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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흔들리는 대지 La Terra trema: Episodio del mare, 1947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4. 10:47

 

 

 

 

그리스 비극과 <흔들리는 대지>의 구조적 유사성


 그리스 비극이 위대한 까닭은 주체의 능동적 행위의 결과로 숭고한 비극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헤겔의 설명에 따르면 비극의 요체는 ‘대립’이다. 주체가 선택한 불가피한 대립은 자기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간다. 이러한 개인이 개별적 주체로 존립하지 못하고 운명적 고통을 받는 과정에서 비극적 페이소스가 생겨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연민과 공포를 통해 감정정화를 하게 되고 인간의 처절한 삶을 통해 숭고미를 느끼게 된다.

 어업으로 가족생계를 꾸려가는 앤토니는 상인들의 담합과 착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투쟁한다. 집을 담보로 배를 산 뒤 잡은 물고기를 직접 시장에 내다팔려고 하나 폭풍으로 목숨만 부지한 상태가 된다. 그 뒤 앤토니의 가정은 빈곤해지고 서서히 몰락해간다. <흔들리는 대지>는 비극적 과정에 치중해 있는 영화다. 이 중심에는 앤토니가 있다. 앤토니는 대립으로서 비극을 불러일으키는 그리스비극의 주체와 닮아있다.

  영화는 배가 정박하는 씬으로 시작해서 출항하는 씬으로 끝난다. 마치 원형 구조인 한편의 극과 같다. 영화 속에는 다섯 번의 출항이 있다. 이는 앤토니에게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지점인데, 각 출항이후 앤토니의 극적 흐름이 바뀌기 때문이다. 각각 5개의 전환점은 서사의 5개의 단계인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과 유사하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오프닝 이전의 출항은 기존체제의 순응을, 두 번째의 출항은 문제를 인식한 뒤 변화된 모습을, 세 번째는 성공을, 네 번째는 실패를, 마지막 출항은 재시작을 암시한다. 이 영화가 단지 선전영화의 서사적 이야기가 아닌 비극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실패와 재시작의 사이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앤토니는 두 가지 대립을 한다. 세대 간의 대립이 첫 번째고 계급 간의 대립이 그 다음이다. 할아버지세대는 불만족은 있으되, 체제를 뒤엎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수동적 삶을 받아들인 그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기에 앤토니의 행동이 무모하다 여긴다. 자본과 권력으로 노동계급을 착취하는 자본가계급은 앤토니가 체제에 저항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그에게 복수와 대가를 치르게 한다. 앤토니는 모든 갈등으로부터 능동적 선택을 한다. 마치 그리스비극과 같이, 사회의 체계에 반하는 개인의 의지를 표출하는 것과 같다. 결국 자신의 행위의 결과로 가족의 몰락이란 비극을 맞게 되었지만 그는 동생들처럼 절망하거나 도망하지 않는다. 그가 폭풍을 만나 모든 것을 잃는 계기가 된 것 역시 그리스비극의 운명적인 계시와 다르지 않다. 그를 숭고하다 볼 수 있는 까닭은 고통의 시간의 끝에서 의지를 꺾지 않고 희망을 지닌 채 다시 서사를 이끌어 간다는 점에 있다.

 그 외에도 <흔들리는 대지>와 그리스 비극에는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 선전영화로서 몽타주 기법을 이용한 변증법적 전환을 보여주지 않고, 대부분이 롱숏 혹은 롱테이크를 구사한 점에서 하나의 극을 보는 듯하다. 다시 말해 이성적 사고보다 감정의 흐름이 주가 된 드라마적 방법이다. 이를테면 네다와 엔토니의 데이트 장면은 익스트림 롱숏으로 정화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상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코러스의 역할이 나레이션의 자리에 배치되었다는 것이다. 의지, 감정, 의견 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여 이상적 관객의 위치와 전체장면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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