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며 강남권 고가 아파트가 법원 경매시장에 줄줄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찰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낙찰가율도 70~80%선에 그치고 있다.
8일 부동산 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감정가 28억원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165㎡ 아파트는 최저가 22억400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지만 입찰자가 없었다. 이 아파트는 이미 한 차례 유찰된 아파트로 다음 차례엔 감정가의 64%인 17억9200만원에 나온다.
이날 경매 법정에는 감정가 19억원인 서초구 방배동 노블하임 전용 120㎡도 최저가 12억1600만원에 3회째 경매에 부쳐졌지만 유찰, 오는 9월 최초 감정가의 반값 수준(51%)인 9억7280만원에 다시 나온다.
그나마 이날 경매에 나온 고가주택 중 서초구 서초동 삼호아파트 전용 141㎡는 감정가가 12억5000만원이었지만 24% 낮은 9억5379만9000원에 낙찰됐고,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전용 160㎡, 전용 85㎡는 각각 감정가보다 약 13% 낮은 20억9900만원, 12억56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관심을 모았던 감정가 35억원의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57㎡ 아파트는 채권자의 중지신청으로 나오지 않았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매수자들의 투자심리가 경기불황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탓에 많이 위축된 것 같다"며 "고가주택 중에서도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경매물건이 아니면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들어 고가주택이 경매에 나오는 사례가 확연히 늘고 있지만 낙찰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올해 1~7월 경매에 나온 수도권 6억원 이상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는 총 1431건으로 작년 527건, 재작년 429건보다 2~3배 가량 많다. 그러나 이들 아파트의 낙찰률은 31.7%로 지난 2006년 49.4%, 작년 34%에 비해 낮아졌고, 낙찰가율도 80.7%로 떨어졌다.
앞으로도 경매법정에는 수 차례 유찰돼 감정가보다 크게 할인된 고가 아파트가 쏟아질 예정이다.
지난 5월 경매 사상 최고가인 48억원에 나왔던 송파구 신천동 롯데캐슬골드 전용 243㎡는 오는 18일 30억7200만원에, 오는 21일에는 감정가 28억원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전용 221㎡가 나온다.
강 팀장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일반시장에서 급매로도 처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에는 이 같은 고가주택 경매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