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보험 바꿔치기’ 횡포
가입자도 모르게 10년만기 상품→5년만기로 임의 전환
“사고 후유증보다 보험회사와의 싸움이 더 힘겹습니다.”
신모(40·제주시 일도2동)씨는 지난 2002년 9월 건물 공사장에서 추락해 발목과 무릎을 크게 다친 뒤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신씨는 다행히 D화재의 상해보험에 가입해 있었다. 이사 도중 잃어버린 보험계약청약서를 재발급받기 위해 보험사 지점을 찾은 신씨는 10년 만기 상해보험이 5년 만기 상품으로 둔갑한 사실을 발견했다. 자기도 모르게 보험금 지급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바뀐 청약서에는 누군가가 대신 서명을 기재한 것도 알게 됐다.
신씨는 경찰서와 금융감독원을 돌아다니며 계약기간을 겨우 10년으로 되돌렸지만, 보장 내용은 여전히 원상태로 복구하지 못했다.
●“기존 보험 10억 보장… 전환해 고작 700만원”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통원 치료비의 30%를 지급해 오던 보험사가 지난해 말 느닷없이 “질병입원의료비 산정이 잘못됐다.”며 법원에 민사소송(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신씨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보험사를 고소할 예정이다.
이모(52·여)씨는 1998년 K생명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다가 2006년 5월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같은 회사의 다른 보험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6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씨는 보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기존 상품에 포함된 뇌경색 보장이 갈아탄 상품에는 빠졌기 때문이다.
조모(56)씨는 최근 교통사고로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보험을 전환한 뒤였다. 기존 보험은 1급 장애 판정시 10억원을 보장해 줬지만, 현재 보험으로는 700만원만 받게 돼 있다. 조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계약전환 확인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구제받지 못했다. 조씨는 “계약전환 확인서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손해의 책임을 고객이 진다는 항목에 체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사가 고객 몰래 보험을 바꿔치기 하거나 고객에게 불리한 보험으로 전환시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구제 방법이 별로 없어 고객만 피해를 당하고 있다.
이런 피해는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책임준비금(해약환급금)을 이용해 새 보험에 가입하는 ‘계약전환’에서 많이 발생한다. 보험사는 아예 전환전용 보험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준비금을 일시에 예치할 수 있고, 보험사에 불리한 내용을 새 상품으로 전환시키면서 삭제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를 노린 것이다. 국내 3대 생명보험사가 2001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판매한 전환전용 보험은 146만 5474건,5조 5490억원어치에 이른다.
●“보험전환땐 기존 보험과 꼼꼼히 비교해야”
보험업법 제97조 1항은 보험업자는 기존 보험과 새 보험의 정확한 비교 정보를 반드시 제공하도록 돼 있다. 제7조 5항은 부당하게 기존 보험을 해약하도록 유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어떤 경우든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계약전환 확인서’를 받았다면 보험사를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 사고 등으로 손해를 깨달은 고객이 뒤늦게 환원을 요구하는 일이 많지만, 보험업법 제97조 4항에는 전환한 지 6개월 이내에 환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돼 있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회장은 “내용을 잘 모르고 계약전환 확인서에 서명한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이 별로 없다.2003년 보험업법이 개정되면서 처벌 조항마저 사라졌다.”면서 “보험을 전환할 때는 기존 보험과 새 보험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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