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지식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휴먼 네트워크의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 휴먼 네트워크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화장품 회사 해외사업팀의 Y 팀장은 패션과 미의 본 고장인 유럽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할 수 없어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는 주로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적으로 진출하다 보니 유럽 지역의 화장품 유통망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Y 팀장은 인터넷과 부하 직원들을 통해 정보를 찾았지만 ‘입맛’에 맞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경영대학원 과정의 동기를 만나면서 일이 쉽게 풀렸다. 이 동기가 유럽 화장품 유통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친구를 소개시켜줘 원하던 정보를 한꺼번에 얻게 된 것은 물론 유럽의 유력한 유통망과 계약까지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Y 팀장의 사례와 같이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헤쳐나가기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우리는 휴먼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실제로 한 취업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96%가 직장 생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휴먼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휴먼 네트워크란?
휴먼 네트워크란 사람들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망, 즉 인맥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주로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해 네트워크가 구축되었기 때문에 개인적 속성이 강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활용도가 낮았으며, 활용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인 경향이 많았다. 또한 휴먼 네트워크의 활용은 실력이 없어 누군가에 의지한다는 인식을 주거나, 편법이나 불법적인 거래와 연계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정보화, 지식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활용 가능한 정보와 지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되었다. 그런데 개인이 이런 많은 정보나 지식을 모두 다 흡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니, 유용한 지식이나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해졌다. Know-what과 더불어 Know-where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람들이 서로 자원이 되어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휴먼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심지어 공식적으로 개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로 지능(IQ)나, 감성 지능(EQ)에 이어 폭 넓은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능력인 관계 지능(NQ)이 새로이 꼽히기도 한다.
휴먼 네트워크의 활용
이처럼 휴먼 네트워크가 중요해짐에 따라 이를 회사 차원의 무형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임직원들이 폭 넓은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금전적, 시간적으로 적극 지원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예컨대 벌써 많은 기업들이 사내/외 동호회의 구성 및 운영을 물질적, 시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임직원이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 대기업들의 경우 중간 관리자급 이상의 인사 고과 항목에 휴먼 네트워크 관련 활동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휴먼 네트워크를 기업에서 단지 인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이하에서는 휴먼 네트워크가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 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 임직원 인재 추천
기업에 있어 우수 인재의 확보와 유지는 더 이상 재론할 여지가 없는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확보한 인재들 가운데 약 30%가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얼마 있지 못해 다시 나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수 인재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회사의 외형만을 보고 입사했다가 조직 문화가 맞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최근 상당 수 기업들이 내부 임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인재를 확보하는 임직원 추천제(Referral)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
임직원 추천제는 조직 문화와 행동 규범 등에 익숙한 내부 임직원들로부터 적당한 동료, 선후배, 지인들을 추천 받아 사람을 채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내부 임직원들을 통해 조직의 문화적 특성이 지원자들에게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된다는 가정 하에 운영된다. 실제로 임직원 추천제에 의해 입사한 지원자의 경우,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이직 의향도 낮은 경향이 있다. 한편, 임직원 추천으로 채용한 사람들은 기존의 임직원들과의 문화적 동질성은 높은 반면, 문화적 다양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임직원 추천제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대부분이 공개 채용을 함께 병행하고 있는 추세이다.
임직원 추천제를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시스코(Cisco)가 있다. 동사는 신입 및 경력 사원을 채용할 때 공개 채용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이 지인들을 추천하는 임직원 추천제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채용 후 조직에 대한 적응이나 퇴사율을 등을 볼 때 임직원 추천에 의해 채용된 사람들이 훨씬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적인 전력 생산업체인 AES는 의사 결정을 분산시키고 직원들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인재 확보를 위해서도 임직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사원 추천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 현대백화점이 임직원 추천제를 최초로 도입한 이후 대기업,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돼 현재 신입 사원 중 20∼30%가 임직원 추천제로 채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 기업 가운데 상당 수 회사들이 임직원 추천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 추천된 지원자가 입사할 경우 추천한 임직원에게 금전적 보상까지 지급하고 있다.
