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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호수가 말을 걸어오다. 충주 무무스튜디오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4. 08:30

호수가 말을 걸어오다. 충주 무무스튜디오
환경을 생각하는 집· eco-house
도시민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만의 비밀의 화원을 꿈꾼다. 바쁜 삶에 녹초가 되고 스트레스로 천근이 된 몸을 보듬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 무무건축의 두 주인장 강신천·노을선 부부는 충주호가 바라보이는 곳에 특별한 별장을 하나 갖고 있다. 주말이면 부부나 지인들이 자연 속에서 온몸의 세포를 재생시키는 치유의 공간, 무무스튜디오다.



“직사각형의 공간이 있는데, 심심할 정도로 소박하고 깨끗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끄트머리엔 화장실이 있으면 어떨까….”
한 후배에게 살짝 흘린 ‘심심할 정도로 소박한 집’은 작년 충주호 인근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쁜 삶의 휴식처’로 명명한 무무스튜디오는 강신천·노을선 부부의 주말주택이다. 하지만 외관부터 내부 장식까지 일반 전원주택과는 확연히 다르다. 뾰족한 삼각 지붕에 하얀 나무로 지어진 전형적인 전원주택은 어디 가고 네모난 상자가 떡하니 숲에 걸터앉았다.
“카페 같은 주택을 짓고 싶었어요. 주위에 그림이나 사진, 문학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화 이벤트를 겸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결국 일반 주택과 오픈 스튜디오의 기능이 결합된 집이 탄생했어요.”
무무스튜디오는 때론 아늑한 집으로, 때론 지인들과의 파티공간으로 활용된다. 각박한 삶에 에너지를 모두 방출하고 나면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고. 때마침 취재 날에는 노을선 씨의 중학교 동창생 다섯 명이 몇 십 년 만에 뭉쳐 소박한 파티를 열기도 했다.
복합공간을 고려한 설계는 집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신발을 신고 돌아다닐 수 있는 입식 공간은 여백이 느껴질 정도로 간단한 소품만으로 멋을 냈다. 주방이 오픈형태로 이뤄지지 않아 지인들과의 파티를 마음껏 즐길 수 있고, 밤늦게까지 머무는 사람들을 위해 침대방도 두었다.
무엇보다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때 묻지 않은 자연에 폭 안길 수 있다. 집 앞에는 호수가, 뒤편에는 숲이 우거져 있는 무무스튜디오는 긴 유리창만 열면 숲과 호수가 마주보는 공간이다.

주말주택과 오픈스튜디오의 만남 무무스튜디오의 공간은 무척 심플하다. 1층에는 강신천·노을선 부부와 지인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침대방이 있다. 더블침대가 세 개, 모두 여섯 명이 잠들 수 있는 공간이다. 침대 사이에는 칸막이가 놓여 있어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고, 머리맡에는 호수가 보이는 네모난 창을 두어 자연을 방안까지 끌어다 놓았다. 아침이면 따뜻한 햇살이 쏟아져 잠을 깨우는 자연 알람창 역할을 한다.
침대방 책장에는 10년 전에 인기를 얻었던 ‘고전’ 만화책들로 가득하다. 편안한 쉼터를 위한 ‘낡은’ 소품인 셈. 부인 노을선 씨가 수소문해 구입한 것으로 순정만화부터 명랑만화까지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황미나 씨의 ‘우리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란 작품을 가장 좋아해요. 이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하고는 얘기도 하기 싫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이 낡은 만화책 한 권 읽으면서 과거로 돌아가 편히 쉬었으면 좋겠어요.”
2층으로 올라가면 칸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넓은 거실이 나온다. 사실 거실이란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이곳의 용도는 너무나 다양하다. 파티나 전시를 열거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다목적 공간. 20명은 넉넉히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과 의자, 길게 늘어진 커튼과 난로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2층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호수가 내다보이는 데크다. 넓고 긴 데크는 호수를 배경 삼아 바비큐 파티를 열거나 와인잔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숨쉰다. 테이블 몇 개만 놓으면 금세 야외 파티장으로 변하니 봄부터 가을까지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는다.
데크가 호수와 만나는 공간이라면 하늘과 만나는 공간은 화장실이다. 천장이 넓은데다 한쪽 벽면이 모두 유리창으로 되어 있기 때문. 머리 위로는 하늘이, 한쪽 벽면을 통해서는 숲이 그대로 투영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누구라도 이곳에서 한번쯤은 샤워를 해보고 싶을 듯. 높게 달린 해바라기 샤워기를 틀고 있으면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어서다. 심플한 화장실이 이렇게 낭만적인 자연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건 계절과 시간에 따라 자연의 변화를 오롯이 내부로 전달하는 공간설계에 있다.
무무스튜디오의 컨셉트는 심플하면서도 낡은 듯 편안한 공간. 나무기둥을 쓰거나 데크를 만든 것도 이러한 작업의 일환이다. 천장엔 간접조명을 달아 따뜻함을 배가시켰고, 부식시킨 금속으로 난로와 벽면 그리고 와인랙을 만든 것도 편안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색감이 풍부한 벽면의 비밀은 밑바탕을 칠하고 사포질을 한 뒤 다시 덧칠을 한 세 번의 공정에 있다.

