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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앞둔 50대에게 보내는 충고

명호경영컨설턴트 2010. 3. 3. 11:51

선배 은퇴자들이 퇴직앞둔 50대에게 보내는 충고

헤럴드경제 | 입력 2010.03.03 06:58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광주

 




은퇴를 목전에 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기로에 서 있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 속에서 고도성장의 역군으로 숨가쁘게 살아온 '전반전'이 끝나고 이제 '제2의 삶'을 설계할 순간이 눈 앞에 다가왔다.

이제서야 고령화 시대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한국사회에선 불모지를 개척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난관을 헤치며 한국 근대화의 개척자로 나섰던 이들은 이제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국가적 재앙'으로 떨어지는가, 혹은 새로운 사회발전의 에너지이자 고령화사회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는가의 기로는 이제 이들의 도전과 선택에 달려 있다.
'선배 은퇴자'들은 "모르는 사업 조심하라", "경력을 활용하라", "남을 돕는 사회적 일자리 많다", "새 트렌드 입수와 독서는 필수다"라고 충고한다. 후배들에게 뼈와 살이되는 그들의 충고를 들어봤다.

▶"경험을 살리라"=

김관호(65) KH경영컨설팅 대표는 한국산업은행의 지점장으로 활동했던 금융계 베테랑이었다. 김씨는 "전국 1등 점포장도 한 적 있다. 항상 일에 대해 자신감이 충만했는데 은퇴 이후 회사를 떠나 일을 해보니 사회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그제야 배우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1998년 은퇴한 뒤 노후를 고민하던 김씨가 선택한 직업은 경영 컨설팅. 이후 김씨는 고3시절로 돌아간 듯 책을 파고 들었다. 은행에 있을 때도 기획, 전략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했기에 나름 자신감도 충만했다. 오랜 준비기간 끝에 2003년 경영컨설팅 업체를 차렸지만 사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는 "고령의 컨설턴트이기 때문에 시대에 뒤떨어지리란 편견이 따라다녔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운영자 등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경영 컨설팅을 시작했는데 정작 그들의 신뢰를 받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김씨는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새롭게 일을 시작하면서 오히려 나도 배우고 있다. 예전에는 늘 내 생각이 옳다는 자만심이 있었지만 은행을 나와 혼자 사회와 부딪히다보니 자만심도 반성하게 되고 편견도 많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제 조금씩 사업도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김씨의 설명에는 제2의 삶을 이뤄냈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틈틈이 성동구청에서 이어오던 자원봉사도 어느덧 3년째다. 경영 컨설턴트란 능력을 살려 중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동기부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자원봉사, 공부 등을 무작정 하라는 게 아니라 왜 해야 하는 지 설명해주는 교육"이라며 "내가 갖고 있는 능력과 지식을 남에게 전해준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만심은 금물"

= 김 대표는 후배 은퇴자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필수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엇이든 되겠지'라는 자만심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준비 없이 은퇴 이후 삶을 설계하다보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마추어'까진 될 수 있어도 '프로'가 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직장에 다니고 있을 때 미리미리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인적 네트워크 역시 현역에 있을 때와 은퇴 이후가 다르다. 직장에 다닐 때의 네트워크는 은퇴 이후 친목 모임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며 "모든 것을 조직, 부하직원을 떠나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남은 목표는 '손자에게 학비를 대줄 수 있는 할아버지'다. 소박하지만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묻어나는 소망이다. 그는 "요새 들어보면 손자 학원비는 할아버지를 잘 만나야 한다고 하더라. 손자를 만날 때 떳떳하게 용돈을 줄 수 있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섣불리 덤비면 백전백패"

= 은퇴 이후 많은 이들이 자연스레 눈길을 돌리는 분야는 창업.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손에 떨어진 고액의 퇴직금은 창업으로 은퇴자를 유혹하기 마련이다. 김연채(65) 씨도 이 같은 선택을 했고 그 결과 사회의 쓴맛을 뼈저리게 경험해야 했다.

전자기기 업체에서 평생을 보낸 김씨는 퇴직 이후 온라인 판매몰을 운영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험난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봉급생활 때 겪었던 경쟁보다 훨씬 치열했다. 회사의 이름으로 사업하는 것과 개인으로 사업하는 건 천지차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욕심은 금물, 생소한 분야에 섣불리 진출하단 '백전백패'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주변 퇴직한 친구들을 보면 퇴직금을 보고 '작은 자본도 괜찮으니 한번 같이 해보자'고 유혹하는 사람이 많이 모이더라. 하지만 결국 생소한 분야에서 다른 사람 말만 듣고 시작했다가 퇴직금 모두 날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씨도 3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는 "그나마 소규모로 투자했고 계속 일했던 분야로 창업을 했으니 망정이지, 사업 규모를 키웠거나 모르는 분야로 했다면 큰 손해를 봤을 것"이라며 "퇴직 이후 창업을 고려한다면 다시 시작하기 힘들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돈보다는 보람을"

= 56년생 박순덕(여ㆍ55) 씨는 스스로 욕심이 많다고 자평한다. 외국에서 10년 이상 의류매니저로 활동하고 은퇴한지 어느덧 5년째. 매달 꼬박꼬박 돈을 벌다가 하루 아침에 주머니에서 돈이 사라진 심정은 당사자 만이 알 수 있다고 손사래를 쳤다. 박씨는 "은퇴를 하니 주머니 돈도 줄어들고 평소 알고 지낸 사람들도 연락이 뜸해졌다. 인근 음식점 보조 등 갖가지 일을 다시 해봤지만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 말했다.

박씨의 선택은 봉사활동이었다. 우선 사비를 털어 학원에 다니며 건강관리강사 자격증을 땄다. 돈을 위해서가 아니다. 박씨는 이후 노인대학에서 건강관리강사로 봉사하고 있는 중이다. 광진구청과 인근 교회에서 지체장애인 지원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생계 수단을 놓아버린 건 아니다. 평생 의류매니저로 갈고 닦았던 능력을 살려 틈틈이 옷 수선도 이어가고 있다. 박씨는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가족 아침 챙기고 노인대학, 작업실, 복지단체 등을 오가다보면 하루가 금방 끝난다. 주변 친구들이 지독하게 산다고 놀린다"고 웃으며 말했다.

넉넉지 않은 경제환경이지만 하루하루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누구보다 부자라고 말하는 박씨. 그는 "앞으로 부동산 관련 공부를 해보고 싶다. 부동산 사업으로 돈을 모으게 되면 가난 때문에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스로 주인의식 가져야"

= 주명룡(65) 한국은퇴자협회 회장은 은퇴자의 제 1덕목으로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주 회장은 "은퇴자를 만나거나 한국 사회를 살펴보면 여전히 은퇴자를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퇴나 퇴직이란 말 자체가 한국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회장은 "어느날 직장을 잃게 됐을 때 은퇴나 퇴직이란 말이 따라다니며 다시 일을 못하는 사람처럼 여기게 한다. 다른 업종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란 의미로 은퇴가 인식돼야 한다"며 "노년층이 스스로 고령화사회의 주인이란 생각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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