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개월 뒤에 인슐린 요구량이 감소하고,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아도 정상 혈당이 유지되는 시기가 온다. 이를 ‘관해기’라 하는데 이 시기를 놓고 당뇨병이 완치됐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현상은 사라지고 인슐린 요구량이 다시 증가한다. 따라서 적은 양의 인슐린이라도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인슐린 공급이 중단되면 인슐린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고 이 항체는 인슐린의 저항성을 키워 더 많은 인슐린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유전적 경향이 강한 1형 당뇨병과 달리 2형 당뇨병은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채소와 육류를 골고루 먹게 하고 아이가 표준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부모가 챙겨야 한다.

 

2형 당뇨병은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고 서서히 발병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아이의 병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뇨병 가족력이 있거나 아이가 비만하다면 정기적으로 소아과를 방문해 소변검사로 당 수치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또 신생아 때는 분유보다 모유를 먹이는 것이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Tip!
당뇨전문의의 소아당뇨 치료·예방을 위한 10가지 제언


1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 섭취를 줄인다.
2 TV나 비디오 시청, 또는 게임 시간을 하루 평균 2시간 미만으로 제한한다.
3 집안일을 거들도록 독려한다.
4 안전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도보로 이동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고, 국가는 그런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실제로 영국에서는 걷는 양을 늘리기 위해 스쿨버스를 없애려 하고 있다).
5 각급 교육기관에선 운동, 음식 섭취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6 스포츠나 중등도의 신체적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7 방과 후 걷거나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8 사회적 레크리에이션 시간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9 줄넘기처럼 손쉽게 할 수 있는 적정한 운동을 격려한다.
10 가족이 함께 야외활동이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끝)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5]
특명! 한국인 췌장세포를 보호하라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 마르고 젊은 한국형 당뇨에 딱!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당뇨병 치료의 역사는 ‘혈당과의 전쟁’이었다. 당뇨병은 신체 각 세포로 흡수되지 못한 혈당이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온갖 나쁜 짓을 해 발병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당뇨병 치료의 최대 목표는 어떻게 해서든 혈관 속에 남은 혈당을 제거하는 것, 즉 ‘혈당강하’일 수밖에 없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췌장 베타세포에 의해 생성되며, 혈당을 각 세포에 흡수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해서 ‘혈당 청소부’라고도 불린다. 신체가 자체 생산하는 혈당강하 치료제인 셈. 당뇨병은 인슐린이 아예 없거나, 조금 부족하거나, 있어도 몸에서 인슐린을 감지하지 못해(인슐린 저항성) 생긴다. 인슐린 분비 기능이 전혀 없는 경우를 제1형 당뇨병(인슐린 의존형)이라 하고, 나머지의 경우를 제2형 당뇨병(인슐린 비의존형)이라고 하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2형 당뇨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외부에서 인슐린 제제를 제때 공급하지 않으면 각종 당뇨합병증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췌장 베타세포 괴롭히는 기존 치료제

서양 최초의 당뇨병 치료제는 동물에서 유래한 인슐린 제제였다. 국내에선 당뇨병을 아직 ‘소갈증’이라고 부르던 1922년, 서양에선 이미 동물의 췌장에서 뽑아낸 인슐린을 당뇨병 환자에게 주사했다. 사람에게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복잡한 정제 과정을 거쳤지만 역시 사람의 것이 아니기에 장기간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큰 효용도 없었다. 그럼에도 대안이 없었기에 이후 60년간 유일한 당뇨병 치료제로 군림했다.

 

그러던 1982년 인체의 인슐린과 물리화학적, 생화학적, 면역학적으로 동등한 인슐린 제제(휴물린, 일라이 릴리社)가 유전자 조작기술에 의해 탄생했다. 오랜 투병으로 인슐린 분비 기능이 상실된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겐 ‘복음’이나 다름없었다. 동물 인슐린 제제와 비교해 혈중 인슐린 농도의 상승이 빠르고 혈당강하 작용이 신속하며 불순물도 나오지 않았다.

