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테크/버섯이야기

[스크랩] [맛있는 이야기]가을!산촌의 진미~송이버섯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0. 5. 05:59

가을!산촌의 진미~ 송이버섯

 

 

버섯의 일미는 향미다. 제 아무리 맛있게 요리해 낸 버섯요리라고 해도 향미가 빠지면 버섯을

먹어야 할 커다란 이유 한 가지가 빠진 것과 같다. 그래서 버섯을 만지는 요리사들은 향미를

살려내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더한다. 사진/향미가 뛰어난 송이버섯

 

 

이와 연어의 고장 양양.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는 송이 때문에 10월 말에는 연어 때문에

사람들은 양양을 찾는다.

우리나라로 회귀하는 연어 중 70프로 가량이

양양 남대천으로 올라한다고 하니,

어때요 ... 연어의 고장이라 할만 하지요?


가을철 바다의 진미가 전어라면

산촌의 진미는 송이다.

솔 향 그윽한 송이를 즐기다 보면

산속의 보물이 따로 있지 않구나 생각든다. 바로 송이가 보물이다.

일본인이 송이 앞에서 사족을 못 펴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송이가 비싼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송이 대부분은 일본으로

수출된다. 송이가 귀해질 수 밖에 없다.

사정이 그러하니 우리같은 서민은 송이를 구입해서 먹을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송이를 좋아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별반 다르진 않다.

미치지 않고서 송이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

 

가을철 산에서는 이루 헤아릴수 없을정도로 많은

버섯들이 돋는다.아름다운 색으로 유혹하는 건 십중팔구

독버섯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네 인간사와 참 닮았다.

투박한 질그릇처럼 보이지만 진실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번지르르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술로 혹하게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별볼일 없는 사람이 많다.

 

300여종의 식용버섯중 으뜸은 능이와 표고, 송이다.

셋다 향미다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다.

능이는 미각을

표고는 저작을, 송이는 향미를 즐겨야 버섯맛좀 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버섯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낸 요리가

좋은 버섯요리다.


비는 오락가락 한다.

주문진에서 한두 시간 눈을 붙이고

양양으로 향했다.

운전을 하던 촌장님이 조수석에서 잠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나를 깨운다.

눈을 떴다.

창문 밖 풍경

아........

새벽녘  38선교에서 바라본 동해바다의 하늘..

구름사이로 비치는 광명

너무나도 아름답고 웅장한 그림이다.

잠이 확 달아났다.


차를 조금 더 몰아 양양에 다다랐다.

사방으로 펼쳐진 소나무 숲을 보니

예가 송이의 주산지 양양 이구나 실감 또 실감.

송이를 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은 벌써 콩밭에...아! 두근두근~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기대가 컸을까?

기름을 넣으려고 들렀던 주요소 직원이 환상을 깨준다.

외부인은 절대 입산금지란다.

만에 하나 “입산했다가 걸리면

벌금 500만원을 내야한다“ 고 겁을 팍 준다.


요즘에도 깊은 산으로 다니며 송이를 따는 전문 채취 꾼이 있지만

양양의 송이산은 대부분 현지인이  임대 내어 농사짓듯 송이를 따고 있다.

외부인 이 송이를 따러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친절하게 기대감을 무너뜨려 준 주유소 직원 얘기를 듣고 나니 난감했다.

제 아무리 송이라지만 500만원이나 주고서 먹을 수는 없는 법.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송이를 뒤로하고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궁즉통 궁즉변’ 이라 했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기 마련이다.

미천골 자연휴양림 매표소에서 뜻밖에도 중요한 정보를 접했다.


송이 채취꾼들이 모이는 장소를 알려주면서 거기에 가면 송이에 대해

취재할 수 있다고 일러준다.

우리는 송이채취꾼들의 집합장소인 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주인장과 몇 마디 나누고 있는 동안

송이를 따러 간 마을주민 몇 분이 오셨다.

각자 망태기에서 송이를 꺼내는데...

커다란 능이버섯도 보인다.

 

산지에서 일등품 1kg이 20만원에 거래 되고 있다.

