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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 아이 한글 교육, 제목부터 한자씩… 엄마가 읽어주세요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12. 09:14

 

우리 아이 한글 교육,

제목부터 한자씩… 엄마가 읽어주세요

     

서울 성산동의 주부 정해주(31)씨 집. 딸 강민지(4)양이 낭랑한 목소리로 책을 읽는다. "구슬 때문에 할아버지는 부자가 되었어요. 욕심쟁이 이웃집 할머니는 구슬이 탐이 났어요." 또래보다 빨리 한글을 깨친 아이를 수소문해 만나게 된 민지양은 과연 나이답지 않게 책을 술술 읽었다. 그런가 하면 연필로 글씨도 곧잘 쓰는데 '노래합니다' '듣습니다' 등의 어려운 받침도 틀리지 않았다. 정씨에 따르면 아직 말도 잘 못하던 30개월쯤, 말 느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한글을 가르쳤더니 이렇게 빨리 익히게 됐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접하면 유아를 둔 부모들은 다급해진다. 한글을 언제 깨치냐는 지적 능력과는 상관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지만 부모들로서는 자녀가 뒤처질까봐 신경쓰이게 마련이다. 주변에는 유아용 한글 교재도 넘쳐난다. 그러나 자칫 '첫 학습 경험'에서 자녀가 부담과 지겨움을 느낄까봐 고민도 된다. 이런 부모들이 궁금해할 부분들을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이원영 명예교수의 조언으로 정리해봤다.

◇ 한글 교육,언제 시작해야 하나요?= 일률적으로 정해진 시기는 없다. 아이마다 글자를 인지하고 관심 가지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아이가 자연스레 글자에 흥미를 가질 때까지 인내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세 딸과 두 명의 손주가 한글 깨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다는 이 교수는 "저마다 다른 계기로 글자라는 개념을 처음 인식하더라"고 전한다. 큰딸은 유치원 친구 이름을 써보고 싶어하면서, 둘째는 TV의 호빵 광고에서 본 '호'자가 아빠 이름에도 있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글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지켜본 손자는 좋아하는 공룡 이름 끝마다 '스'자가 들어간 것을 보고 글자 개념을 알게 됐다.

◇ 어느 단계부터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엄마들이 처음에는 직접 가르치더라도 아이가 한두 글자 읽기 시작하면 전문가에게 사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원영 교수는 "5∼6세 교육까지는 엄마가 가장 좋은 전문가"라고 말한다.

자녀와 손주의 한글 교육에서 시중의 교재를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이 교수는 "사용 여부는 엄마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한다. 사교육의 힘을 빌리면 엄마의 노력과 시간이 절약되는 효과가 있긴 하다. 그러나 자녀가 어떤 글자를 흥미로워하는가를 지켜보며 적절하게 자극하고 창의성을 발현시켜줄 기회는 잃게 된다고. 또 시중 교재는 아무리 아이들 흥미를 고려했다지만 아이들의 수천 수만 가지 관심을 다 반영하지는 못하므로 결국 획일화시키게 된다는 지적이다.

◇ 책읽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요= 엄마들이 답답해하는 것은 아이가 첫 몇 글자는 곧잘 익혀도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이럴 때 "사교육을 시켜볼까" 하는 유혹이 찾아온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내 손자도 '스'자를 처음 안 뒤 다음으로 '소'자를 알게 되기까지 몇 달 걸렸다"면서 "어느 정도 무르익어야 다음 단계에 갈 수 있는 유아들로서는 당연히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만일 이런 필요성을 무시하고 아이에게 빨리 더 많은 글자를 알게 하려고 조바심 냈다가는 아이가 부담을 느끼고 '글자 익히기는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 그냥 놔둬도 자연히 읽게 되나요?= "그렇다고 그냥 놔둬도 저절로 읽게 된다"는 식으로 자녀를 방치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책과 글자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이 교수는 연령대에 맞는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며 표지의 제목부터 천천히 손으로 짚으며 '강-아-지-똥' 식으로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거리의 간판 내용이나 문 손잡이에 쓰인 '당기시오' 등의 글자도 보일 때마다 천천히 읽어주면 좋다.

이 교수는 "자율적이고 호기심 많고 자신감 많은 애들이 더 빠르고 쉽게 배운다"면서 "싫어하는 학습지를 강요하거나 공책에 글자를 반복해 쓰게 하면 아이들은 고통스럽고 어렵게 배우며 부모에게 분노까지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서 "특히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 아이는 자신감까지 잃게 된다"면서 "자녀들에게 미리부터 열등감을 심어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  2008. 8. 13일자  국민일보 [22면]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

출처 : 내고향 옹달샘
글쓴이 : 옹달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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