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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국내 유일 심장병 전문병원… 대학병원서 수술 의뢰받는 `상급 의료기관`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12. 23. 15:36

[임호준 기자의 닥터&클리닉] 세종병원 박영관 회장

국내 유일 심장병 전문병원… 대학병원서 수술 의뢰받는 '상급 의료기관'
국내 유명 심장 전문의 대부분 세종병원 거쳐
다음 목표는 亞 최고 순환기센터 건립할 것

▲ 박영관 회장이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박영관 회장의 부리부리한 눈과 치켜 올라간 짙은 눈썹은 호랑이를 꼭 빼 닮았다. 만 70세를 넘긴 나이에도 손아귀 힘이 대단했다. 일어설 때 다리가 약간 불편해 보여 이유를 물었더니 "지난 겨울 최상급자 코스에서 스키를 타다 대퇴부 골절이 생겨 깁스를 3개월 정도 했다"고 옆에 있던 홍보팀장이 대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병원을 아시아 최고 순환기센터로 키우고, '부천심장특구(特區)'를 만들어 외국인 환자를 불러 들이는 것이 목표"라며 "건강도 열정도 아직 충분하다"고 말했다.

세종병원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심장병 전문병원이다. 국내에서 심장수술을 가장 많이 하고, 가장 잘하는 병원을 꼽을 때 쟁쟁한 대학병원들과 함께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세종병원의 1년간 심장수술 건수는 약 1300건, 고무풍선 등으로 심장혈관을 확장하는 시술 건수는 연간 약 4000~5000건이다. 건수만으로 국내 2~3위를 차지한다. 수술 성적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한국심장재단이 발표한 2000~2004년 심장수술 성공률 통계에 따르면 세종병원 성공률이 97.86%로 가장 높았다.

박 회장은 "개인병원인데도 전국 대학병원으로부터 까다로운 환자의 수술을 의뢰받는 '상급 의료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며 "2004년 이후 수술 성공률 통계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지금도 최고 수준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수술 성공률이 높은 이유를 묻자 박 회장은 "연구와 교육에 대한 투자, 완벽한 협진 시스템, 최첨단 장비의 3박자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라며 "특히 우리 병원 협진 시스템은 국내서 가장 완벽하게 운영되고 있어 많은 대학병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흉부외과 레지던트를 마친 박영관 당시 한양대병원 교수는 1982년 심장전문병원 설립을 결심했다. 일본으로부터 '해외경제협력기금'을 얻게 된 정부가 '병원 지을 땅만 있으면 건물과 장비를 대 주겠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주변에선 모두 만류했다. 생명과 직결된 심장 수술을 개인 병원이 담당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당시 서울대병원 병원연구소에도 컨설팅을 의뢰해 봤지만 '불가(不可)' 결론을 받았다고 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첫째 심장수술을 잘 할 자신이 있었고, 둘째 정부가 자본을 대 준다고 했고, 셋째 당시 매년 8000명 정도의 심장병 어린이가 태어났는데 수술 가능한 병원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몇몇 곳에 불과해 수요와 공급이 심각한 불균형 상태였다. 이렇게 모든 조건이 갖춰졌는데 어떻게 물러서겠는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계산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세종병원은 개원 5년 만에 심장 수술 연간 1000건을 돌파했고, 2000년대 들어선 연간 1300건 정도 수술하고 있다.

세종병원이 의료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웬만한 대학병원 이상이다. 개인병원이지만 대학병원 본연의 기능인 연구와 교육에 큰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 개원 직후부터 동물실험실을 개설하고 연구에 박차를 가한 결과 1987년, 국내 최초로 인공심장을 개발해 송아지에 이식해서 45일간 생존시킨 기록을 갖고 있다. 1988년엔 뇌사자 심장판막을 국내 최초로 이식했으며, 1994년엔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심장이식에 성공했다. 또 1984년부터 사망 환자의 가족을 설득해 심장을 부검하여 심장병의 진단, 수술, 수술 후 처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면밀히 검토해 기록으로 남기고 연구하고 있다. 세종병원은 지금도 국내서 부검률이 가장 높은 병원으로 꼽히고 있다.

심장병 전문의를 길러내는 교육 수련 분야 위상은 더 두드러진다. 세종병원은 흔히 '심장 전문의 사관학교'로 불린다.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을 실시한 송명근(
건국대) 교수를 비롯해서 이영탁(삼성서울), 박표원(삼성서울), 서동만(서울아산), 김웅한(서울대), 배은정(서울대) 교수 등 쟁쟁한 심장 명의들이 모두 세종병원을 거쳐갔다. 현재 전국 대학병원 흉부외과나 심장내과에 근무하는 교수 중 40~50명이 세종병원 출신이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 최고 심장 명의들은 대부분 세종병원을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1995년부터 매년 1~2회 '3일 세미나'를 개최해서 부검을 통해 알게 되는 심장의 해부병리학적 문제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지금껏 이 세미나에 참여한 심장전문의의 연 인원이 1600명에 이른다.

박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수술을 중단하고 경영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는 "직접 수술해서 한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유능한 의사를 많이 키워 수백 수천 명을 살리는 일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며 "이제 웬만큼 병원을 키웠으니 앞으로 국가를 위해 아시아 최고 순환기센터와 부천심장특구를 만드는 일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순환기센터를 위해 박 회장은 요즘 심장병이 아닌 뇌졸중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심장병과 뇌졸중은 모두 혈관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뿌리가 같은 질병인 만큼 두 질병을 동시에 진료해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사카 국립순환기센터가 아시아에서 제일 유명한데 그것을 넘어서는 순환기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부천심장특구는 구체적으로 부천 고강동에 외국인 전용 병원을 짓고, 순환기질환 관련 제약사나 바이오벤처 등을 클러스터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회장은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 환자가 제1 타깃이며, 유럽이나 미주 환자도 얼마든지 부천으로 불러올 수 있다"며 "부천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어 2013년쯤이면 어느 정도 특구가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칠순을 넘긴 노 의사가 열정적으로 미래를 얘기하고 있었다. 발갛게 상기돼 침을 튀겨가며 말하는 모습이 정말 호랑이 같았다.


/ 임호준 헬스조선 기자 hjlim@chosun.com">hjlim@chosun.com
출처 : 환상의 C조
글쓴이 : 얼음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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