● 신제품/신기술 개발
우수한 인재 못지 않게 중요한 경쟁력은 선도적인 신기술이나 신제품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임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과거 많은 기업들이 보안 때문에 신제품이나 신기술 개발을 사내(in-house R&D)에서 비밀리에 많이 추진해 왔었다. 그런데, 사내 개발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니 다양성이나 창의성이 점차 떨어지고, 자기 기술만이 최고라는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이 나타나기 까지 했다. IBM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인데,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했지만 자사의 주력인 대형 컴퓨터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자만한 나머지 결국 도산의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90년 이후 IBM이나 노키아 등 세계적인 선진 기업들과 첨단 기술의 산실인 실리콘 벨리의 기업들은 사외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 환경의 변화나 고객의 니즈 정보를 파악하고 이로부터 신기술이나 신제품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 예를 들면, 노키아의 경우 사내 R&D와 더불어 산학 협동이나 벤처 등과 같은 사외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필요 시 막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실리콘 벨리의 벤처 기업의 기술자들은 본인이 연구하고 있는 신기술을 사외 동호회 등에 공개하고 기술적 결함이나 보완점들을 찾기도 한다.
또한, 자사가 개발한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임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시험 테스트하고 문제점을 보완한 뒤 공식 출시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MS가 컴퓨터 운영 체제(OS)나 각종 프로그램 등 신제품을 개발한 경우, 이를 임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보급/사용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한 뒤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바로 그 예라 할 수 있다.
● 신속한 문제 해결/위기 관리
개인 차원에서는, 어떤 사람이 단순한 지인일 수 있지만 다른 동료에게는 문제 해결의 결정적 장본인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가 서로 공유될 때 이를 통해 어려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함으로써 기대치 않았던 이익을 얻거나 엄청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A사의 경우, 수출된 제품에 대해 현지에서 클레임이 제기되어 매일 거액의 보관 비용을 들여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현지 용역 업체 사장을 잘 알고 있는 직원이 있어 이 문제에 신속하게 대처함으로써 5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추가로 고객으로부터 신뢰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휴먼 네트워크는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 도움이 된다. 위기 시에는 기업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신뢰가 많이 떨어지게 되며, 이 경우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실추된 신뢰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내 B 증권사의 경우 외국 증권사와의 거래에서 거래 관행상의 오해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봐야 할 상황이 있었다. 그런데, 마침 임직원 가운데 해당 증권사의 고위 책임자와 휴먼 네트워크가 있어, 수시로 만나 보다 온화한 분위기에서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함으로써 오해를 풀 수 있었고, 양사가 Win-win하는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처럼 휴먼 네트워크가 위기 관리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서 착안하여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이 갖고 있는 휴먼 네트워크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기업인 C사의 경우에는 사내 인트라넷에 ‘임직원 인맥 정보’란을 만들어, 휴먼 네트워크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협력업체, 고객, 지인, 가족 등의 형태로 구분하여 등록하고 친밀도 등도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휴먼 네트워크 정보들은 영업 및 기타 대외 업무 등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의 경우에도 ‘Knowledge Resource Directory’라는 400쪽 분량의 휴먼 네트워크 책자를 만들었다. 이 책에는 맥킨지의 전 세계 지사에 근무 중인 컨설턴트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전문 분야까지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 도움을 청할 경우 즉시 응답해 주도록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별, 기능별로 지식과 노하우를 대표하는 리더급 인사가 누구이며 해당 분야에 처음 접할 경우 누구로부터 지도를 받을지도 일목요연하게 수록하고 문제 해결 및 코칭까지 지원하고 있다.
● 회사 이미지 제고
퇴사자들과의 휴먼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것도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퇴사자들을 회사를 배신하고 떠나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오히려 연락을 단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기에 떠나는 퇴사자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임직원들이 퇴사하게 되면, 이들은 회사에 관한 입소문의 진원지가 되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회사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퇴사자들이 회사에 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고, 퇴사 후에도 성공하게 된다면 회사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도 퇴사한 임직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 전자업체 E사의 경우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Family Club’을 만들어 퇴사자들의 동정이나 정보 또는 회사의 현황이나 공지사항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연말 송년회 또는 전사 체육 대회를 할 때면 퇴사자들을 초청하여 친목과 우의를 다짐으로써 퇴사 후에도 끈끈한 동지애를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또한, LG CNS나 삼성 SDS와 같은 업계 선도 기업들의 경우에는 퇴사자들간 휴먼 네트워크를 지원함으로써 업계 타기업으로의 취업에 도움을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재들을 배출해 내는 인재 사관 학교라는 이미지도 얻고 있다.
특히, 퇴사한 임원들의 경우에는 상당한 경륜과 경험도 갖추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한다는 차원에서도 기업들은 배려나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LG나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퇴사한 임원에게 1~3년간의 고문 또는 자문역을 부여함으로써 자사에 대한 전문 지식 및 지혜를 활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중장기 비전과 같은 통찰력이 필요한 사안의 경우 공식 발표 전에 퇴사 임원들의 조언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회사 임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 정도는?
