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테크/전통차,한방차,녹차,차모음
세상에서 가장 편한 茶 *삶과 자연과 마음의 풍류차*풍류차는 자연과 함께 들과 산에서만 마시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풍류는 우리삶의 애환과 더불어 흘러간다. 그래서 나는 어디를 가든 차보따리를 끼고 다닌다. 내가 마실 차와 나와 만날 사람들을 위한 차를 준비하고 품고 다니는 것부터 풍류는 시작 되는 것이다.언젠가 오랜만에 개인전을 연 때였다. 전람회장에 들어선 할머니 한 분이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림을 보고 눈시울 젖는 경우는 더러 보았어도, 그리 서럽게 우는 모습은 처음이어서 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가가 물었더니 할머니 대답이 명답이었다.
“그냥, 스님 그림을 보면 눈물이 나요.”아, 눈물에 무슨 이유가 있단 말인가. 울음엔 이유가 없다. 할머니는 그저 울고 싶었던 것뿐이다. 나는 그 할머니와 마주않아 차를 마시며 눈물을 흘렸다. 그날의 차향, 차맛은 오래도록 내안에 남아 있다. 생활의 여로에서 삶의 갖은 양념들이 두루 섞인감정을 흘려 마신 차 한잔의 깊은 맛을 어찌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우리 삶과 우리 앞의 자연과 우리 마음의 훈기를 더하면 지상에서 가장 맛있는 풍류차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제대로 된 풍류차 한 잔 마시기는 뜻밖에도 쉽지 않다.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훈훈한 온기의 은근한 맛을 자연과 더불어 느끼기 위해서는 아마도 인생의 숙련이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그 숙련이야말로 아주 작은 풀잎과 이슬에 맺힌 향기를 보약으로 받아들이는 지혜를 안기는 것이 아닌지, 역설적으로 한 잔의 차를 반복해서 마시면 바로 그런 마음이 가득 담겨지고 어느 날 문득 풍류차의 달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진수무향(眞水無香)” 이라는 말이 있다.
참으로 좋은 물에는 향기가 없다. 그 무향의 진수를 끓여 찻잎 넣어 우리면 딱 좋겠다 싶은 겨울이다. 그 차를 세상에 내 놓으면 진수 풍류차가 되리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경제난 시국난의 고해에 이 풍류차 한 잔 내주고 싶다. 그 차는 옥죄인 우리의 마음을 풀어주고 대립에 선 감정들을 녹여주리라.
우리 민족 대대로 내려온 천년의 풍류함이 담겨 있으므로 그렇게 되지 않을 리 없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차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차는 세상에서 가장 편하게 마시는 차다.
[茶人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