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테크/버섯이야기

[스크랩] [맛있는 이야기] 버섯요리와 추억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0. 5. 05:58

버섯요리와 추억

 

 

송이와 양송이 불알버섯 죽순 같은 재료에 전복이나 해삼 등 각종 해산물을 넣고 조리한 '전가복'

 

어머니는 깜짝 놀라셨다. 나무하러 집 뒷산에 올랐다가 정체불명의 그놈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뱀하고 흡사하게  생긴 그놈이 풀숲에서 머리를 처 들고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리도 아니고 족히 열 마리는 돼 보였다. 정체가 무엇일까? 겁이 덜컥 난 어머니는 아직 초등학생밖에 안� 나를 데리고서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갔다. 가만히 있는 그 놈을 겁도 없이 건드린 건 나였다. 후에 알았지만 그건 바로 '영지'였다. 지금은 영지버섯이 금값이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영지의 효능이 일반적으로 알려지기 전이었고, 때문에 별 관심두지 않은 버섯이었다. 나는 영지버섯에 그림을 그려서 장식용으로 책상위에 놓아두었다.

 

시골의 냇가는 풀밭이어서 소를 뜯기기 좋은 장소다. 긴 혀로 풀을 휘감아 뜨드득 잘도 먹는다. 소가 먹는 풀은 모두다 사람이 먹을 수 있듯이 독초는 절대 먹지 않는 게 소다. 지금은 소가 한가로이 풀 뜯는 광경도 많이 사라져서 냇가에서 소똥보기도 힘들어 졌다. 한 여름 뙤약볕에 잘도 말랐던 소똥. 소똥을 태우면 연탄만큼이나 오래 탄다.

 

여름아침 냇가는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난다. 안개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저것은? 바로 갓버섯이다, 이놈은 소똥 옆에서 자라난다.

갓 표면은 갈라지고 기둥에는 마디가 있다. 그것들을 통통 꺾어서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쳐 오도독 오도독 맛있게 먹었다.

또 쭉쭉 찢어서 소금간만 살짝 한 다음 호박잎으로 여러 번 깜 싸서 아궁이 속에 넣어 구워내면 그 맛은 소고기와도 바꾸지 않는다.

 


 

강원도 방태산에서 발견한 자연산 표고버섯, 향미가 뛰어났다.저칼로리 식품에서 섬유질까지

풍부하니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쏟아져 나오는 양송이나 새송이 팽이버섯 등에게 식탁의 한 자리를 내 주었지만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가장 대중적인 버섯은 표고였다.  표고의 고장 장흥. 장흥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아껴둔 환경고장이다.

 

공업시설이 없고 남도의 명산 천관산을 비롯해 수인산과 억불산이 자리한 곳이고, 넒은 평야지대에는 남도의 3대 강중에 하나인 탐진강이 흐르는 곳이 장흥이다. 득량만에서 나오는 해산물까지 더해지니 산과 옥토, 강과 바다가 어우러진 축복의 땅이기도 하다. 이처럼 산 좋고 물 좋은 곳 장흥, 전국 제일의 표고주산지일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장흥 표고는 임금님 수라장에 오른 진상품이었으니 그 품질을 미루어짐작할 수 있다.

 

장흥이 표고의 주산지 답게 전국 생산량의 13프로에 달하고 남도의 생산량에서는 45프로 가까이 차지한다. 표고는 원래 오염되지 않은 외진 산속 공기 맑고 그늘진 곳에서 돋는다. 표고가 나는 장흥군 유치면은  오지 장흥에서도 오지에 속한다.

 

일본사람들이 미각을 즐긴다면 우리민족은 저작을 즐긴다. 참치만 해도 일본인은 살살 녹는 뱃살을 선호하지만 쫄깃쫄깃 씹히는 머릿살을 좋아하는 게 우리다. 표고는 씹히는 맛이 좋다. 물에 너무 불리거나 푸욱 익혀서 무른 표고 요리도 간혹 먹는 경우도 있지만 제대로 된 표고요리는 부드럽고 쫄깃함에다 향미까지 더해진다. 소나무에서 자라난 송이가 진한 솔 향을 머금고 있지만 그 향은 오래 가지 않는다.

