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위한 기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놓은 말의 씨들이 살아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어디서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그러나 말이 없이는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 매일
돌처럼 차고 딱딱한 결심을 해도 단 한마디의 말을 위해
슬기로운 말의 주인이 되기는 때로는 진통겪는 어둠의 순간들을
얼마나 어려운지 이겨내게 하소서.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위해
허락하신 주여,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해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갈고 닦게 하소서.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내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에는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도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않게 도와주시어
웬지 두렵습니다. 좀 더 겸허하고
더러는 허공속에 사라지고 좀 더 인내롭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좀 더 분별있는
좋은 열매를 또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주여, 특히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사랑을 거스린 비방과
멀고 가까운 이웃이 주고 간 오해의 말들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경솔한 속단과 편견을,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위선의 말들을
주여, 용서하소서.
둥근것, 모난것.
밝은것, 어두운것 나날이 새로운 마음
향기로운것, 반짝이는것... 깨어있는 마음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말은 죽지않고 살아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나와 함께 머뭅니다.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노래처럼 즐거운 삶을
당신의 은총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출처 기도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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