 

지방조직 위축, 알레르기 같은 부작용도 없었다. 이후 당뇨병 환자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환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여러 종류의 인슐린 제제가 선을 보였다. 문제는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이 인슐린 분비 능력이 남아 있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제2형 당뇨병이란 점이다. 그래서 이후에는 부족한 인슐린의 분비를 늘리거나 인슐린 저항성을 줄이는 치료제가 쏟아져 나왔다.

크게 나누면 췌장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강제하는 계열(인슐린 분비 촉진제), 그리고 간에서의 포도당 과잉 생산을 막고 근육 등 말초조직에서의 포도당 사용을 증가시켜 상대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줄이는 계열의 치료제가 주류를 이뤘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이들 치료제가 주로 처방된다. 지난해 국내 당뇨병 치료제의 매출액(건강보험 적용 치료제에 한정)은 3320억원으로, 그중 인슐린 분비 촉진제의 시장점유율은 32.1%, 인슐린 저항성과 간에서의 포도당 분비 감소에 관계하는 치료제의 시장점유율은 33.7%였다.

   

인슐린 제제의 매출은 이들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췌장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강제 촉진하는 계열의 치료제는 올 상반기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동기 대비 3.2%포인트 감소했다.

 

제약업계에서 한 약물군의 시장점유율이 이처럼 단기간에 10%나 격감하는 일은 드문 현상.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인슐린 분비 촉진제는 단기적으로 혈당강하 효과가 좋은 반면, 저체중 또는 체증 증가 같은 부작용이 적지 않고,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단점을 지녔다.

 

췌장 베타세포의 수를 늘려가거나 손상을 줄이면서 인슐린 분비 능력을 활성화하는 게 아니라,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계속 자극만 하다 보니 췌장 베타세포가 견디지를 못하는 것. 췌장 베타세포가 심각하게 손상되면 인체는 인슐린 분비 능력을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인체의 혈당강하 대사작용을 돕고, 그 시스템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치료제가 나와 인슐린 분비 촉진제 시장의 ‘틈’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한국 MSD의 ‘자누비아’와 한국릴리의 ‘바이에타’ 등 인크레틴 기반의 치료제가 그것이다. 이것들은 제2형 당뇨병 중에서도 마르고 젊은 사람이 잘 걸리는 ‘한국형 당뇨병’의 가장 적합한 치료제로 알려졌다. 앞의 기사에서도 설명했듯, 한국형 당뇨병의 특징은 인슐린 분비량을 좌우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수가 서양인에 비해 70~80% 적어 혈당조절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

 

그래서 마르고 젊은 당뇨병 환자가 전체 당뇨병 환자의 50~ 60%에 이른다. 이들 인크레틴 제제는 한국형 당뇨병의 가장 큰 취약점인 약한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향상시켜 자연스럽게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혈당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성모병원에는 인크레틴 기반의 치료를 전문으로 시행하는 ‘인크레틴 클리닉’도 생겨났다.

 

혈당조절의 ‘최고사령관’ 인크레틴

인크레틴 제제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기존 인슐린 분비 촉진제들의 고질적 부작용인 저혈당, 체증 증가 같은 부작용이 적기 때문. 기존 치료제들(주로 설포닐우레아 계열)은 환자의 현재 혈당 상태와 관계없이 췌장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을 쥐어짜내기 때문에 저혈당을 유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환자의 혈당이 정상 상태인데 강제로 인슐린이 공급되면 혈당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혈당은 당뇨병과 반대로 혈관 속 포도당이 필요량보다 모자라는 상태(혈당치 60mg/㎗ 이하, 2007 대한당뇨병학회). 저혈당 상태에 이르면 몸 떨림, 식은땀, 불안, 가슴 떨림, 어지럼, 공복감, 심한 피로감, 집중 장애, 무기력, 혼수상태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간혹 혼수상태가 사망으로 연결되는 등 매우 위협적인 질환이다. 또 과도한 인슐린 분비는 환자의 체중 증가로도 이어진다.