 

참나무에서 자라나는 표고는 송이처럼 진하지 않다. 하지만 오래 오래 향이 간다. 그 뿐인가 말려두고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게 표고다. 건 표고는 생 표고보다 영양이 풍부하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은 버섯이 어디 있겠는가? 건 표고를 물에 불려서 요리해 내면 여전히 맛과 향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송이보단 표고를 더 처 주었는지 모르겠다.

 

돼지고기와 표고는 궁합이 잘 맞다.표고가 돼지고기의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준다

 

표고는 볶음 요리로 주 이용하지만 우리 집 표고는 나물이거나 찌개를 끓여 먹었다. 잘 익은 김장김치에 비게 있는 돼지고기 썰어 넣고

보골 보골 푸욱 끓여서 건 표고를 물에 불려 넣고 끓여내면 그 보다 맛있는 김치찌개는 아직 먹어본 적이 없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김치찌개 속의 버섯이 얼마나 맛있으면 고기보다 버섯을 골라먹었을까.

 

표고는 돼지고기와 음식궁합이 잘 맞는 식품이다.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주고, 정혈작용을 해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예방해 주기도 한다. 인체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녹는 돼지기름은 우리 몸의 불순물을 배출시켜 주지만 표고도 우리 몸의 독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항암효과는 버섯의 대표적인 효능이고, 때문에 독감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기능을 강화시켜준다. 조류독감의 영향으로

닭고기를 멀리 하시는 분들에게는 버섯을 자주 드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표고와 새송이를 전으로 만든 요리

 

일본으로 대 부분 수출되는 바람에 비싸진 송이. 품질 좋은 우리 송이는 일본으로 가고 그 자리는 중국산 송이가 대신한다. 좀 억울한 감도 없진 않지만 이 가을 송이를 먹지 않고 보내는 건 더 억울하다. 1kg에 몇 십 만원 하는 일등품 송이는 부담되지만 갓이 펴고 송이모양이 아니라는 이유로 키로에 5만원 하는 퍼드래기는 이 가을에 한번쯤 먹어 볼만도 하겠다. 고기 1키로는 먹을 것 별로 없지만 송이는 다른 재료와 함께 요리하기 때문에 여러 번 먹을 수가 있다.

 

경험상 산지에서 산 퍼드래기는 도심에서 구입한 일등품에 그 맛과 향이 떨어지지 않는다. 송이를 칼국수나 라면에 넣어 먹기도 하지만

송이전골을 해 먹으면 잊혀지지 않을 맛이다. 쇠고기와 함께 넣어먹기도 하고, 여러 가지 버섯과 함께 넣고 먹는 송이전골. 펄펄 끓는 냄비 뚜껑을 여는 순간 후각을 파고드는 솔 향. 송이 철에만 맛 볼 수 있는 특별한 맛이 있다.

 

일반적으로 고기와 함께 구워먹는 송이. 송이의 주산지인 양양사람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요리했다. 송이 장아찌는 김을 올려 찐 송이를 적당히 물기를 말린 후 된장에 박은 식품이고 송이무나물은 무나물에 송이가 들어간 음식이다. 양양의 송이 전문점에 가면 맛 볼 수 있는 송이 돌솥 밥도 대표적인 송이 요리 중에 하나다. 자연의 맛 그대로를 즐기는 산사의 스님들은 송이를 호박잎에 싸서 구워먹기도 한다. 
 

 

 

호박잎에 구워낸 송이, 솔 향을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법이다

 

북한의 송이 요리 중에는 송이밥이 있다. 닭고기와 송이를 70프로정도 볶은 후 불린 쌀과 함께 짓는 밥이다. 북한음식의 특징 그대로 담백한 맛이다. 맛있다기보다 단백질 섭취가 수월치 않았을 그들만의 현실을 생각하니 “음식에 문화가 있다” 라는 생각이 든다.

 

북한요리 송이밥,담백한 맛이다

 

갈수록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태산 같다. 성장 조건이 까다로운 버섯은 그나마 덜 오염된 식품이다. 영향도 우수하니 건강을 돌본다면 버섯에 대해 눈을 돌려야겠다. 요즘은 씹는 맛을 즐기는 식성 탓에 갓을 죽이고 기둥을 키운 기형적인 버섯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현실이다.

버섯의 영향은 기둥보다 갓에 주로 있다는 사실을 알면 지금 사먹고 있는 버섯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일이다. 맛객

 






출처 : 맛있는 인생
글쓴이 : 맛객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