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팔아 월 5% 수익, 국공채 분산투자 절세, 임대수입 월2000만원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대변되는 이른바 ‘3중고(重苦)’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요즘에도 엄청나게 돈을 긁어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강남의 ‘알짜’ 자산가로 불리는 이들의 재산증식 기법은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의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에서 세간의 부러움을 살 정도다. 치솟는 환율과 가파르게 상승하는 금리, 물가가 이들에게는 더없는 부(富)의 원천이다. 환율 상승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대규모 환차익을 안겨다주고 있고, 치솟는 금리는 이자증식의 일등공신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정부가 대대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당시 이익을 본 사람들이 외국계 투자자들과 일부 강남의 부자들이란 얘기는 시장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예금과 달러연금보험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가 하면, 3개월에서 6개월 단위의 단기채권투자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일부는 정기예금보다 이자가 높은 양도성예금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고, 전통적인 알짜 부자들은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시장까지 녹이면서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모든 게 돈이다=대기업 이사인 김중석(54) 씨는 요즘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만 보노라면 신바람이 난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환율이 그에겐 그저 앉아서 돈을 벌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부까지 나서서 환율을 잡겠다며 떠들썩하지만 그는 차곡차곡 불어나는 자산에 뿌듯한 기분으로 가득하다.
1050원을 돌파한 환율에 정부가 또다시 시장에 개입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물가가 잡히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지난번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털어 환율을 떨어뜨렸을 때 사뒀던 달러를 팔 찬스가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씨가 최근 시장에서 올린 수익률은 어마어마하다. 1000원대의 환율에서 1억원을 투자, 한 달 만에 1047원까지 오르며 5% 가까운 수익을 냈다. 이는 1억원을 투자해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했을 때 세금을 제외한 수익과 맞먹는 규모다.
일반 서민들은 치솟는 환율을 보면 장바구니 물가 걱정부터 덜컥 들지만, 김씨에겐 반대로 늘어나는 돈일 뿐이다.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이석현(55) 씨는 최근 호주달러연금보험을 해지해 20%의 수익을 챙겼다. 지난 2005년 미국 금리와 우리나라 금리가 역전됐을 당시 유행했던 외화연금보험에 가입했던 이씨는 최근 달러연금보험으로 눈을 돌렸다. 달러 강세가 앞으로 지속될 것이란 뉴스에 환율이 당분간 오를 것이란 확신에서다. 10년 보유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기는 하지만 계속 가져갈 생각은 없다. 하지만 연이율 5~6%가 보장되기 때문에 환차익 정도는 무난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당장 3년 전 미국에 사뒀던 부동산 중도금을 치러야 하는 그로서는 급전을 마련하는 데 최근 천정부지로 올라주는 환율이 고맙기만 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강남의 알짜 부자들의 최대 관심은 세금을 줄이는 데 있다.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들에겐 분리과세채권이 요즘 상한가를 치고 있다. 표면금리가 낮아 과표가 줄어드는 효과가 매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에 돈을 많이 굴리는 거액자산가의 경우 이자소득의 최고 38.5%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이 상품의 경우 33%만 내면 되고 이자율도 6개월짜리 CD나 정기예금보다 0.5%포인트 정도 높다는 게 장점이다. 10억원의 금융자산을 굴리고 있는 김영숙(45) 씨는 적립식펀드를 깨고 5억원을 분리과세채권, 국공채, 지방채 등 단기채권에 분산 투자했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서도 강남의 부자들은 선전하고 있다. 최근까지 수도권 외곽에 60억원 규모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던 김정숙(가명, 49) 씨는 그 빌딩을 팔고 강북의 대학 근처에 20억원짜리 빌딩과 30억원짜리 빌딩 두 채로 나눠 매입했다. 강북 지역이 유동성이 그나마 괜찮고 경기 침체의 영향을 그나마 덜 받는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또 대학 근처가 공실률이 적고 자금회전율이 높다는 점도 십분 활용했다는 게 김씨의 얘기다. 그녀는 월 2000만~3000만원의 임대수입을 올리고 있다. 최근의 금리 인상은 그녀로서는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 됐다.
▶그들은 누구인가=이들은 단순한 은퇴 자산가들이 아니다. 대기업 중역들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는 자산가들로 그만큼 발빠르게 현재의 경제 돌아가는 상황을 꿰뚫고 있다는 게 시중은행 PB들의 얘기다.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강남 지역의 자산가들은 최소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으면서 환율 등 경제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초 관심을 끌었던 물가연동국고채는 최근 들어 유가가 하락하면서 강남지역의 수요가 뚝 떨어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최근까지 강남의 고액자산가들이 많이 샀는데 유가 하락으로 판매량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강남의 고액투자자들은 최근 경기 상황을 활용해 절세 목적으로 채권에 많이 투자하고 있고, 일부는 양도성예금이나 정기예금에 투자해 재산을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상현 기자(puquap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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