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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해안 기름 유출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고려대 경영학과 강수돌 교수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7. 22:46
서해안 기름 유출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고려대 경영학과 강수돌 교수



사상 최악의 환경 대재앙

2006년 12월 7일은 한국 생태계의 역사에서 기억에 남을 날이다.
서해 태안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환경대재앙이 발생했다.
삼성중공업 소속 예인선과 현대오일뱅크 유조선이 충돌 해 무려 1만 3천 톤의 기름이
유출되었다. 보험회사는 삼성화재라 한다. 태안 앞바다는 물론
안면도와 인천 덕적군도, 그리고 남으로 군산, 진도, 완도
앞바다에서도 타르 덩어리가 발견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황금어장을 자랑하던 태안반도 일대는 물론 서해안 전체가 경제적,
환경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태안바다를 삶터로 살아가던 지역
주민의 삶은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기름 폭탄’으로 좌절되었다.
심대한 삶의 좌절은 절망과 죽음이다. 이미 주민 몇 명이 자살했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은 크게 4 가지 정도의 사회적 책임을 진다.
경제적 책임, 법률적 책임, 도덕적 책임, 재량적 책임 등이 그것이다.
이번 기름 유출 사고는 대형 환경 재난의 무서움을 전 국민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백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태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드는 장면은 감동적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
촉구하기도 한다. 법률적 책임은 물론이요, 도덕적 책임과 재량적
책임에 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정말 기이하게도 태안 사태와 관련, 무려 1만 톤 이상의 기름이
청정 바다에 마구잡이로 뿌려진 뒤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하세요.”라며 진심으로 사죄하는 관련자나 기업이
하나도 없었다. <기업과 사회>라는 강의에 등장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회피 방식은 ‘3D전략’으로 요약된다. 그것은 부정(Deny),
지연(Delay), 그리고 지배(Dominate) 전략이다. 부정 전략은 사고나
사태의 발생에 대한 사실이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다. 지연 전략은
책임은 인정하되 그 해결이나 문제의 예방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시간을
끄는 것이다. 지배 전략이란 상황과 담론 자체를 교묘히 해결하는
방법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주도적으로 끌고 감으로써 본질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 피상적 해결, 그리고 손해를 감수하는 게 아니라 결국엔
오히려 그 와중에도 이익을 보는 해결법을 찾는 것이다.


삼성과 현대의 책임 회피

이번 사태에서도 바로 이런 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부정 전략과
지배 전략이 두드러졌다. 본 사태의 주된 책임은 삼성과 현대가 져야
하는데도 어느 누구도 “내 책임”이라 고백하지 않고 침묵하거나
쉬쉬하다가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거나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사고 주체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는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며 책임 회피에 바빴다.
대기업으로서, 이들은 그동안 정부의 선박안전 운행 및 해양오염 예방
정책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결국 대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각고의
조치를 간과한 기업들의 무책임이 최악의 환경재앙을 불렀다.
충돌사고에 취약한 단일선체 사용과 선박안전운행 위반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가 어렵다.

이에 녹색연합 등 시민사회 단체는 2008년 1월 16일, “이번
‘허베이-삼성 기름유출사고’는 풍랑주의보 예보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운항을 강행한 삼성중공업의 중과실과 정박지도 아닌 곳에
유조선을 정박한 현대오일뱅크의 중과실로 발생한 사고”라며
“삼성중공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고 ‘완전 복원, 완전 배상,
사고기업의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환경연대는
“태안 주민 자살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의 절망감 때문”이라며,
태안에서 방제작업을 할 때 착용했던 방제복과 기름헝겊을 들고
기자회견과 거리행진을 했다. 분노한 태안 주민들도 현지에서는 물론
상경 시위를 시작했다.


이렇게 풀뿌리의 저항이 거세지자, 사고 발생 뒤 47일이 지난 1월
22일, 마침내 삼성은 ‘한겨레’를 제외한 종합 일간지에 사과 광고를
실었다.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란 광고에서 국민과 지역민들에게,
“지역 주민들이 당한 고통과 피해, 그리고 생태계 파괴라는 재앙
앞에서는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못할 것”이라 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직접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서해 북서방 해상에서
저희 해상 크레인이 항해 도중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 호와 충돌하여 원유가 유출되면서 서해 연안이 크게
오염”된 데 사과한다고만 한 것이다. 책임을 스스로 인정할 경우
예상되는 법적․민사적 책임 문제 때문일 것이다.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다 47일이나 뒤늦게 나온 사과, 그것도 자신들의 책임 소재에
대한 애매한 태도 등, 이 모든 것이 피해 주민들의 분노를
삭이기는 커녕 되레 증폭시켰다.


