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된 공간, 제한된 시간
한국전쟁이 끝난지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을 겪지 않은 오늘날의 청년들은 "군대"라는 집단을 경험해야 하며, 때론 GP(Guard Post)라 불리우는 최전방 경계초소에서 군인으로써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스릴러가 아니다
단지, 미스테리한 영화적 요소는 공수창 감독이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감독은 <알포인트>에 이은 두번째 군대영화
녹색 군복과 철모에 가려지는 등장인물들의 획일성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50여 명의 모든 배역들을 전부 다른 배우들로 등장시켰다는 공수창 감독은 그러나, <알포인트>때보다 훨씬 더 인물들의 특성을 거세한다. <알포인트>는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 즉 캐릭터가 있었던 반면
비인간적인 공간에서 '인간'을 말하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등장인물들의 면면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이것이 이 영화가 의도한 바인지, 아니면 이 영화가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부분 중 일부가 실패한 것인지는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러나, 폐쇄적이며 남북 대치 상황이 유효한 GP라는 곳에서 전쟁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소모되어 가는가, 그리고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희생을 강요당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잊혀진 등장인물 위로 꽃 핀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인간애'가 꽃의 향기처럼 관객에게 스며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직접' 보여주는 정공법은 그래서 좀 고지식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지켜낸 고집스러운 주제는 오랫만에 느껴본 '진정성'이었으며, 그 울림은 가슴에 꽤 오래 진동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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