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테크/파랑새의원( 제주도)과 섬이야기

[스크랩] 무인도 2876개…그 곳에 가고싶다

명호경영컨설턴트 2012. 2. 3. 12:14

 

전남 곡두도에서 '무인도 체험' 1박2일

올여름엔 무인도(無人島)로 떠나보자. 교통체증에 질리고 휴가지 인파와 바가지 상혼에 기가 막혔다면 이번에는 사람 속을 떠나 무인도의 자연과 한몸이 돼봄 직하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는 3358개의 섬이 있다. 이 중 2876개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무인도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무인도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바라보는 석양. 평소보다 더욱 발갛게 보인다.

↑ [조선일보]나무로 만든 움막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더위는 물론 근심 걱정까지 사라진다.

↑ [조선일보]나무가 우거진 숲 입구에서 모닥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대나무통 밥을 만들어 먹는 것은 무인도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다. 문명의 편리함을 떠나자 운치 있는 추억이 생겨났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wanfoto@chosun.com

↑ [조선일보]①해송 솔잎을 뜯어 얹어 구운 삼겹살 ②나무끼리 마찰시키는 원시적 점화법 ③갯벌에서 횃불을 들고 낙지ㆍ민꽃게를 잡는 모습

↑ [조선일보]전남 신안의 무인도 곡두도는 구름과 갯벌, 무성한 수풀이 어우러져 원시(原始)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육지에서 배로 1시간 걸리는 이 섬은 1970년대 이후 30년 넘게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지난 17일 오전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 있는 곡두도(曲頭島)를 찾았다. 30년 넘게 사람이 살지 않은 1만4105㎡(약 4270평) 크기의 이 섬을 가려면 배를 한 번 갈아타야 한다. 전남 신안군 압해면 송공리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고 50분 정도 북쪽으로 향하면 대기점도(大奇點島)에 도착한다. 여기서 650m 떨어져 있는 곡두도까진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간다. 내륙과 섬을 오가며 '무인도 체험 캠프'를 운영하는 안전요원 이웅재(25)씨가 모터보트를 몰고 마중나왔다.

보트에서 내려 섬에 발을 내딛는 순간 신발 아래로 "드드득" 굴껍데기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씨가 "굴 껍데기에 맨살이 닿으면 깊이 베이니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소리쳤다.

섬엔 나무들이 무성하다. 70% 가까이가 자연산 해송(海松)이고, 사스레나무와 칡도 곳곳에 군락을 이뤘다. 사람의 손이 닿은 곳은 '대피소'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건물이 전부다. 안전요원 박찬민(39)씨는 "곡두도는 육지에서 전선이나 수도관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며 "여기 머무르려면 로빈슨 크루소처럼 필요한 것을 모두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 만든 것이 머물 곳이었다. "밤에 잠은 모기를 피하기 위해 모기장을 친 텐트나 오두막에서 자더라도 낮 시간에는 자연산 움막을 만들어 쉬어 보라"는 안전요원들의 권유를 따랐다. 해안가에 떠밀려온 대나무나 사스레나무, 칡넝쿨, 강아지풀 등을 이용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막을 만들었다.

그다음은 마실 물. 섬 가운데쯤에 빗물과 지하수를 모으는 물통이 설치돼 있지만 사람이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뭍에서 들고 온 생수가 다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만약을 대비해 곡두도에 도착한 체험객들은 잎이 넓은 활엽수에 비닐봉지를 하나씩 씌운다. 공기가 통하지 않게 감싼 뒤 식물이 잎으로 배출하는 물을 모으는 것이다.

움막에 앉아 멍하니 휴식을 취한 지 3시간쯤 지나자 몸과 마음이 무인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처음 볼 땐 그냥 바다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물의 흐름이 조금씩 보였다. 썰물 땐 저 멀리 물살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 조류도 볼 수 있었다.

휴대전화만 간신히 터질 뿐 문명과 단절돼 있는 이곳에 선풍기와 에어컨이 없는 건 당연한 일. 더위를 식혀주는 것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바람이 전부다. 남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잠깐이라도 멈춰 서면 등에선 곧 땀이 났다.

오후 3시 반, 만조(滿潮) 때가 되니 해송 군락 밑까지 물이 가득 찼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웃통을 벗고 바다에 들어갔다. 물이 동해처럼 맑고 투명하진 않았지만, 갯벌에 많이 포함된 게르마늄 성분 덕분인지 미끈한 촉감이 독특했다.

식사는 돌로 쌓은 화덕 가운데에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모아 모닥불을 지피고 만들어야 한다. 미리 대나무를 얇게 잘라 만든 꼬치에 삼겹살을 끼워 모닥불 위에 얹어 구웠다. 대나무통 한쪽을 칼로 잘라 물과 쌀을 얹어 대나무통 밥도 만들어 먹었다.

해진 뒤 횃불과 집게, 어망을 들고 뻘로 나갔다. 횃불을 물 가까이 대면 물속에서 민꽃게와 낙지가 움직이는 게 보인다. 집게로 잡은 민꽃게를 솥에 넣고 찌면 맛있는 밤참이 된다.

밤이 되면 곡두도는 암흑 천지다. 대피소에 소형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 놓았지만 워낙 용량이 작아 비상상황이 아니고선 밤에도 불을 켜지 않는다. 대신 하늘에선 별이 쏟아지고 바다에선 어선들이 내는 불빛이 은은하게 흐른다. 이런 자연에서 나누는 대화는 어떤 문장도 철학이 되고 문학이 된다.

"아무리 재미있는 컴퓨터 게임도 며칠 하다 보면 똑같아서 질리잖아요. 그런데 자연은 어떤 날도 똑같지 않아요. 매일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바라보는데도 항상 끊임없이 변하죠."(안전요원 김영광씨)

 

출처 : 시와 인연
글쓴이 : 사자 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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