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현대고 3학년 곽지윤(18·사진)양의 1학년 때 성적은 전과목 9등급. 뒤에서 등수를 셌을 때 순위권에 들 정도로 '처절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곽양은 2학년 때 현대고로 전학을 온 뒤부터 자신만의 학습법으로 고3 첫 모의고사에서 언어 100점, 외국어 100점을 받았다. 대부분의 과목이 1등급으로 껑충 뛰었다.
■전 과목 9등급
곽양의 집은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있다. 원래 강남지역의 고교에 진학해야 했지만 강남 학생들이 워낙 공부를 잘 한다는 생각에 내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 강북의 공동학군으로 진학하게 됐다. 공부를 잘 할 자신감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였다.
막상 고교에 진학했지만 웬걸 성적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공부에 대한 두려움으로 학교를 정한 만큼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전교 유일의 강남 출신 학생으로 다른 친구들과 묘한 괴리감까지 느껴야 했다. 학교 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유학생각이 들자 학교 시험도 건성으로 치렀다. 학교 성적은 전 과목 9등급으로 최하위권에 맴돌았다.
곽양은 이대로 계속 가다간 대입은 물론이고 고교 생활마저 망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곽양은 1학년 말에 집 근처 현대고로 전학을 갔다.
- ▲ 사진=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자신의 공부방법을 찾다
학교가 바뀐다고 해서 성적이 오를 리 없다. 그것도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강남지역의 학교에서 말이다. 곽양은 전학을 계기로 자신의 성적이 왜 형편없는지부터 분석했다. '공부 못하는 전학생' 이라는 말을 듣기 싫었다.
우선 수업 시간에 열중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은 모두 책이나 공책에 적었다. 토씨 하나 안 빠뜨리고 무조건 모든 내용을 다 받아 적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시험을 앞두고 정리할 때 다시 요약이 필요해 효율이 떨어졌다.
곽양은 단순한 받아적기가 아닌 들은 내용을 요약·정리하는 방식으로 공부법을 바꾸었다. "수업내용을 들은 뒤 머릿속에서 무슨 내용인지 깊이 생각하고 구조화시켜 간단하고 보기 좋게 정리하는 방식으로 필기했다"고 한다. 수업내용을 한 번 더 생각한 뒤 필기하면서 저절로 암기와 이해가 동시에 됐다. 스스로 가장 보기 편한 방식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나중에 복습할 때도 요점만 알아보기 쉬웠다.
또 문제를 풀 때 출제자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하려 애썼다. 왜 이 문제를 출제했는지, 이 문제로 무엇을 확인하려고 하는지, 이 문제의 함정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하게 따졌다. 단순히 문제를 정독하는 것만으로도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처럼 필기법을 바꾸고 시험시간에 열중하면서 성적은 점차 올랐고 3학년 첫 모의고사에서는 언어 100점, 외국어 100점, 사탐 200점 만점에 196점의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곽양은 무엇보다 학교수업을 중심으로 공부했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이라고 생각했다. 언어는 비문학 독해 연습을 꾸준히 했고 문학작품을 계속 읽었다. 영어는 매일 50개씩 단어를 외우면서 문제집 위주로 문법, 독해, 듣기를 공부했다. 학원은 논술학원만 다녔다.
무엇보다 곽양은 "자신을 친구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른 친구가 하루에 영어단어를 100개씩 외웠다고 덩달아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하루에 50개 단어를 외우는 게 한계이자 목표인데, 그 목표를 달성했다면 그날 하루는 자신이 최선을 다한 최고의 날이 아니냐"는 얘기다. 경제나 자기계발 등과 관련된 교양도서도 틈틈이 읽었다. 최근에는 '조선이 버린 여인들' '경제학 콘서트 2편' 등을 읽었다.
곽양은 "성적이 나쁜 것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결국 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라며 "진심으로 공부할 마음을 가지고 학업에 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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