봉화 송이는 올해 수확량이 없어 키로에 40만원까지도 갔다고 한다.

현지인들이 ‘퍼드래기’ 라 불리는 하품은 키로에 5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송이가 나는 대표적인 곳이라면 강원 ‘양양’ 과 경북 ‘봉화.울진’을 꼽을 수 있다.

그 밖에도 거창이나 구례 등, 산이 좋고 적송이 많이 자라는 곳에서는

대부분 송이가 돋는다.

양양과 봉화는 서로 자기들 송이가 최고라고 말하지만 품질을 떠나

송이의 최고 주산지는 양양으로 알려져 있다.


촌장님은 열심히 취재를 하고 나는 사진을 찍었다.

조심스레 송이를 들어서 향도 맡아 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먹어버리고 싶었지만 진지한 얼굴로 의연하게 행동했다.

송이에 대한 질문과 답이 이어지고 나서


우리가 산속에 있는 송이사진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하자

식당 주인은 오늘은 늦었고 내일 아침에 오면

송이 따러 같이 가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촌장님과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내일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할까. 그건 일정에 없었다.


촌장님이 다시 부탁드렸다.

일반인이 송이를 딸 수 있는지 시험도 해 보고 산속에 자연 상태로 있는

송이버섯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다고.

고민하던.... 현지인은 마을사람 몇 분과 상의를 하더니 결국 허락했다.

우리는 안내인을 따라 미천골 자연휴양림 쪽으로 갔다.


이슬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다.

안내인의 설명을 듣고 난후 우리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양양의 산은 보기보다 높다. 해발 1,000m는 기본이다.


얼마 오르지 않아서 싸리버섯이 눈에 띈다.

이쪽저쪽.. 참 많기도 해라...

같은 싸리버섯이라고 해도 노란싸리는 독이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흰색에 가까운 회색을 띈 싸리버섯은 식용할 수 있다.

 

 

싸리버섯에는 소량의 독이 있다.특히 노란색이나 보랏빛 나는 싸리버섯은

독버섯이니 피하는 게 좋다. 싸리버섯을 요리 할 때는 살짝 데쳐 물에 담가놓고

좋지 못한 성분을 우려낸 후 요리해야 한다.    사진/싸리버섯


산은 급격한 경사가 졌다.

오르기 힘들지만 송이를 따겠다는 일념으로 인해 앞으로 위로

쉼 없이 올랐다.


저쪽 편으로 오르던  촌장님의 모습은 완전히 보이지 않고

나는 깊은 산속에 혼자가 되었다.

노파심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이러다 멧돼지 떼라도 만나게 되면 어떡하나.

멧돼지라는 놈은  사람이 나무위로 올라가면 땅을 파고 나무뿌리를 캐서

기어이 나무를 넘어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동물이다.

일단 멧돼지를 만나게 되면 자극시키지 않는 게 상책이다.

운무가 눈앞에서 안개처럼 내 몸을 감싼다.


얼마나 올랐을까.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웃옷을 벗었다. 순간.... 대단한 실수를 했다.

산모기 떼들의 습격!

팔에 붙은 모기, 흔들어도 날아가지 않는 놈들이 산모기 들이다.

서둘러 옷을 입으려 하니 잘 입어지지도 않는다.

그새 여러 방 찔렸다. 살갖이 벌겋게 부풀어 오른다.


버섯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대면 찰나의 순간에도 모기들은

손등에 자리 잡는다.

정상이 가까워져 온다.

소나무보다 참나무들이 더 눈에 띈다.

이젠 송이보단 능이를 더 신경 써야 한다.

송이가 토종소나무인 적송 30~40년생 아래 있다면

능이는 활엽수림 특히 참나무 아래 나기 때문이다.

역시 예상대로 조그마한 능이 한 송이가 눈에 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더 이상 눈앞에 나타나 주지 않는다.

 

드디어 정상을 발아래 두었다.

정상위에 서니 삼각형의 꼭대기에 서 있는 듯

평지는 폭 1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르자 마자 내리막길이다.

