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가 말하는 한반도 대운하는?
세계일보 기사전송 2008-03-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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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비 ↓ 지역균형 발전 ↑ 레저관광 ↑ 다목적 사업
[이허브] 새 정부의 대운하 건설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장점을 살려 현재의 내륙 중심, 내륙 지향적인 국토를 선진 구조로 개편하는 데 있다. 유럽의 반도 국가들이 하나같이 강과 항구를 수도로 삼고 이를 거점으로 물길을 개척하면서 오늘의 선진국 위치에 이르게 된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운하로 한반도의 물길을 잡아 물류비를 절감는 한편 지역 균형발전, 물 부족에 대비한 수자원 보존과 관리, 미래형 친환경 교통수단 확보, 선진국형 관광레저 자원 개발 등 다양한 부가적인 효과를 파생시켜 한국경제가 제2의 도약을 이루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대운하 개발 효과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언급됐지만 물류 관점에서는 도로에 집중된 수송 비중(도로운송 89%, 철도운송 9.4%, 연안해운 1.6%. 2006년 건교부 자료)을 분산시켜 GDP(국내총생산) 대비 12% 수준인 높은 물류비용을 미국(7.5%), 일본(5%)과 유사한 정도로 대폭 낮추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한반도 대운하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추부길 청와대 정무수석실 홍보기획 비서관은 “대운하 건설 효과는 물류경쟁력에 있다”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하가 완공되면 대량 수송에 따른 운임 하락으로 현재의 3분의 1 정도 비용(15만원)으로도 컨테이너 운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더구나 육로운송에서도 양산에 있는 내륙컨테이너기지나 부산의 ODCY(항만 인근의 컨테이너 야적장 등에 컨테이너를 적재한 후 다시 선적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운하 터미널이 조성되면 지금의 부족한 내륙물류기지(ICD) 역할을 보완하는 장점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운하의 경제성이 이미 검증된 것으로 보고 있다. 1997년 수자원공사가 부정적 관점에서 조사한 경부운하의 경제성에 대해 수송비 절감 효과를 -2조5,136억원으로 보고, 비용편익(BC) 비율( 1 이상이면 경제성 있음)을 0.948로 산정한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는 경부간 60시간이 걸려 시간가치 손실이 더 커 이용자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2007년 6월 건설교통부 보고서에서 수송비 절감 효과를 마이너스로 잡은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수송비 절감 효과를 ‘0’으로 환산해도 ‘1.5’는 나온다고 밝힌 것이다. 또 삼성그룹이 1995년 낙동강 운하의 경제성을 인정해 순수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뜻을 내비쳤고 포스코에서도 비슷한 시기 경부운하가 경제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낸 적도 있어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령산에 터널, 한강·낙동강 이어
경부운하 어떻게 만드나
경부운하는 한반도 대운하 중 가장 길고 물동량이 집중되는 핵심 운하다. 212㎞의 한강 구간과 288㎞의 낙동강 구간이 만나는 조령산에 터널을 만들어 40㎞ 구간을 인공수로로 이어주고 하상이 낮은 일부 구간을 준설해 540㎞에 이르는 물길로 건설된다.
한강 구간은 대부분 자연하천(187Km)을 그대로 이용하며 6개의 보(기존 3개, 신설 3개)를 설치하고 낙동강 구간은 총 280Km 구간이 자연하천으로 6개의 보를 추가로 만든다. 경부운하 건설 방식은 대부분 확정된 상태이지만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인공수로는 터널로 할지 리프트를 이용한 스카이라인으로 할지 검토 중이다.
하천 준설 골재로 공사비 56% 충당
경부운하 건설비용은 조령산 구간을 터널로 할 땐 14조9000억원, 스카이라인은 15조8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준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골재 약 8억3000톤을 매각한 8조원으로 공사비의 56%를 충당하고 나머지 비용은 민간자본 등을 유치해 조달한다. 국고에선 한푼도 쓰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고의 국내 토목기술과 IT를 활용한 건축 노하우가 발휘되면 비용 외에도 공사기간과 운하의 활용도에서도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건설비용은 서울~대전(약 160km) 복선 철로를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4조5000억원에 비하면 크다고 볼 수 없으며 도로 건설비용과 견주어도 큰 액수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운송 시간은 서울~부산 편도 야간 도로운송이 5시간 내외, 철도가 6시간 내외, 연안해운이 28시간(환적 시간 제외)이다. 이에비해 대운하는 운하의 폭과 깊이를 충분히 확보해 경부구간 540Km 중 7%(40Km)는 시속 13Km로, 나머지 구간을 30Km로 운항한다면 총 운항시간은 길어야 24시간, 환적 시간을 포함해도 30~35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운송시간이 운하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정부는 시간을 다투는 수출입 상품은 종전처럼 도로, 철도나 항공기 등을 이용하고 통상 선박을 이용해 15~20일 이상 걸리는 화물(백색가전, 의류, 일반 공산품 등)은 운하로 하루 이틀 더 걸려 운송한다고 문제될 게 없지 않으냐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물류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운하 주변 화물터미널은 선 하역, 반출, 보관, 분류 등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육로 측의 견고한 지반을 갖춘 수로 측의 넓고 정온한 수역에 수심 확보가 용이하고 퇴적이 발생하지 않는 곳을 중심으로 자리할 계획이다.
화물터미널 여주·충주·구미·밀양 등 물망
개발 잠재력(접근성, 확장성), 주변 지역과의 관계(인접성, 개발 촉진성) 등도 고려해 총 12개 지역(파주, 행주, 남양주, 여주, 원주, 충주, 상주, 구미, 대구, 합천, 함안·남지, 창원·밀양)이 운하터미널 예정지로 확정됐다. 이럴 경우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물류거점 마련에 목말라 있던 유통·물류업계의 갈증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앞으로의 성장률을 6~7%대로 잡고 물동량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독일이 전체 화물운송의 14%를 운하가 담당한다는 사실에 기초해 한반도 대운하 역시 경부 간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 (연간 약 761만TEU, 2011년 기준, 해양수산부 자료)의 14%인 연간 104만TEU가량을 흡수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서 ‘경부축 물동량’이란 단순히 부산과 수도권을 오가는 물량이 아니라 대구, 구미, 대전 등 경부 축을 중심으로 모든 지역에서 이동하는 물량까지 합산한 것이다. 2006년 건설교통부가 국가물류기본계획에서 국내 화물수송 수요가 2003년 16억6000톤에서 2020년 34억6000톤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한 한·미, 한·EU 자유무역협정(FTA)등 앞으로 예상치 못한 물량 증가 요인도 많아 미래의 대체 운송수단 측면에서도 경부운하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손정우 기자 jwson@segye.com · 조영옥 기자 t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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