 

인슐린은 혈관 속에 남는 포도당을 체내에 축적하는 기능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크레틴은 소장에서 분비되는 체내 호르몬으로,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능력을 향상시킨다. 음식이 식도와 위를 거쳐 소장으로 내려가면 인크레틴은 일단 췌장 베타세포에게 인슐린을 어느 정도 합성할지를 지시한다. 하지만 음식이 들어온다고 무조건 인슐린 분비를 명령하는 것은 아니다.

   

혈중 포도당을 파악한 후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명령한다. 더욱이 인크레틴은 췌장 알파세포에게 간에서의 포도당 생성을 촉진하는 글루카곤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게 함으로써 인슐린의 혈당조절 기능을 우회적으로 돕는다. 이와 반대로 혈당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에는 혈당을 높여 혈당의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즉 알파세포에게 글루카곤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함으로써 포도당을 증가시키고, 베타세포에겐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도록 명령하는 것.

 

인크레틴 제제를 아무리 먹어도 저혈당 현상이 매우 적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야말로 혈당조절 대사의 중심에 있는 ‘컨트롤 타워’이자 ‘마에스트로’의 기능을 하는 존재가 인크레틴인 것이다. 인크레틴은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사멸을 억제시키는 데도 관여함으로써 비만 등으로 손상된 베타세포의 인슐린 생산 능력을 개선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크레틴의 ‘똑똑한’ 혈당조절 능력과 췌장세포 보호기능을 이용한 치료제가 바로 인크레틴 제제로 총칭되는 약물이다.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한국 MSD의 DPP-4 억제제 ‘자누비아’(성분명 : 시타글립틴)와 한국릴리의 인크레틴 유사체 ‘바이에타’(성분명 : 엑세나타이드)가 그것이다.

 

먹는 인크레틴 제제 ‘자누비아’

자누비아는 인크레틴의 활성화를 방해하는 ‘DPP-4’ 효소의 작용을 선택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인크레틴이 혈당조절 대사와 췌장 베타세포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약물이다.

 

DPP-4 효소는 인크레틴이 소장에서 생성되자마자 1~2분 사이에 그중 80%를 비활성화한다. 결국 식후에 분비된 인크레틴의 15~20%만이 췌장과 간에 도달해 혈당조절 기능을 하는 것. 인크레틴 분비량이 현저하게 감소돼 있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활성화한 인크레틴의 양이 더욱 적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자누비아는 이처럼 췌장 베타세포와 알파세포로 하여금 혈당이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것을 막게끔 한다. 따라서 이 치료제는 저혈당,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적거나 거의 없다. 인크레틴이 제대로 작용하면 인슐린 분비가 최적화하기 때문에 과잉 생산된 인슐린에 의한 잉여 포도당 축적 대사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인크레틴에 식욕 억제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자누비아를 비롯한 DPP-4 억제제는 체중 조절에 기여할 수도 있다.

 

한국 MSD 관계자는 “DPP-4 억제제는 인슐린 분비 능력이 약해진 당뇨병 환자의 췌장 베타세포를 직접 자극하지 않고 보호하는 기능을 하므로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게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임상을 통해서도 이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자누비아의 경우, 한국 중국 인도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18주간 조사한 결과, 평균 당화혈색소가 1.03% 감소했으며 특히 한국인은 평균 1.37% 감소로 가장 높은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아직 이론적으로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DPP-4 억제제가 췌장 베타세포의 재생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동물실험에선 이미 재생효과가 입증됐으며, 인체에 대해서는 각종 지표를 통해 재생에 관한 자료가 축적되는 과정에 있다. 자누비아는 국내에 출시된 다른 DPP-4 억제제가 하루 2번 먹는 것과 달리,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100mg 한 알만 복용하면 된다. 12시간 이상 약효가 지속된다는 뜻이다.

   

더욱이 오랜 당뇨병으로 신장 기능이 약화된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안전성도 검증됐다.