1 입구에는 긴 직사각형의 작은 연못이 있어 호수와 집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2 경사면을 그대로 살려 설계한 덕분에 2층 거실 뒷면이 바로 숲과 연결된다. 문을 열어놓으면 나뭇잎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3 1층에 마련된 침대방에는 부부와 지인들을 위한 침대가 여럿 놓여 있다. 침대 사이의 칸막이는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한 배려다. 4 화장실 천장은 모두 유리창으로 되어 있다. 비가 오는 날 샤워를 하면 마치 빗줄기에 온 몸을 맡긴 듯한 착각이 든다. 낙엽이 쌓인 모습이 운치를 더한다. 5  무무스튜디오는 집과 자연의 경계가 없다. 주변 숲에서 떨어진 낙엽이 데크 위를 굴러다닌다. 6  2층 다목적 거실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나 나올법한 긴 테이블이 놓여 있다. 부부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이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7  파티 장소를 겸할 수 있게 벽면으로 주방과 거실을 분리했다. 벽면에는 와인랙과 빈티지한 의자로 이국적인 색채를 연출했다.


그림을 그리듯 만들어낸 한 폭의 집
무무건축의 주인장인 강신천·노을선 부부는 모두 화가 출신이다. 그림을 그리다 집을 짓게 된 동기는 우연에 가깝다. 11년 전 강화도에 손수 지은 친환경 주택이 매스컴을 타면서 주변 지인들로부터 알음알음 건축 의뢰를 받은 것. 심플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배어나는 주택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연락을 해왔고, 결국 이들 부부는 생각지도 않게 집을 짓게 됐다.
사실 부부는 건축학과를 나오거나 건축사무소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집은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짓는다. 화가로서 습득한 공간 구성과 풍부한 색감을 그대로 집에 옮겨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짓는 집은 회화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예술작품이다.
게다가 부부가 공동작업을 하다 보니 서로 부족한 면을 틈틈이 채워준다. 건물의 구조와 색감은 어떻게 할지, 창은 어디에 어떻게 낼지, 조명은 어떤 톤으로 잡을지 모두 부부의 토론과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강 소장이 집의 외관과 건축을 맡는다면 노을선 씨는 집 내부와 데커레이션을 담당한다. 이들 부부에게 집짓기는 마치 커다란 그림을 함께 그려가는 작업과 비슷하다. 20여 채에 달하는 지금까지의 결과물이 모두 ‘무무건축표’ 집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부부의 일관된 감각 때문이다.
“집에는 집을 짓는 사람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죠. 이제까지 지었던 집들은 모두 자연과 소통하는 공간이에요. 집과 자연의 경계선이 없는 집, 자연 속에서 튀지 않는 그런 집이죠.”
무무스튜디오도 이러한 부부의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간이다. 경사지를 무리하게 깎지 않고 숲에 기댄 2층 집을 설계한 것도 자연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경사진 숲에 집을 짓다 보니 자연스럽게 2층 구조가 됐고, 그 덕분에 앞에는 호수 전망대가 뒤에는 숲과의 연결통로가 생겼다. ‘너무나’ 소박한 정원도 마찬가지. 전원주택에서 흔히 보이는 알록달록한 꽃과 조경수는 어디에도 없다. 잔디로 푸르름을 살리긴 했지만 주변 자연환경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풍경이 가장 멋있는 법이죠. 필요해서 만들 수는 있지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만들지는 않아요. 불규칙하게 자라 있는 갈대와 풀들, 그리고 이름 모를 잡초들은 이 집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자연 소품이니까요.”

자연을 닮은 집, 자연을 사랑하는 부부 강신천·노을선 부부의 연애담은 참으로 예술가답다. 둘 다 그림을 그리던 시절, 노을선 씨가 우연히 강신천 씨의 작업실에 들르게 된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남편의 작품 중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어요. 이상하게도 보는 순간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팔레트에 있는 물감으로 그림을 막 지워버렸죠.”
그렇게 100호짜리 강 소장의 작품은 사라졌다. 화가 난 강씨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았고, 그 말은 몇 년 후 ‘결혼’으로 실현됐다. 노을선 씨는 “그 일로 지금까지 15년 동안이나 당하고 산다”며 농담을 하지만 말이다.
화가로 만나 지금은 건축가와 데커레이터로 활동하는 이들 부부는 오늘도 그림을 그리듯 집을 짓는다. 그리고 집을 지으면서 부부는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다. 언제나 자연에 회귀하고 싶은 마음을 집으로 표현하고, 그러한 작업을 통해 자연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소박하지만 깊이가 있는 집을 짓고 싶다는 이들 부부에게, 그 ‘깊이’란 자연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획_문영애 기자 진행_박지현(프리랜서) 사진_문지연

출처 : 닥터상떼
글쓴이 : 닥터상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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