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재테크는 바보이다.바보재테크이다.
'당신은 투자계의 시시포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는 신들로부터 바위를 산꼭대기에 운반하라는 형벌을 받았다. 그런데 시시포스가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 위로 힘겹게 끌고 올라가면 다시 굴러 떨어져서 운반하는 작업은 끝없이 되풀이됐다. 시시포스에게 이런 형벌을 내린 신들은 아마도 무익하고 희망 없는 노동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없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올라가는 것 같으면 내려오고, 또 상승하는 것 같다가 힘을 잃고' 시장이 거듭되는 부침을 겪으면서 요즘 투자자들 중에는 마치 시시포스가 된 것 같은 자조감과 허탈감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남들은 재테크를 하면 돈을 잘 번다는데, 왜 나만 자꾸 실패할까?" 이러한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서기수 HB파트너스 대표이사는 "공부든, 일이든, 재테크든 기초 체력이 있어야 꿈을 이룰 수 있다"면서 "재테크에 있어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면 기초 체력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짚어보라"고 말했다. 최근 <재테크 선수촌>이라는 책을 펴낸 서 대표를 통해 재테크의 기초 체력 양성법에 대해 알아봤다. 16년간 씨티은행에 근무한 뒤 재테크 컨설턴트(호원대 부동산 경영학과 겸임교수)로 변신한 서 대표는 이 책을 통해 "재테크는 기술이 아니라 체력"이라며 "생존력, 열정력, 배짱 담력, 정보력, 실행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ㆍ2단계 : 생존력, 열정력 훈련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는 13년간 2700%, 연 평균 29%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렸다. 그런데 그가 운용한 M펀드에 투자한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손실을 봤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서 대표는 "투자 수익이 좋다고 소문이 난 시점에 투자에 나섰다가 수익률이 부진한 것을 보고 투자자금을 회수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우(愚)를 줄일 수 있을까. 이에 서 대표는 "부부의 충동적인 이혼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기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이혼 숙려기간을 갖듯, 투자에도 이러한 투자 숙려기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간 손실을 봤다고 너무 쉽게 갈아타지 말라는 것이다. 일례로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가 집계한 주요 자산별 연 수익률 순위를 보자. 2005년 가장 우수한 수익률을 자랑했던 투자 자산은 코스피(1위). 2위는 시장중립, 3위는 금, 4위는 상품, 5위는 리츠, 6위는 채권의 순이었다. 그러나 다음해에는 순위가 싹 바뀐다. 전년의 1위였던 코스피는 5위까지 밀리고, 5위였던 리츠가 1위로 등극한다. 2007년에는 코스피의 다시 화려한 귀환. 그리고 2008년에는 다시 코스피가 추락하고 시장중립, 채권, 금, 상품의 순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거뒀다. 서 대표는 "해마다 자산별로 대략적인 평균 수익률을 보면 주식이나 리츠, 상품, 채권 등에 분산해서 3년 이상의 장기로 운용한다면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3년 이상의 기간을 버티느냐와 못 버티느냐에 따라 수익률의 차이는 극명하게 다르다"고 했다. 따라서 시장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향후 시장 전망을 차분하게 객관적으로 지켜보면서 환매나 헤지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자산의 환승 여부를 떠나 꾸준히 시장을 떠나지 않고 버티는 생존력도 필수다. 서 대표는 "(재테크를 야구에 비유해) 일정한 도루 실패와 삼진 아웃이 있더라도 시즌 내내 치고 달리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것이 최후에 살아남는 생존력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3단계 : 배짱 담력 훈련 '시장에 피가 철철 넘쳐흐를 때 투자하라'. 표현은 다소 거칠지만 시장에서 진리로 통하는 투자 지침이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어찌 피가 흐르는 시장에 들어갈 수 있으랴. 서 대표는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들이 실패한 사람들과 다른 점은 전자는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해 성공을 이뤄냈다는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단 성공을 위한 실패를 경험하라"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일례로 펀드 투자에 실패하는 유형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무늬만 분산투자'(여러개 펀드에 분산투자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같은 지역 혹은 분야에 투자)→ 펀드의 최종 투자처를 확인. 브릭스펀드, 친디아펀드는 이름이 다르지만 결국 중국과 인도에 중복투자하는 셈. 이 같은 중복은 피할 것. '멋모른 환(換)헤지'(환헤지의 본래 취지는 모른 채 권유에 의해 막연히 신청. 펀드 수익률 급감할 경우 깡통계좌로 전락할 우려 있음)→ 해지 비율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역외펀드는 일정액만 해지하는 식으로 해지에 따른 위험을 줄임 이와 같이 실수에 좌절하지 않고, 개선해나가는 단계에 이른다면 스스로 재테크 전문가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2008년 한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몇명의 전문가에게 내년도 집값 전망에 대해 묻는 기사였다. 이에 전문가 A는 V자형, B는 U자형, C는 L자형이라고 각각 답했다. 여기에 당신이 전문가D로 나선다면? 서 대표는 "스스로 전문가가 돼서 실제 인터뷰에 응한다면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라"면서 "책상에 앉아서 재테크, 경제에 관련된 책을 수십권씩 읽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만의 예상을 적어보고 피드백을 한다면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렇게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다면 시장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4ㆍ5단계 : 정보력, 실행력 훈련 #1. 지난 2007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관한 보도를 접한 K모씨. 부랴부랴 인천에 아파트를 수소문하고, 아들 명의로 구매해 집 주소를 옮기도록 했다. 서 대표는 "부자들은 똑같은 정보를 접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각도가 다르다"며 "일반인들은 재테크를 공부의 대상으로 삼지만, 부자는 재테크 자체가 삶"이라고 했다. 사실 재테크가 곧 삶인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이 아닐 테지만 방법은 간단하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에 옮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뿐이라고 했다. 본격적으로 투자를 실행할 때는 '명품 투자' 전략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2. '루이비통, 구찌, 에르메스….' 자, 모처럼 명품 쇼핑에 나서기로 했다고 치자. '긴급 대 처분' ,'70% 할인행사', '점포 정리'라는 팻말 아래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상품 중에서 고를 것인가. 아니면 눈부신 진열대에서 멋진 위용을 뽐내는 상품을 선택할 것인가. 서 대표는 "요즘은 보유한 주식 종류가 많다고, 집 여러채 가졌다고 자랑할 시대가 아니다.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명품을 고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면서 "투자도 명품 사듯이 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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