저 멀리 실 같은 강이 흐르고 결실을 앞둔 논마지기들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그때 촌장님 전화다.

“송이 3개 찾았어요! 내 디카 배터리가 다 됐으니까 빨리 이쪽으로 오세요?”

와서 사진을 찍으라는 얘기다.

가보니 정말로 송이 3개가 솔잎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자연 상태의 송이를 본 순간이다.

이 감동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동안의 피곤함이 일순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때가 송이를 찾아 헤멘지 3시간여가 흐른 뒤였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솔잎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일반인들은 송이를 밟고 지나가기도 한다.

 

솔잎 사이로 삐죽 머리를 내밀고 있다. 사진/송이버섯


송이란 놈이 요물은 요물이다.

너무 작아 “다음에 와서 따야지” 란 마음에 솔잎으로 덮어주면

절대 크지 않는다. 대신 엉뚱한 곳에서 송이가 나기도 한다.

자연환경이 인위적으로 되면 자라지 않는 송이.

그렇기에 능이와 함께 아직도 재배가 되지 않고 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송이에서 1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나뭇가지를 비슷하게

꽂아서 조심스레 송이를 캤다.

 

 

사진/송이버섯


송이가 난 주위 환경을 유심히 관찰하고 눈에 담았다.

송이는 주로 산등성이 주위에서 돋는다.

송이풀과 실풀이 주위에 나 있고 2~40년생 된 토종 소나무인

적송주위에 주로 난다.

이젠 송이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게 알 것 같다.

자신감이 붙은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진지해졌다.


능선을 따라서 소나무 아래를 천천히 수색 했다.

우리가 올라온 쪽 반대편에는 참나무가 주로 있었는데

능이와 까마귀버섯(고무버섯,먹물버섯,미역귀버섯)이 눈에 띄었다.

온통 까만색인 까마귀 버섯은 고무버섯이라고도 하는데

향을 맡아보면 실제로 고무냄새가 난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으면

그런대로 맛이 난다. 까마귀버섯한테는 미안한 소리지만 일부러

돈 주면서까지 사먹고 싶지는 않다.

 

 

까마귀버섯,미역귀버섯,먹물버섯,고무버섯 등으로 불린다. 고무냄새가 나며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쳐 먹는다.  사진/고무버섯


그렇게 송이를 찾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을까?

우왓!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아까 송이와는 비교도 안돼는 큰 송이가 솔잎으로 위장한 체

돌 틈에 숨어있었다.

이런 걸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따지 않고 자연 상태로 오래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다. 송이를 분재처럼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적 없는 산에서 금방 딴 송이한테서 나는 솔 향은

미인의 몸에서 나는 향기보다 나를 흥분시켰다.

조금 떼서 앞 이로 깨물어 보니 입안에서 소나무 한 그루가 자란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송이와 사랑에 빠졌다.

 

 

솔잎을 머리에 이고 있다. 언뜻 보면 버섯인지 알 수가 없다 갓은 피었지만 일등품에 비해 향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게도 솔찬하게 나간다.  사진/송이버섯


저 멀리서 물소리가 들려온다. 버섯이 나는데 습도가 중요하다.

아마도 저 계곡의 물이 송이를 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데다 잘 자라고 있는 적송, 물과 운무..

신령스런 기운까지 감돌았다. 이 모든 것들이 송이가 나는데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되도록... 솔잎대신

돌과 바위를 밟으면서 송이를 찾았다.

 

 

양양의 송이산, 산림이 잘 보존되어 송이가 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진/양양 송이산


간간히 송이를 몇개 찾았다. 그런데 이번엔 믿기지 않은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방 10미터 안에 일등품 송이가 여러 개 돋아나 있어서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송이 밭이다.

순식간에 열 여나무개 송이를 모았다.

그렇지만 아쉽다. 결정적일 때 디카 배터리가 방전되어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내 기억 속에 담은 송이는 언제까지나

남아서 그날을 추억할 것이다.. 맛객

 

 

 

 

 

출처 : 맛있는 인생
글쓴이 : 맛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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