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빚어내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공간
어차피 그들은 행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편의 망령이나 저주받은 공간의 탓이 아니다. 그것은 ‘지노’와 ‘조반나’, 각자의 전사(前事)에서부터 시작된 근원의 문제이다. 거리의 여자였던 ‘조반나’는 안정감 있는 삶을 살기위해 결혼하여 집안의 여자가 되었고, 거리의 남자 ‘지노’는 목적지도 돈도 없는 방랑자의 삶을 살고 있다. 두 남녀는 각각 집 안과 집 밖의 삶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조반나’는 노동의 시간을, ‘지노’는 비생산적 시간을 주로 보낸다. 영화는 트럭 뒤에 있던 남자를 여성의 주된 가사공간인 주방으로 이끄는 것부터 시작된다. 식사를 하는 공간인 홀을 지나쳐 기어이 들어간 주방에는 다리를 벌리고 맞이하는 포즈의 ‘조반나’가 있다. 여성의 자궁과 같은 지리학적 공간인 주방으로 홀린 듯 들어간 ‘지노’가 ‘조반나’와 한눈에 사랑에 빠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둘은 단숨에 육욕을 충족시키지만 각자의 공간에 대한 관성의 법칙은 버리지 못한다. ‘조반나’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참함을 한탄할 때, ‘지노’가 소라를 가지고 놀며 웃는 장면이 그러하다. 여성은 집 안의 고단함을 말하지만, 이에 남성은 가벼이 소라 껍질로 대답하고는 자신이 속한 공간인 집 밖으로 도망가자고 한다. 이 시퀀스는 두 인물이 함께 존재하는 공간을 서로 다른 독립적 공간인 것처럼 쇼트를 나누었는데, 인물 간의 공감의 불일치와 소통의 실패를 보여준다. 그나마 이 둘의 교합을 보여주는 것은 거울이다. ‘조반나’는 거울을 통해 지금까지 자신이 내뱉었던 이야기의 총체적 존재가 자신임을 재확인하고 불행함에 치를 떤다. 그리고는 ‘지노’에게 사랑을 갈구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두 인물의 비극적 집착은 시작된다.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열린 후 옷장 안 ‘브로가나’의 옷을 보여주는데, 이는 앞으로의 세 사람의 관계를 암시해 준다. ‘지노’와 함께 도망치기로 결심한 ‘조반나’는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고, 결국 각자의 시간과 장소에 머무르게 된다. 자신의 공간으로 회귀하는 부분은 <강박관념>에서 상당히 중요한데, 캐릭터의 변화를 공간에 대한 이해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노래경연이 열리는 장소에서 ‘지노’는 잊혀 지지 않는 정념을 ‘당신을 만나고 길거리가 아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표현하며 자신의 위치를 재지정한다. 그는 ‘조반나’의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브로가나’의 살인에 동참하고 그 대가로 망령의 그림자에 시달린다. 그는 자신의 공간이 아닌데서 오는 두려움, 초조함과 살인에 대한 죄의식, 남편의 망령의 또 다른 형태 ‘형사’의 뒤쫓음에 지친다. 사랑의 기반이 될 줄 알았던 공간이 금기의 장소로써 그를 내몰아버린다. 어느 시대의 유물만큼 쌓여진 그릇과 유리가 가득 찬 주방에서 신문을 보다 외로이 잠이 드는 ‘조반나’는 결국 ‘지노’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된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충돌이 계속 되지만 지울 수 없는 상대방에 대한 갈망과 집착은 그들을 또 다시 만나게 한다. 임신한 몸을 이끌고 그들은 성역의 공간인 바다에 눕는다. 그곳은 각자가 가지고 있던 무의식적 강박관념을 털어놓는 곳이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 하는 장소다. 그들은 드디어 저주의 공간을 떠나 제 3의 장소를 택하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암시하는 연기로 그들은 처벌을 받는다. 그 곳은 ‘지노’도 ‘조반나’도 포함되지 않은, 비극의 시초이자 결말로 적당한 망령의 장소이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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