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존경받는 사회 | |||||||||
물수리 같이 제한된 지역에 서식하며 특정 먹이만을 섭취하는 동물을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라 한다. 유칼리나무 잎만 먹고사는 코알라나 대나무를 주식으로 하는 팬더곰이 대표적인 스페셜리스트 동물이다. 스페셜리스트와 달리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며 광범위한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을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라 부른다. 대표적인 제너럴리스트 동물인 생쥐는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먹는 것도 가리는 법이 없다. 스페셜리스트는 안정적인 자연환경을 선호한다. 환경변화가 없다면 물수리는 물고기 많은 지역에 둥지를 틀고 물고기 사냥 기술만 연마하면 걱정거리가 없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무차별 개발로 자연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때는 환경적응에 능숙한 제너럴리스트에게 유리하다. 최근 많은 스페셜리스트 동물들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것은 한 우물을 파는 이들의 진화론적 특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동물계의 이러한 생존법칙은 인간의 직업 선택 문제와 공통점이 많다. 직업을 크게 나누면 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 즉 스페셜리스트 직업과 다양한 분야에서 상식적인 수준의 지식을 쌓는 제너럴리스트 직업이 있다. 한 분야를 선택해 노력을 집중하면 그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선택한 분야의 범위가 작고 인기가 없을수록 세계적 권위를 지닐 공산이 크다. 그러나 스페셜리스트 직업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특화 분야 범위가 작을수록 수요가 없어 밥 먹고살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인기 있는 분야 전문가라도 안심할 순 없다. 요즘같이 시장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때에는 언제라도 실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변화에 따른 수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가능한 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두루 섭렵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바람직한 선택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전문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선 작은 분야에 평생 몰입하는 전문가가 상대적으로 많다. 고액연봉이 보장된 명문대 졸업생이 가업을 잇기 위해 작은 우동집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것과 같은 일화는 일본에선 뉴스거리도 아니다. 우리나라에 전문가가 없는 것은 작은 시장과 전문가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정서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미국과 같이 경제규모가 큰 나라에서는 아무리 작은 분야 스페셜리스트라도 먹고살 만한 수요가 있지만 인구 5000만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커다란 시장일수록 분업으로부터의 실익이 크다는 이론으로 보면 한국은 스페셜리스트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또 우리 국민은 오랜 세월 전문가보다는 제너럴리스트를 선망해 왔다는 점이다. 많이 개선되기는 했다지만 아직도 장인 또는 기술자보다는 관리자나 지도자를 선망한다. 이런 국민 정서는 대학교수 사회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학교수 개개인은 각 전공 분야를 대표하는 스페셜리스트들이다. 그런데 필요 이상으로 많은 교수가 대학 및 국가행정 지도자와 같은 제너럴리스트가 되고자 노력한다. 국가적으로 심각한 인력 낭비다. 전공 전문가로의 교수보다 제너럴리스트 교수에 대한 사회적 대접이 더 좋기 때문이다. 필자는 단지 국내 전문가가 부족해 스페셜리스트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베토벤, 고흐, 아인슈타인, 뉴튼, 갈릴레오,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등 인류 역사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은 대부분 스페셜리스트라는 사실 때문이다. 소득수준으로만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세계사에 족적을 남길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배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전문가의 보상수준을 높여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전문가가 존경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전문가 교수보다 제너럴리스트 교수를 지향했던 한 원로 교수가 있었다. 그는 후배 교수들에게는 "장군에게는 병과가 없다"는 말로 기억되는 분이다. 우리 국민은 욕심이 많아 모두가 장군이 되려 하기 때문에 제너럴리스트를 선호하는 것 같다. 스페셜리스트도 장군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스페셜리스트 멸종 위기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출처 : 경영지도사.기술지도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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