서두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 취업 사이트 조사 결과 휴먼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96%로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 생활에서 ‘휴먼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66%에 달했다. 특히 그 원인으로는 소극적인 성격이 31%, 방법을 몰라서가 29%로 상당 수가 휴먼 네트워크를 만들고는 싶지만 생각대로 잘 안 된다고 하소연 한다.
따라서, 회사는 임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를 활용하려고만 들 것이 아니라, 휴먼 네트워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수시로 체크(<그림> 참조)해 보고 폭 넓은 네트워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 및 지도해 줄 필요가 있다.
우선, 지원 측면에서는 임직원들이 사내 또는 사외에 동호회와 같은 모임을 만들거나 참여 시, 금전적 또는 시간적으로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 지금도 몇몇 기업들은 동호회 운영 시 매월 인당 3천원~1만원 정도의 운영비를 지원해 주고, 월 1회 정도 근무 시간 중 일정 시간 모임을 갖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업무 관련 각종 컨퍼런스나 세미나 등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임직원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휴먼 네트워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보나 스킬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휴먼 네트워크가 조직의 경쟁력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는 것도 임직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첫째, 전략적으로 필요한 네트워크를 강화하라, 둘째, 장기적 관점에서 선행적 관계를 구축하라, 셋째, 실력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쌓아라, 넷째, 무엇을 주고받을 지를 고민하라, 다섯째, 정도에서 벗어나지 마라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해외로 이주한 중국인들인 화교가 전세계에 약 140개국에 3천만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전세계 경제에서 화교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넘고 있다. 이처럼 화교가 번창하게 된 계기에 대해 대부분의 학자들은 화교들간의 휴먼 네트워크인 '콴시’라고 지적한다. 화교들은 이 콴시를 활용하여 정보도 교환하고 끼리끼리 비즈니스도 함으로써 현지인들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춰 나갔던 것이다. 끈끈하게 뭉쳐진 휴먼 네트워크가 얼마나 강력해 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끝-
출처-주간경제 843호 허진
화장품 회사 해외사업팀의 Y 팀장은 패션과 미의 본 고장인 유럽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할 수 없어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는 주로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적으로 진출하다 보니 유럽 지역의 화장품 유통망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Y 팀장은 인터넷과 부하 직원들을 통해 정보를 찾았지만 ‘입맛’에 맞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경영대학원 과정의 동기를 만나면서 일이 쉽게 풀렸다. 이 동기가 유럽 화장품 유통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친구를 소개시켜줘 원하던 정보를 한꺼번에 얻게 된 것은 물론 유럽의 유력한 유통망과 계약까지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Y 팀장의 사례와 같이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헤쳐나가기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우리는 휴먼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실제로 한 취업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96%가 직장 생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휴먼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휴먼 네트워크란?
휴먼 네트워크란 사람들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망, 즉 인맥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주로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해 네트워크가 구축되었기 때문에 개인적 속성이 강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활용도가 낮았으며, 활용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인 경향이 많았다. 또한 휴먼 네트워크의 활용은 실력이 없어 누군가에 의지한다는 인식을 주거나, 편법이나 불법적인 거래와 연계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정보화, 지식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활용 가능한 정보와 지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되었다. 그런데 개인이 이런 많은 정보나 지식을 모두 다 흡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니, 유용한 지식이나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해졌다. Know-what과 더불어 Know-where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람들이 서로 자원이 되어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휴먼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심지어 공식적으로 개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로 지능(IQ)나, 감성 지능(EQ)에 이어 폭 넓은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능력인 관계 지능(NQ)이 새로이 꼽히기도 한다.
