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개인적으로 펀드에 투자할 때는 뭐가 다를까.
그들에게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숨겨진 팁'이 있다. 사소해 보여도 결정적일 때 요긴한 지혜다. 증시 불안 시기에 그들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해 수익률 방어에 나서보자.
◆ 환매 다 하지 말고 1만원이라도 남겨둬라
= 한 투자 전문가는 "적립식 펀드를 환매했는데 일부러 1만원을 남겨두고 환매했다"고 말했다. 돈을 남겨둔 이유는 환매수수료 때문.
그가 가입한 펀드는 국내 대표 펀드 중 하나다. 언제든 시황 전망이 좋아지면 다시 투자할 계획이다. 돈을 남겨둔 것은 나중에 재가입할 때 수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새 펀드 계좌를 개설한 후 운이 좋아 3개월 내에 크게 반등했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때 환매하려면 무려 수익의 70%를 환매수수료로 내야 한다. 그러나 1만원을 남겨둔 기존 계좌로 집어넣었다면 이미 환매금지기간이 지난 펀드여서 수익은 모두 투자자 몫이다. 작은 노하우로 큰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다.
◆ 같은 펀드라고? 시리즈에 따라 다른 펀드
= 요즘 같은 장세에서는 수익률 1~2% 차이가 크다. 그런데 같은 펀드도 시리즈별로 수익률이 다르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디스커버리'의 경우 1~5호가 있는데 2001년 설정한 1호의 1년 수익률은 -4.27%인 데 반해 2005년 설정한 2호는 -9.52%로 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2년 수익률은 52.72%, 40.04%로 12%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미래에셋은 '동일한 모델 포트폴리오로 운용하므로 같은 펀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펀드매니저 역시 김성우(1ㆍ2ㆍ5호), 서재형(3ㆍ4호) 등으로 다르다. 보수도 1.09%에서 1.70%까지 다양하다. 같은 모델 포트폴리오라도 비중에 약간 차이를 두면 수익률 차이가 커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 멀티클래스 활용해 수수료 줄일 수도
= 한 전문가는 멀티클래스를 활용하는 방안도 귀띔했다. 예를 들어 한국운용의 '삼성그룹적립식주식형2호'의 경우 클래스가 A(선취형), C(후취), Ce(온라인), Ci(납입 금액 50억원 이상) 등으로 나뉘어 있다. A형과 Ci형은 수수료가 2.4%와 1.76%로 차이가 크게 난다. Ci에 50억원을 넣었다가 90일 뒤 뽑아도 이후에는 모두 1.76% 수수료만 내면 된다. Ci클래스는 5억원, 10억원 이상인 경우도 많다. 충분히 활용해 볼 수 있는 전략이다.
◆ 중국 베트남 펀드? 각각 천차만별!
= 투자자들이 혼동하기 쉬운 것이 해외 펀드다. 특히 여러 종류 펀드 중 단골 은행에서 파는 베트남 펀드나 중국 펀드를 드는 게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해외 펀드는 종류별로 투자 대상이 전혀 다른 펀드도 있어 '단골이 취급하는 펀드'는 엉뚱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 펀드의 경우 KB운용과 미래에셋맵스는 주로 상장 주식에, 동양투신은 주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고, 펀드별로 공격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린 곳과 급격하게 주식을 팔아댄 곳이 다르다. 2~3년 후 수익률은 크게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펀드 역시 A증시, H증시 등 투자하는 대상 자체가 다르다.
◆ 판매 창구에서 온라인ㆍETF는 모른 척…환헤지는 비용 커
= 은행과 증권사 직원들은 판매수수료로 먹고 산다. 당연히 판매수수료가 싼 온라인 펀드나 ETF에 대해 모른 척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선 이미 온라인과 ETF의 폭발적 성장이 눈에 띈다. 장기투자 때에는 수수료 차이만으로 원금의 절반 이상이 차이 나기도 한다. 은행 창구에서 해외 펀드를 들 때 환헤지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분명히 큰 비용을 수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헤지수수료는 그리 높지 않지만 환율이 예상과 달리 거꾸로 갈 때는 환차익도 못보고 손실까지 볼 수 있으므로 헤지란 기회비용이 큰 조치다.
[김선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