여기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평소에 기업 홍보용 문구로 자주 오․남용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풀뿌리 민중의 정직한 눈과 단결된 힘이 없이는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번에 삼성이 사고 후 47일
뒤 매우 형식적인 사과 ‘광고’(광고를 통해 언론과 협력 관계를
형성하여 유리한 여론을 조장하거나 불리한 여론을 억제한다. 다소
비판적인 ‘한겨레’에 광고를 안 준 것은 그 증거다.)를 한 것은
부정, 지연, 지배 전략을 통한 사회적 책임 회피 의도를 드러낸다.
그나마 형식적 사과조차 강력한 풀뿌리 저항이 없이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삼성중공업의 주가가 작년 최고점 대비 반 토막으로
하강한 것은 그 사회적 책임 방기에 대한 일종의 처벌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스위스 최대은행 UBS 마쿠스 야기 이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린 이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독일 루드빅스하펜에 있는
다국적 화학기업 BASF의 지속가능성 센터 아네트 쿤데 씨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원칙을 이제 일상적 기업에 접합시켜
비즈니스 프로세스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기업이 제 아무리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더라도, 풀뿌리의
집단적 압력 없이는 단순한 홍보용이나 로비용에 그칠 소산이 크다.


둘째, 바다와 땅, 물과 공기 등 ‘자연’을 모든 생명과 살림살이의
근원적 토대가 아니라 돈벌이를 위한 ‘자원’으로 보는 한, 기업과
개인, 사회 전체가 자연을 부단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1991년 이후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 일대에 들어선
대산석유화학단지(삼성토탈, 엘지화학, 롯데대산유화, 현대오일뱅크 등
4대 공장 가동 중)는 자손만대 살림살이를 보장해 줄 갯벌을
‘간척사업’이란 이름 아래 없애버린 위에 건설되었다. 이번 유조선도
현대오일뱅크 용선이었다. 한편, 정치인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특별법에 이어 (이번 사고가 나기 불과 2주 전) 2007년 11월
23일에 여야 이구동성으로 ‘해안선 파괴법’이란 별명을 가진
‘동서남해안권 발전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발전’이란 이름의
체계적 파괴를 합법화하려는 제도적 틀이 마련된 셈이다. (그리고 2주
뒤에 그에 대해 마치 천벌이라도 내리듯 1만 3천 톤의 기름이
뿌려졌다.) 또한 ‘낙후’ 지역이라는 ‘피해의식’에 젖은 풀뿌리
민초들도 큰 차원에서는 이들과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민초들의
‘개발 욕구’와 정치가의 ‘개발 정책’은 한 수레의 두 바퀴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다른’ 수레를 선택해야 한다.


셋째, 우리가 석유를 밥 먹듯이 쓰는 한(한국은 일차 에너지의 65%를
석유로 충당한다), 그리하여 이번 사고와 같은 유조선(14만 6천톤)이
일 년에 무려 770대 정도(약 9억 배럴)가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는
한, 이번과 같은 환경대재앙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1989년
3월 미국 알래스카 연안에서 유조선 엑슨 발데즈호가 좌초해 4만여
톤의 기름이 유출되어 무려 1600킬로미터의 해안을 시커먼 기름띠로
오염시켰다. 엑슨사가 책임을 지고 무려 25억 달러(약 2조 원)를 들여
해안 복원 사업을 폈지만 앞으로도 40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 뒤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는 씨프린스호가 약 5천톤의 기름을 유출했다.
그리고 당국은 ‘해외에 수출해도 될 정도로’ 최고의 ‘해양오염
방제대책’을 세웠다고 자랑했지만, 2007년 12월에 태안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대표인 허정균씨가 2006년
독일 니더작센주 빌헬름스하펜에 있는 갯벌국립공원 관리청의 파르케
소장을 만났을 때 그로부터 “가장 두려운 것이 유조선이다. 유조선
사고가 나서 기름이 쏟아지면 지난 30여 년 간의 노력은 하루아침에
수포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한다.


요컨대,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수나 관리 부실의 문제(예컨대, 경고
무시, 무리한 운행, 이중선체 위반, 불법 정박)만이 아니라 돈벌이에
눈과 귀가 먼 기업의 행동 논리 그 자체, 그리고 바다와 땅 등 지구
전체를 한갓 돈 되는 자원으로 보는 시각, 값싼 석유 에너지에
의존하는 생산방식 및 소비방식, 이 모든 것의 합작품이다.

따라서 우리의 향후 대책이나 대안 모색도 피해 주민들에 대한 직접
보상을 넘어, 보다 근원적인 삶의 구조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사회
구성원의 60% 이상이 이런 문제의식을 진실한 마음으로 공유하고
실천에 나서지 않는 한 불행하게도 여수 사태, 태안 사태는 간헐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백만 명 이상의 아름다운 자원봉사를 넘어 수천만 명
이상의 진지한 대안행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출처 : 경영지도사.기술지도사 모임
글쓴이 : bluevint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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