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을 식혀 줄 감동적인 여름 별미 부산 원조 팥빙수
"얼음 녹여 먹을라면 뭐할라꼬 팥빙수를 먹노"
0.1초만에 관자놀이가 찌릿하도록 시원한 음식 없을까?
온 몸이 녹아내릴 듯 무더운 여름, 이 더위를 식혀줄 묘안을 궁리해 본다. 냉면? 콩국수? 팥빙수? 팥빙수에 한표! 이왕 팥빙수를 맛볼 요량이라면 원조를 찾아보자. 버튼 한번에 얼음이 갈리는 요즘 빙삭기의 신통방통함도 옛날 빙삭기의 보드라운 얼음맛은 쫒을 수가 없다. 풍차가 돌 듯 손잡이를 돌려 만드는 옛날식 팥빙수를 찾아 부산 국제시장으로 떠나봤다.
찾았다! 관자놀이의 찌릿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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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더운 여름에 팥빙수 한 그릇 먹으러 번라한 시장통이람’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럴만 하니, 일단 참고 국제시장으로 들어설 일이다. 국제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면 몸이 익어가는 것도 잊게 될 만큼 구경할 것도 먹을 것도 많으니 걱정일랑 붙들어 매자. | |
30년째 이어져 오는 부산 국제시장의 팥빙수 골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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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화끈’ 거리고 피부가 따갑도록 시장구경 삼매경 끝에 만난 팥빙수 골목은 초등학교 짝꿍이라도 만난 양 반갑다. 팥빙수 골목에는 총 일곱 개의 팥빙수 리어카가 옹기종이 줄지어 서 있다. 하나 같이 노란색 동그란 간판을 달았다. 정겹다. ①소문난, ②원조, ③별미…. 번호도 하나씩 매겼다. 마치 초등학생이 이름표를 단 것 같다. 두리번거리며 카메라를 든 본새가 어째 그냥 손님 같아 뵈진 않았던지 ①번 소문난 팥빙수 아주머니(함정자․68)가 “어디서 왔냐”며 먼저 말을 붙인다. 그 덕에 일단 1번 리어카에 자리잡고 앉았다. “이모님~! 일단 팥빙수 하나 주세요!” 35°에 육박하는 오후 2시, 생각나는 건 오직 관자놀이가 찌릿해 지는 감동적인 팥빙수 한 숟가락 밖에 없던 기자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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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송한 얼음이 올려진 팥빙수. 얼음만으로도 달다. |
"에이에이~. 팥빙수는 얼음을 이기면 맛이 없어. |
재료가 섞이지 않은 팥빙수를 한번도 먹어 본 적 없는 기자, 자고로 팥빙수라면 각종 재료들이 그릇에 ‘퐁당’ 빠져 있어야 진수라 믿었던 터라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30년 팥빙수만을 만들어온 아주머니의 내공을 믿기로 한다. 한쪽 귀퉁이의 얼음을 한술 뜬다. 보송보송한 얼음 사이로 자그마한 삽이 들어가자 “폭”하는 눈 밟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 시원한 소리다. 한 잎 쏘옥. 그리고 “찾았다! 관자놀이가 찌릿한 시원한 맛”
얼음은 얼음만으로도 달았다. 보송보송하게 갈아 넣은 덕에 1, 2초 가량만 얼음 상태를 유지하다 스르르 녹는다. 팥빙수를 먹기 위해 얼음덩어리를 “쿡쿡” 깨부수고, 얼음 덩어리를 입에 넣어 씹지도 밷지도 못하던 촌극을 벌인 기억 한번쯤 있을 터. 아주머니가 한사코 섞지 말라 한 것도 재료가 섞이는 동안 얼음이 녹는 것을 염려해서다.
얼음 한쪽에 담긴 팥도 한술 떠본다. 팥이 제 모양을 간직하고 있어 타박타박한 팥 특유의 씹는 맛이 좋다. 후르츠 칵테일도 우유와 한술. 난생처럼 섞지 않은 팥빙수를 맛봤다. 그 맛은 마치 팥빙수에 관해 ‘개안(開眼)’이라도 한 듯 진기한 경험이었다.
