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의 시한폭탄!’ 뇌졸중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생명을 단축하는 혈관의 변화를 깨닫고 사전에 대처하는 사람은 없다. 뇌혈관 질환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는데, 뇌출혈은 감소하는 반면 뇌경색은 급증하고 있다. 발병 연령이 낮아지는 것도 새로운 경향이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뇌졸중이 단일 질환으로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라는 점이다. 이 ‘총성 없는 저격수’가 지금 당신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고혈압쯤이야 하는 강심장이 주의 대상 1호 고혈압을 방치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 뇌졸중 저격수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고혈압이다. 뇌졸중 환자 10명 중 6명이 고혈압이라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일반적인 고혈압 기준은 140/90mmHg. 학회에서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고혈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130/80mmHg 이하의 혈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실제 혈압을 내리면 뇌졸중 발병 가능성이 50%, 심장마비 25%, 심부전증도 50%나 줄어든다. 그러나 위험성 경고에도 특히 30~40대는 자신의 고혈압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본부의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40대 고혈압 환자의 30%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중 21%만 정기적으로 혈압 약을 먹고 있다.
<2>당뇨병·고지혈증 방치는 뇌졸중으로 가는 지름길 당뇨병 합병증은 혈관에서 나타난다. 콩팥 관련 질환이나 망막증, 심지어 발이 썩는 족부궤양에 이르기까지 당뇨병 합병증은 혈관이 막히거나 괴사해서 생긴다. 당뇨나 고지혈증 환자의 혈액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 뿐 아니라 끈적끈적하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은 뇌졸중 발병률을 2~3배, 고지혈증은 1.5~2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두 질병을 모두 앓고 있다면 발병 위험률이 더 높아진다. 또 당뇨병은 동맥경화를 10년이나 빨리 진행시킨다. 당뇨병과 고지혈증은 다른 병이지만 뿌리는 같다. 이른바 ‘대사증후군’이다. 대사증후군의 종착역은 죽상 혈전증이다. 죽상이란 죽과 같은 이물질이라는 뜻. 지방이나 섬유성 물질, 미네랄 등이 결합된 죽상 침전물(플라크)이 혈관을 막기 시작하면 혈액의 흐름이 나빠진다. 이 침전물 때문에 혈관이 갑자기 파열해 혈액이 누출되면서 혈전(피떡)이 생성되는 것. 대사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허리둘레 90cm 이하, 중성지방 150mg/dl, HDL 콜레스테롤 40mg/dl 이상, 혈압 130/85mmHg 이하, 공복 시 혈당 110mg/dl 이하여야 한다.
<3>의사가 처방한 약 안 먹는 청개구리도 위험하다 ‘복약 순응도’라는 용어가 있다. 쉽게 말해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성실하게 먹는지에 대한 평가다. 뇌졸중 극복의 첫 단추는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미 고혈압 같은 위험 요인을 지니고 있다면 무엇보다 성실한 약물 복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을 먹지 않는 이유는 많다. 하지만 고혈압을 방치하면 혈관 손상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강제로라도 혈압을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나 국내 환자의 경우 50%가 치료 시작 6개월이 지나면 약을 먹지 않고, 1년이 지나면 70%가 중도 하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인체의 경고를 주시하라 대부분의 질환에는 증상이 있다. 이른바 ‘경고 사인’이다. 뇌졸중의 대표 증상은 허혈성 뇌졸중이다. 노폐물이나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한 뇌 조직이 빠르게 파괴되는 대표적 뇌 질환이다. 허혈성 뇌졸중의 경고 증상은 관심만 가지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다음은 미국 의사협회(AMA)가 발표한 뇌졸중 전조 증상이다.•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진다•몸의 중심 잡기가 어렵고 비틀거린다•물체가 두 개로 보인다•얼굴 한쪽이 갑자기 저리거나 먹먹하다•갑자기 표현 능력이 떨어지거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가벼운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한쪽 팔과 다리가 다른 사람의 것처럼 느껴진다. 보통 이런 증상이 짧으면 4~5분, 길면 1시간 정도 나타났다가 정상으로 회복된다. 이때 지체하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혈전의 위치를 확인한 뒤 뇌혈관을 막은 혈전을 풀어주는 항응고제를 투여한다.
<5>편두통 무시하다가는 큰코다친다 일반적으로 편두통은 뇌졸중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드물지만 동맥류 같은 동정맥 기형, 혈관 벽이 갈라지는 혈관 박리 같은 질환도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국 임상의사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40~84세 편두통 환자의 80%가 심장 및 뇌혈관계 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떤 편두통이 위험할까. 먼저 평소에 없던 편두통이 갑자기 나타났거나 길게는 3일 이상 지속하는 경우다. 이럴 때는 병원에서 혈압 검사와 뇌혈류 검사를 받도록 하자. 뇌출혈의 경우에는 사전 증상으로 ‘머리가 띵하다’ 혹은 ‘어지럽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반면 뇌 동맥류의 경우에는 벼락이 치는 듯한 두통이 온다. 갑작스러운 뇌압 상승으로 뇌 조직이 팽창해 통증을 느끼는 감각신경을 압박하기 때문. 반면 뇌경색은 서서히 혈관이 막히기 때문에 두통보다는 편마비(한쪽 마비)나 언어장애가 먼저 나타난다. 또 하나,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이 농축돼 혈전이 생기기 쉽고 혈관도 잘 막힌다. 밤중 또는 아침 일찍 뇌졸중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밤새 혈액 부족에 의해 혈관이 막히기 때문. 따라서 물을 하루 2리터 이상 충분히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신장의 수분 재흡수율이 떨어지는 데다 갈증을 자각하는 중추 기능도 저하된다. 따라서 중년 이후에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