휴먼 네트워크의 활용
이처럼 휴먼 네트워크가 중요해짐에 따라 이를 회사 차원의 무형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임직원들이 폭 넓은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금전적, 시간적으로 적극 지원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예컨대 벌써 많은 기업들이 사내/외 동호회의 구성 및 운영을 물질적, 시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임직원이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 대기업들의 경우 중간 관리자급 이상의 인사 고과 항목에 휴먼 네트워크 관련 활동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휴먼 네트워크를 기업에서 단지 인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이하에서는 휴먼 네트워크가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 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 임직원 인재 추천
기업에 있어 우수 인재의 확보와 유지는 더 이상 재론할 여지가 없는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확보한 인재들 가운데 약 30%가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얼마 있지 못해 다시 나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수 인재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회사의 외형만을 보고 입사했다가 조직 문화가 맞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최근 상당 수 기업들이 내부 임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인재를 확보하는 임직원 추천제(Referral)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
임직원 추천제는 조직 문화와 행동 규범 등에 익숙한 내부 임직원들로부터 적당한 동료, 선후배, 지인들을 추천 받아 사람을 채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내부 임직원들을 통해 조직의 문화적 특성이 지원자들에게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된다는 가정 하에 운영된다. 실제로 임직원 추천제에 의해 입사한 지원자의 경우,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이직 의향도 낮은 경향이 있다. 한편, 임직원 추천으로 채용한 사람들은 기존의 임직원들과의 문화적 동질성은 높은 반면, 문화적 다양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임직원 추천제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대부분이 공개 채용을 함께 병행하고 있는 추세이다.
임직원 추천제를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시스코(Cisco)가 있다. 동사는 신입 및 경력 사원을 채용할 때 공개 채용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이 지인들을 추천하는 임직원 추천제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채용 후 조직에 대한 적응이나 퇴사율을 등을 볼 때 임직원 추천에 의해 채용된 사람들이 훨씬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적인 전력 생산업체인 AES는 의사 결정을 분산시키고 직원들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인재 확보를 위해서도 임직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사원 추천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 현대백화점이 임직원 추천제를 최초로 도입한 이후 대기업,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돼 현재 신입 사원 중 20∼30%가 임직원 추천제로 채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 기업 가운데 상당 수 회사들이 임직원 추천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 추천된 지원자가 입사할 경우 추천한 임직원에게 금전적 보상까지 지급하고 있다.
● 신제품/신기술 개발
우수한 인재 못지 않게 중요한 경쟁력은 선도적인 신기술이나 신제품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임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과거 많은 기업들이 보안 때문에 신제품이나 신기술 개발을 사내(in-house R&D)에서 비밀리에 많이 추진해 왔었다. 그런데, 사내 개발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니 다양성이나 창의성이 점차 떨어지고, 자기 기술만이 최고라는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이 나타나기 까지 했다. IBM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인데,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했지만 자사의 주력인 대형 컴퓨터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자만한 나머지 결국 도산의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90년 이후 IBM이나 노키아 등 세계적인 선진 기업들과 첨단 기술의 산실인 실리콘 벨리의 기업들은 사외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 환경의 변화나 고객의 니즈 정보를 파악하고 이로부터 신기술이나 신제품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 예를 들면, 노키아의 경우 사내 R&D와 더불어 산학 협동이나 벤처 등과 같은 사외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필요 시 막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실리콘 벨리의 벤처 기업의 기술자들은 본인이 연구하고 있는 신기술을 사외 동호회 등에 공개하고 기술적 결함이나 보완점들을 찾기도 한다.
또한, 자사가 개발한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임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시험 테스트하고 문제점을 보완한 뒤 공식 출시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MS가 컴퓨터 운영 체제(OS)나 각종 프로그램 등 신제품을 개발한 경우, 이를 임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보급/사용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한 뒤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바로 그 예라 할 수 있다.
● 신속한 문제 해결/위기 관리
개인 차원에서는, 어떤 사람이 단순한 지인일 수 있지만 다른 동료에게는 문제 해결의 결정적 장본인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가 서로 공유될 때 이를 통해 어려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함으로써 기대치 않았던 이익을 얻거나 엄청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A사의 경우, 수출된 제품에 대해 현지에서 클레임이 제기되어 매일 거액의 보관 비용을 들여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현지 용역 업체 사장을 잘 알고 있는 직원이 있어 이 문제에 신속하게 대처함으로써 5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추가로 고객으로부터 신뢰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휴먼 네트워크는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 도움이 된다. 위기 시에는 기업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신뢰가 많이 떨어지게 되며, 이 경우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실추된 신뢰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내 B 증권사의 경우 외국 증권사와의 거래에서 거래 관행상의 오해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봐야 할 상황이 있었다. 그런데, 마침 임직원 가운데 해당 증권사의 고위 책임자와 휴먼 네트워크가 있어, 수시로 만나 보다 온화한 분위기에서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함으로써 오해를 풀 수 있었고, 양사가 Win-win하는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처럼 휴먼 네트워크가 위기 관리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서 착안하여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이 갖고 있는 휴먼 네트워크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기업인 C사의 경우에는 사내 인트라넷에 ‘임직원 인맥 정보’란을 만들어, 휴먼 네트워크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협력업체, 고객, 지인, 가족 등의 형태로 구분하여 등록하고 친밀도 등도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휴먼 네트워크 정보들은 영업 및 기타 대외 업무 등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의 경우에도 ‘Knowledge Resource Directory’라는 400쪽 분량의 휴먼 네트워크 책자를 만들었다. 이 책에는 맥킨지의 전 세계 지사에 근무 중인 컨설턴트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전문 분야까지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 도움을 청할 경우 즉시 응답해 주도록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별, 기능별로 지식과 노하우를 대표하는 리더급 인사가 누구이며 해당 분야에 처음 접할 경우 누구로부터 지도를 받을지도 일목요연하게 수록하고 문제 해결 및 코칭까지 지원하고 있다.