아주머니는 연신 “그렇게 먹으니까 맛있지. 맛있지?” 란다. 당신이 설명하는 팥빙수 먹는 법에 대한 고객의 평가를 확인하려는 듯. 팥빙수 골목은 팥도 남다르다. 오동통한 모양하며, 달지도 짜지도 않은 적당한 맛은 팥빙수의 얼음과 만나 원조 팥빙수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여기 죄다 팥 삶는 선수들이야. 집에서 전부 팥 삶아 오잖아. 얼음도 손으로 직접 갈고. 이기 아무것도 아닌거 같애도 손이 을매나 많이 가는데…” 아주머니는 팥빙수를 만드는데 드는 정성을 알아달란 투로 이리 말했다. 떡과 젤리, 씨리얼과 과자, 미숫가루와 아이스크림까지. 맛은?! 첫맛은 맛있었으되 좀 섞이다 보면 시쳇말로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팥빙수가 되곤 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결국 팥빙수는 팥과 빙(氷)과 수(水)로 승부하는 것이야 말로 진검승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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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30년된 옛날 빙삭기. 쌩쌩 돌리면 얼음이 우수수 | |
30년 동안 “재료는 달라 진 게 없다”고 하니 원조의 비법은 재료의 변함없음과 정성 이렸다. “재료는 달라진 게 없지. 값은 좀 올랐어. 처음에는 한 1,000원 받았나? 그러다가 1,500원, 2,000원씩 받고, 작년까지 2,500원 받았는데 올해 3,000원으로 올렸어. 물가가 너무 올라서 우리도 안올릴 수가 없더라고. 속으론 미안한데 그래도 손님들이 먼저 이해해 준다. 그래서 고맙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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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찰 같은 노란색 간판 앞면에는 팥빙수를 달고 뒷면에는 단팥죽을 달았다. 자칭타칭 '팥 삶는 선수'들이라고. |
부산 국제시장에는 유난히 일본인 손님이 많았다.
아주머니들은 “딱 보면 (일본인임을) 안다”며 일본인 손님에겐 국제시장식 일본어로 주문을 받았다. “아즈끼(팥) 노우(no)? 미루꾸(우유) 이빠이(많이)?” “하이(네)” 일흔을 앞둔 아주머니의 일본어는 살아있는 언어였고 생존하기 위한 언어였다. 그래, 30년 세월이 그냥 세월이랴.
“학생이 어른되고, 결혼해서 애들이랑 오고 그러지. 30년 동안 팥빙수 팔아서 가족 먹어 살렸어.” 그렇게 일곱 대의 팥빙수리어카의 여전사들은 나이도 사연도 다르지만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싣고 팥빙수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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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골목을 지키는 7인의 |
겨울이 되면 팥빙수 골목은 단팥죽 골목으로 변신
팥빙수 골목 에 겨울이 오면, 이곳은 팥죽골목으로 바뀐다.
1년 내내 팥 삶기는 계속된다고. 그리고 봄 가을의 간절기에는 호박죽을 끓여 판다고 한다. 이를테면, 4월경이면 팥빙수를 올려놓되, 팥 죽 대신 호박죽을 올려놓는 식이다. 한사코 돈을 받지 않겠다는 걸 앞치마에 쑤욱 3,000원을 찔러 드리니, 그럼 이따 저녁때 와서 한그릇 더 하란다. 팥빙수에 얼음 한번, 팥 한번을 더 채워 먹은 먹성 좋은 기자에게 또다른 리어카 아줌마는 한 그릇 더 먹으라며 가는 발걸음을 잡기도 한다. 팥빙수 골목의 넘치는 인심에 더위는 사르르 얼음처럼 사라졌다.
<국제시장 숨겨진 1인치를 찾아>
부산 국제시장에만 있다 ‘아리랑 골목’ 비빔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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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광장을 지나 길 하나를 건너면 ‘아리랑 골목’이 나타난다. 아리랑 골목은 일명 먹자 골목. 전국 시장마다 먹자골목은 많지만, 국제 시장 내에서도 먹자골목은 얼마든지 있지만, 아리랑 골목에는 남다른 게 있다. 비빔잡채가 그것. 아리랑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나지막한 의자에 앉아 뭔가를 ‘후루룩 후루룩’ 먹고 있는 손님들이 보인다. | |
한그릇이면 속이 든든해 지는 길거리표 비빔당면 |
“이모, 많이 주셔야 되요.”라며 대학생 둘이 앉는다.
