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금융자산, 어느 쪽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까?
작년부터 불어 닥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동산(특히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점점 더 작아지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많아지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식, 펀드 등 금융자산에 대한 관심은 최근 주가 하락에도 상당히 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각종 경제 잡지나 신문의 관련 기사 비중에서도 전통적으로 주식이나 금융자산 관련 기사가 부동산보다 월등히 크게 차지하고 있다. 이는 금융시장 변화의 경우 매일매일 눈에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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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자산관리 전문가나 관련 서적 등에서는 우리나라의 가계자산 중 약 80%에 달하는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특히 투자자산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이 제대로 된 자산관리인 것처럼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주장을 펴는 근저에는 부동산은 투자단위가 상대적으로 크고 한번 의사결정하면 변경하기가 쉽지 않고 가격 변화도 실시간으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이에 반해 금융자산은 리얼타임으로 가격 변화가 생기고 투자 대상 변경도 이론적으로는 부동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다 보니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내 자산의 80%를 차지하는 부분은 소홀히 하고 20%에 불과한 자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서 제대로 된 자산관리가 될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인식의 오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내 눈앞에 자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친숙해져 있다 보니 잘 할 수 있다는 과신이 생기는 것이다. 눈앞에 쉽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잘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무관심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이고 20%가 금융자산이라 할 때 어느 쪽에 상대적으로 더 신경 쓰고 좋은 투자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해야 하겠는가는 금방 답이 나온다. 그야 말할 것도 없이 부동산이다.
예를 들어 10년이나 20년 정도의 장기간에 걸쳐 80%의 부동산에서는 5%의 수익을, 20%의 금융자산에서 매년 15%(정기예금 수익률의 3배 정도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는 사람(가중평균수익율은 7%)과 80%에서는 매년 10%의 수익을 올리고 20%에서 5%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가중평균수익율은 9%)의 자산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차이가 벌어진다.
보유 비중 큰 자산일수록 장기투자 결과도 좋다
금융자산에 소홀하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중요한 것에 더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거주하고 있는 집에 대해서는 ‘그냥 살지 뭐. 주위 사람들과 정도 들었고 옮기려고 하니까 귀찮기도 하고…’라고 자기 위안하면서 애써 부동산의 변화에 무관심해지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액션을 취할 수 있다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중하지 못하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의사결정으로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얼마 전 미국의 뉴욕과 필라델피아의 지인들을 만나고 왔다. 대부분 미국에서 생활한 지가 20년 가까이 된 사람들인데 최대 관심사가 부동산 문제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좋은 지역의 집을 사려고 하면 협의해서 현재가보다 20%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보니 언제 집을 이전하는 것이 좋은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 사람들도 미국의 대세 상승기에 주식투자를 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고 대부분 부동산이 올라 현재의 자산을 이루었다.
흔히 주식투자에 있어 장기투자를 성공투자의 지름길로 얘기하지만 실제로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1977년부터 199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수익을 올린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가 운용한 마젤란펀드에서도 가입자의 50% 이상이 손해보고 나왔다고 한다.
과연 이 글을 읽고 있는 일반인들 중 5년 이상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특출한 몇 사람이 실행했던 (또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대다수의 사람이 현실적으로 할 수 없다면 그 현실은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부자들은 이미 상당한 자산을 형성해 본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대부분의 자산이 소유 내지는 전세 부동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금융자산은 전체 자산의 20%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부자들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이 평균적으로 5 : 5 정도임을 감안할 때 일반인들의 부동산 비중은 평균인 80%보다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관심 비중이 역전되어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라 생각된다.
필자가 만나본 많은 부자들의 경우 큰 돈은 대부분 사업이나 부동산으로 벌었고 그것을 발판으로 금융자산을 만들어 나갔다. 즉, 금융자산을 잘 굴려 부자가 된 사람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목적은 큰 돈을 벌겠다는 것보다는 물가상승률을 커버하고 플러스알파를 추구하는 수준에서 관심과 신경을 쓰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과도한 관심은 자칫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일 주식시세 알아보고 수익률 좋은 펀드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노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부동산 정보를 찾아보고 실제 현장을 방문하는 데 사용한다면 5년, 10년 후의 자산 규모는 매우 큰 차이가 날 가능성이 크다.
/ 이코노미플러스 김선열 삼성증권 FNHonors 분당지점장
부자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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