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2세 분쟁'이 다시 불거지면서 문선명 총재의 건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총재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경우 2세 체제에 접어든 통일교가 또다시 분쟁의 회오리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총재의 구순 생일잔치를 거치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 언론은 '문총재가 방광암 판정을 받았고, 병원측과 합의해 수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통일교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통일교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다. 감기와 기관지염 때문에 강남성모병원에 1박2일간 입원한 것이 전부이다"라고 밝혔다. 주치의인 전후근 가톨릭암병원장까지 이례적으로 수습에 나섰다. 그는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방광암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문총재는 고령임에도 왕성한 외부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월17일 여수에서 열린 국내 첫 크루즈급 레저보트 진수식에 부인 한학자씨와 함께 참석했다. 2월 전후로 진행된 생일 축하연이나 세계일보 22주년 창간 기념식, 청심평화월드센터 상량식 등에도 얼굴을 비추었다.
하지만 통일교 주변에서는 문총재가 이미 한학자씨에게 실권을 넘겼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상징적인 측면에서 행사에 얼굴을 비추기는 하지만, 실무는 한학자씨의 손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문총재가 최근 7남 문형진씨를 '상속자'로 지정한 동영상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 동영상이 어떤 루트를 통해 외부에 유출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문총재와 부인이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후계자를 공식화하기 위한 문건을 작성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15분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한학자씨가 문총재 옆에서 문건에 적을 문구까지 일일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통일교측은 여전히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통일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문제의 동영상은 후계 구도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교회에서 흘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통일교의 현 상황이 일부 공개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6월1일 열린 문선명 총재의 <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 >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문총재 부부. ⓒ시사저널 임준선 |
일각에서는 최근 진행된 후계 다툼 이면에 한학자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동영상에는 한씨가 문총재에게 "모든 통일 백성은 세계선교본부(회장 문형진) 지시 사항만 인정하라는 말을 듣고 서명하라" "현진이 말을 듣지 못하도록 세계선교본부 좀 세워주라"라고 말한 부분이 언급되어 있다. 3남 현진씨는 최근 한학자씨를 상대로 통일교선교회 재산 가압류 소송을 제기했다.
한씨가 7남을 두둔하면서 현진씨가 소송을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영선 통일교대책협의회 사무총장은 "통일교 간부들에 따르면 한학자씨의 입김이 상당하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통일교의 한 관계자는 문총재의 건강에 대해 묻자 "노코멘트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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