당면 이모, 당면을 담으며 말하길 “걱정하지 마이소. 더 줄낍니다. 마이 줄끼까네(줄테니까) 걱정하지 마이소. 마이 주야지(줘야지), 당연히 마이 주야지”. 후덕한 인심에 매콤한 비빔잡채는 부산국제시장에서 꼭 한번 맛볼 별미다. 한그릇에 2,000원이며 주변에 충무김밥과 오징어조림반찬, 순대 등의 먹을거리를 팔고 있다.
전시에 피어난 지성의 거리. 보수동 책방 골목
새 것과 헌 것의 가격은 다를지 모르나, 내용과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 게 책이다. 줄지어선 헌책방이 정겹다. |
“아~ 부산에 볼 끼 을매나 많은데 거길 가는교”
보수동 책방 골목 위치를 묻자 한 부산시민에게서 돌아온 말이다. 크고 유명한 관광지를 두고 왜 거기냐는 야속함이 묻어나는 투였다. 하지만 보수동 헌책방 거리는 부산에서만, 부산이기에 형성될 수 있었던 책골목이라는 데서 의미가 깊다. 부산 시청의 설명을 살펴보자.
“보수동 책방 골목은 6.25 전쟁으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피난민이 가져온 귀중한 책을 생활을 위해 팔고, 피난 온 학교 교수들과 학생들이 필요에 의해 사들이게 되면서 활기를 얻었다”. 사선방향으로 좁게 난 골목길 양쪽으로 난 책방들은 묵은 책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련한 향수가 풀풀 풍겼다.
부산시민들은 “책방거리도 예전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전쟁통에서도 책을 사고팔았던 지성 가득했던 거리가 인터넷 서점과 넘쳐나는 서적들로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기자가 좋아했던 만화 캔디 완결판은 1권에서 11권까지 22,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국제시장이 끝나는 지점, 대청사거리를 건너 보수동쪽으로 난 사선방향의 좁은 골목길이다.
부산시민 ‘강추’ 구경거리,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깡통 골목’
국제시장의 깡통골목은 부산시민들도 ‘강추’하는 구경거리다. 흡사 남대문 시장 같다. 우선 ‘깡통시장’이라 불리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부산시의 설명이다. “6.25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군용물자와 함께 온갖 상품들이 밀수입 되었는데 특히 과자, 생선 등 갖가지 통조림이 많이 수입되었는데 그 이후 시장의 이름이 깡통시장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통조림 깡통’ 외에도 없는 것 없이 각종 수입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담배와 주류, 화장품과 식료품, 캐릭터 상품까지 다양하다. 아리랑골목에서 세 블럭을 지나면 깡통시장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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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최저가 보다 싼 수입품을 찾는다면?! 깡통시장 |
<원조 팥빙수 골목 찾아가기>
△ 서울→ 부산간 KTX . 2시간45분 소요.
△ 부산역에서 밖으로 나오면 바로 지하철 부산역(지하철역 나옴) 탑승.
△ 3개 역 지나 자갈치 역에서 하차, 7번 출구로 나가면 국제 시장 진입할 수 있음.
▷ 팥빙수 골목
가격 한 그릇 3,000원. 여름엔 팥빙수 단메뉴다. 입맛에 따라 팥을 빼주기도 하고 다른 재료를 많이 넣어주기도 한다. 단순한 재료로 깔끔한 맛이 특징. 가을에는 호박죽, 겨울에는 단팥죽이 주 메뉴다.
▷아리랑골목
비빔당면 한 그릇 2,000원. 푸짐하게 담아주고 콩국수, 비빔잡채를 함께 하는 곳도 있다. 이웃집 충무김밥, 순대 등도 인기메뉴다. 지붕 천막이나 파라솔 없이 바닥의 낮은 의자에 앉아 먹는 게 특징이다.
▷깡통골목
취급품목은 수입품중 시장에서 팔 수 있는 모든 것. 인터넷 최저가보다 싼 품목들도 발품을 팔면 발견할 수 있어 쇼핑의 즐거움이 크다.
▷보수통책방골목
전문 서적부터 만화, 잡지, 신작까지 다양하다. 원하는 분야를 얘기 하면 주인장이 직접 창고 등에서 책을 찾아 본 후 보유유무를 알려주는 아날로그 검색서비스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문의
☏부산역관광안내소 051-441-6565 ☏부산시청관광안내소 051-888-3527 ☏관광불편신고센터 051-861-1101
♤부산 국제시장 교통편 및 주변관광지 자세히 보기 클릭
글/사진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마케팅팀 취재기자 김수진(pen73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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