● 회사 이미지 제고
퇴사자들과의 휴먼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것도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퇴사자들을 회사를 배신하고 떠나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오히려 연락을 단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기에 떠나는 퇴사자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임직원들이 퇴사하게 되면, 이들은 회사에 관한 입소문의 진원지가 되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회사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퇴사자들이 회사에 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고, 퇴사 후에도 성공하게 된다면 회사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도 퇴사한 임직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 전자업체 E사의 경우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Family Club’을 만들어 퇴사자들의 동정이나 정보 또는 회사의 현황이나 공지사항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연말 송년회 또는 전사 체육 대회를 할 때면 퇴사자들을 초청하여 친목과 우의를 다짐으로써 퇴사 후에도 끈끈한 동지애를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또한, LG CNS나 삼성 SDS와 같은 업계 선도 기업들의 경우에는 퇴사자들간 휴먼 네트워크를 지원함으로써 업계 타기업으로의 취업에 도움을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재들을 배출해 내는 인재 사관 학교라는 이미지도 얻고 있다.
특히, 퇴사한 임원들의 경우에는 상당한 경륜과 경험도 갖추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한다는 차원에서도 기업들은 배려나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LG나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퇴사한 임원에게 1~3년간의 고문 또는 자문역을 부여함으로써 자사에 대한 전문 지식 및 지혜를 활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중장기 비전과 같은 통찰력이 필요한 사안의 경우 공식 발표 전에 퇴사 임원들의 조언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회사 임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 정도는?
서두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 취업 사이트 조사 결과 휴먼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96%로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 생활에서 ‘휴먼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66%에 달했다. 특히 그 원인으로는 소극적인 성격이 31%, 방법을 몰라서가 29%로 상당 수가 휴먼 네트워크를 만들고는 싶지만 생각대로 잘 안 된다고 하소연 한다.
따라서, 회사는 임직원들의 휴먼 네트워크를 활용하려고만 들 것이 아니라, 휴먼 네트워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수시로 체크(<그림> 참조)해 보고 폭 넓은 네트워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 및 지도해 줄 필요가 있다.
우선, 지원 측면에서는 임직원들이 사내 또는 사외에 동호회와 같은 모임을 만들거나 참여 시, 금전적 또는 시간적으로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 지금도 몇몇 기업들은 동호회 운영 시 매월 인당 3천원~1만원 정도의 운영비를 지원해 주고, 월 1회 정도 근무 시간 중 일정 시간 모임을 갖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업무 관련 각종 컨퍼런스나 세미나 등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임직원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휴먼 네트워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보나 스킬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휴먼 네트워크가 조직의 경쟁력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는 것도 임직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첫째, 전략적으로 필요한 네트워크를 강화하라, 둘째, 장기적 관점에서 선행적 관계를 구축하라, 셋째, 실력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쌓아라, 넷째, 무엇을 주고받을 지를 고민하라, 다섯째, 정도에서 벗어나지 마라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해외로 이주한 중국인들인 화교가 전세계에 약 140개국에 3천만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전세계 경제에서 화교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넘고 있다. 이처럼 화교가 번창하게 된 계기에 대해 대부분의 학자들은 화교들간의 휴먼 네트워크인 '콴시’라고 지적한다. 화교들은 이 콴시를 활용하여 정보도 교환하고 끼리끼리 비즈니스도 함으로써 현지인들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춰 나갔던 것이다. 끈끈하게 뭉쳐진 휴먼 네트워크가 얼마나 강력해 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끝-
출처-주간경제 843호 허진
출처 : 부자마을 사람들
글쓴이 : bm.이한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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