지난해 9월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임상시험 분석에 따르면, 총 613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년간 자누비아와 위약 또는 기존 치료제를 투여한 후 이상반응을 비교한 결과 자누비아의 안전성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자누비아를 기존 치료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줄어들고 추가로 혈당이 낮아지는 효과도 나타났다. 2009년 6월 미국당뇨병협회(ADA) 연례회의에서는 자누비아가 단독 요법 혹은 메트포민(간에서 포도당 생성 억제, 인슐린 저항성 약화)과의 병용요법을 통해 혈당이 유의미하게 강하되고, 이 효과가 최소 2년에 걸쳐 지속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한 메트포민으로 충분히 혈당조절이 되지 않은 환자에게 자누비아를 추가 투여한 결과, 다른 치료제처럼 혈당 개선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저혈당과 체중 감소 현상은 극히 드물었다. 이에 따라 한국 MSD가 지난 2월 선보인 치료제가 바로 자누비아와 메트포민을 섞어 만든 ‘자누메트’다. 자누비아와 메트포민의 장점을 아우른 약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세 가지의 주된 결함, 즉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 저하, 인슐린 저항성, 간에서의 포도당 과다 생성을 한꺼번에 해결한다.

 

인크레틴 유사체 ‘바이에타’

당뇨병 치료의 트렌드가 인슐린에서 인크레틴으로 변화하리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치료제는 2005년 릴리사(社)가 개발한 인크레틴 유사체 ‘바이에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크레틴 유사체, ‘GLP-1(Glucagon Like Peptide·글루카곤 유사 펩티드) 효현제’라고도 불리는 바이에타는 혈당이 높아졌을 때에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기전을 통해 저혈당의 위험을 현저히 낮추고,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를 복구해 당뇨병의 근본 원인을 치유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바이에타는 자누비아 등의 DPP-4 억제제와 달리, 인체에 인크레틴과 같은 성분의 약물을 직접 주사함으로써 인크레틴이 수행하는 혈당조절과 간에서의 포도당 과잉 생성 억제 작용을 돕는다. 특히 기존의 먹는 치료제나 인슐린 주사제의 잠재적 부작용인 저혈당 쇼크, 심장발작, 고인슐린혈증, 비만 등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되살리는 등 좀더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 국내외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인크레틴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는 혈당 감소 효과는 비슷하지만 체중을 증가시키는 인슐린 제제와 달리 지속적인 체중 감량 효과도 거둘 수 있어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될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당뇨병학회, 유럽당뇨병학회가 생활습관 개선과 메트포민 복용으로 1차 치료 목표로 삼은 혈당 수치를 달성하거나 유지하지 못한 당뇨병 환자들에게 바이에타 같은 GLP-1 효현제 사용을 2차 표준 치료로 권고함으로써 새로운 치료제로 인정받았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크레틴 유사체인 바이에타는 췌장 베타세포가 부족해 인슐린 분비 장애를 겪는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게 특히 적합한 치료제.

 

바이에타는 힐러몬스터 도마뱀(Gila monster lizard)의 침에 췌장 기능을 되살리는 호르몬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개발됐다. 손상되거나 부족한 한국인의 췌장 베타세포를 바이에타가 복원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힐러몬스터 도마뱀은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의 사막지대에 서식하는 도마뱀으로 1년에 서너 번만 먹이를 먹고, 한 끼니에 자기 체중의 3분의 1에 달하는 먹이를 섭취한다. 이 도마뱀은 먹지 않는 기간에는 에너지를 보전하기 위해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기능이 쇠퇴했다가 먹을 때가 되면 췌장 기능이 되살아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에타는 이에 주목, 힐러몬스터 도마뱀의 침 성분에서 ‘엑센딘-4’를 추출한 후 재합성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주성분은 엑세나타이드. 아직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엑센딘-4는 힐러몬스터 도마뱀이 섭취한 영양소를 처리 및 저장하는 작용을 돕고 쇠퇴한 췌장 기능을 되살리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출시된 바이에타는 펜 타입 주사제로 5mcg와 10mcg 두 종류가 있으며, 아침식사와 저녁식사 후 하루 2차례 환자가 직접 투여하면 된다. 미국은 2005년 4월, 유럽은 2006년 11월 시판을 승인했다.

   (끝)

 

 

 

 

 

 

 

 

 

 

 

출처 : 환상의 C조
글쓴이 : 얼음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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