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권하는 100권의 책' 에필로그
'아들에게 권하는 책 100권'의 연재를 오늘로써 마친다.
내가 대학 2학년이었을 때, 당시 53세셨던 아버님은 군 입대를 앞둔 철부지 아들을 세상에 남겨둔 채 간암으로 갑자기 별세하셨다. '풍수지탄(風樹之歎)'이란 말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꽤 많은 세월이 흐른 후였다. 새삼 세월의 무상 따위를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거짓말처럼 나이들고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아버지가 되어버렸다.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아버님의 조언 한 마디가 얼마나 절실했는지 모른다.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아버님의 도움말이 왜 필요했을까? 그것은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지혜가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어떠한 사상과 태도로 자식들의 삶을 가이드 해주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업을 운영하는 어느 선배는 자신의 회사를 자식 몫으로 꼭 물려주겠다고 했으며, 또 어떤이는 기러기 아빠를 자처하며 매일 홀로 라면을 끓여 먹는 고생을 감내하고 있었다. 다른이는 고교생인 자녀에게 월 몇 천만 원 하는 고액과외를 해주며 자식 손에 물을 묻히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은 부모로서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었다. 삶은 작은 조각의 모호한 결합이며, 우리는 그 사이를 표류하는 먼지들이다. 인생을 살다 어느 시점에서 지난 시절을 반추해보면 그간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이 부질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그런 시간이 오리라 생각해 본다.
피카소를 좋아하는 모더니스트, 르노와르를 좋아하는 로맨티스트 하는 식으로 구획된 삶을 사는게 가능하다면 큰 고민이 필요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름대로 인생을 살아보니 자식에게 물질적인 부(富)와 편리함을 증여하는 것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를 직관하는 지혜(智慧)를 나누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여기서 '지혜'라는 것은 감각과 선험(Feeling)보다는 인류의 경험이 누적된 지식의 결과물로서의 '지성(知性)'일 것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읽었던 책 중에서 나름대로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판단했던 서적들을 100회에 걸쳐 정리해 보았다. 여기 연재한 100권의 책을 읽고 안 읽고는 강요(Obligation)할 성격이 아니므로 '권유(Advice, Suggestion)'로만 이해하면 될 것이다.
언젠가 등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바닷가에 살던 소년의 인생에는 언제나 등대가 하나 있었다. 그 빛은 멀리서부터 그를 인도하였지만 단순하게 강렬하지만은 않았다. 그 빛은 늘 온화한 빛을 가지고 있었으며 언제나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등대 옆을 지나갈 일이 있었다. 소년은 별 생각 없이 배에서 내려 등대로 다가가 보았다. 낡은 등대 문에는 조그만 문패가 달려 있었다. 「아버지」라는 작은 문패가.
결과가 아주 약하고 작은 불빛이겠지만 연재된 내용들이 아들아이에게 어떠한 의미로던 등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20대의 젊은이들이 우연으로, 실수로 한번쯤 읽어주기를 바란다. 이 글들을 먼 훗날, 언젠가는 읽어줄 아들아이(지금은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으로 땀 흘리고 있을)가 추운 날씨에 건강하기 바란다.
- 그 동안 본 연재글를 읽어주신 네티즌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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