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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스시’ 한점으로 배우는 글로벌경제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5. 23. 23:01

‘스시’ 한점으로 배우는 글로벌경제

 

‘스시’ 따라 2년간 5대륙 14개국 취재
‘까다로운 선어요리 세계화’ 과정 추적
무역업자·경매사·요리사…인물 열전도

 

» 〈스시 이코노미〉

〈스시 이코노미〉
사샤 아이센버그 지음·김원옥 옮김/해냄·1만5000원

 

출출할 땐 풀빵 생각이 난다. 예전엔 그랬다. 하굣길 퇴근길에 사람들은 한 봉지씩 그것을 사들곤 했다. 물안개 같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천막을 들추면 풀빵이 있었다. 시커먼 쇠틀에서 풀빵은 착착 찍혀 나왔다.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어 구운 그것은 한국사회가 산업화로 치닫던 시절, 대량생산 체제의 한 풍경이었다.

 

바다 건너 일본은 어땠을까? 팔딱이는 생선을 저며 따끈한 쌀밥에 얹어 먹는 스시(초밥). 18세기 중반을 지나며 에도(지금의 도쿄)에서 ‘길거리표 간식’으로 출발했던 스시는 이내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1930년대 도쿄에만도 스시 전문점이 3천 곳을 넘었다. 햄버거나 튀김 등을 가리키는 패스트푸드의 원조였던 셈이다. 최고의 스시 재료로 쳤던 청새치에서 잡어에 이르기까지 일본인들은 계층에 따라 서로 다른 생선을 얹은 스시를 먹었다. 하지만 스시가 일본인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위세를 키운 데 견줘 풀빵은 ‘몰락한 양반’처럼 쭈그러진 채 잊혀져 버렸다. 풀빵을 음식으로 부르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항공(JAL)의 패기만만한 신입사원이었던 오카자키 아키라. 화물사업 고객을 발굴하던 그는 어느날 도쿄의 최대 어시장 쓰키지를 찾는다. 그곳엔 오카자키를 한눈에 반하게 만든 것이 있었다. “은색으로 번쩍거리는 원통형 몸통이 색칠하지 않은 스테인리스 스틸 제트기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생선. 기름기 때문에 고양이 먹이로나 던져주던 붉은 살 생선. 바로 참치(참다랑어)였다. 오카자키의 눈이 번쩍, 귀가 쫑긋했다. 이미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일본 스시의 대세는 ‘참치’로 기울었고 사람들은 더 신선한 상태로 참치를 즐기고 싶어 안달했다. 공급은 적고 수요가 많으니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으며, 엄청난 크기 덕에 이윤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참치야말로 화물 운송의 ‘블루 오션’이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카자키는 1972년 여름, 대서양산 참다랑어의 뉴욕~도쿄 특급수송 작전에 성공한다. 생선을 비행기에 태운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후 미국 뉴잉글랜드 글로스터 항구는 1970~80년대 참치잡이로 목돈을 손에 쥐려는 어부들이 ‘골드 러시’를 이룬다. 전자제품과 자동차뿐 아니라 스시 또한 미국시장 공략을 통해 일본 경제의 비약적 성장을 가능케 한 ‘일등 공신’이었다.

 

〈스시 이코노미〉의 지은이 사샤 아이센버그는 이것을 “민감하고 까다로운 요리를 전 세계에 보급시키기 위해 현대식 인프라를 활용한 예”로 들고 “이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탈공간성”으로 평가한다. 발상의 전환으로 일군 마케팅 성공의 한 사례인 것이다. 화물·음식·해산물·미래의 경제 4부로 나뉘어 소개되는 책은 스시계 인물 열전이면서 ‘손에 잡히는’ 경제학 교과서이며, 스시에 바치는 ‘헌사’로도 읽힌다.

쓰키지 어시장의 경매사 마쓰이 하루오의 하루.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형성되는 긴장 관계 속에서 유통이 물품뿐만 아니라 신뢰의 거래라는 점이 드러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출장 온 비즈니스맨들의 스시 수요를 간파하고 선어를 ‘상하지 않은 상태’로 유통해 대박을 터뜨리는 뮤추얼 트레이딩 업자들의 기민함. ‘21세기 거간꾼’의 역활 모델이자 유통 경제의 위력을 거듭 되새기게 한다. 떠돌이 요리사에서 세계 최고의 스시 체인 ‘노부’를 일군 마쓰히사 노부유키의 역정은 그 자체 ‘신지식인’의 일본판이다.

 

“어떤 음식이나 상품보다도, 스시를 먹는 것은 세계 무역에 온전히 관여하는, 진보한 무역 네트워크로의 접근을 과시하는 것”이라는 지은이는 스시를 프리즘 삼아 글로벌 경제의 실상을 묘사한다. 생산-도매-소매-경영-마케팅-디자인-소비까지, 실물경제의 흐름을 익힐 수 있는 삽화가 곳곳에 있어 어려운 경제용어에 기대지 않고도 ‘감’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미국의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기자인 지은이가 2년여 동안 5개 대륙 14개 나라를 현장 취재한 내용을 엮었다.

 

출처:한계레 전진식

출처 : 나루터의 재미있는 경영이야기
글쓴이 : 나루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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