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의 손자병법 경영]
소통(疏通)해야 대통(大通)한다
병사와 군마(軍馬)가 뒤엉켜 싸우는 전쟁터. 병사들의 생사가 순식간에 엇갈리고 한 번의 승패에 나라의 흥망이 결정되는 순간. 때로는 어둠 속에서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하고 같은 편끼리 칼을 휘두르는 아비규환의 현장.
이 극적인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장군의 의도가 병사들에게 정확히 전달되고 공격과 후퇴의 기동이 일사불란(一絲不亂)한 군대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 손자병법에서는 전쟁터에서 수없이 많은 병사들의 눈과 귀를 어떻게 통일시킬 것인가를 고민한다. 병사들의 눈과 귀를 통일시키지 않고는 장군의 어떤 작전과 명령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자는 먼저 청각을 통한(audible signal) 의사소통을 제시한다. '전쟁터에서는 말이 서로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북과 징 같은 것을 사용하여 병사들의 귀를 통일시켜야 한다(言不相聞, 故爲鼓金).' 손자는 이와 더불어 시각적인(visual signal) 의사소통 수단도 제시하고 있다. '전쟁터에서는 눈으로 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양한 신호용 깃발을 통해 시각적인 의사소통을 이루어야 한다(視不相見, 故爲旌旗).' 결국 혼란한 전쟁터에서 병사들의 모든 감각을 최대한 이용하여 의사를 소통시켜야 한다는 것이 손자의 생각이다.
천지가 뒤바뀌었는데 왜 태평(泰平)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하늘은 위를 향해 땅을 섬기고 있고, 땅은 아래로 하늘을 향하여 믿고 따라가는 모습이다. 일명 섬기는 지도자가 백성을 하늘처럼 받들고 있는 것이 진정 태평성대라는 것이다. "태(泰)는 조그만 문제점들이 사라지고 큰 태평함이 오니 길하고 형통한 괘이다(小往大來 吉亨). 하늘과 땅이 서로 교류하고 있으니 만물이 통하는 것이다(天地交而萬物通也). 상하가 서로 교류하니 그 꿈과 뜻이 하나로 모아지는 것이다(上下交而其志同也). 이런 상황에서는 훌륭한 인재들이 중앙에 들어가고 소인들은 밖으로 퇴출된다(內君子而外小人)." 환상적으로 소통되는 조직의 모습이다.
반면 소통이 막혀있는 비(否)괘를 보면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정상적으로 보인다.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 있으니 당연히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늘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향하여 자신만 옳다 하며 군림하려 하고, 땅은 자신이 잘났다고 아래로 향해 등을 돌리고 있으니 상하가 서로 교류하지 못하고 있는 형상이다. 서로 등을 지고 해 보려면 해보자는 갈등과 반목의 형상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조직은 폐색(閉塞)되고 소통이 단절되게 된다. "비(否)괘는 가장 비인간적인 형상이다(否之非人). 하늘과 땅이 서로 교류하지 못하니 만물이 불통이다(天地不交而萬物不通也). 상하가 교류가 안 되고 있으니 하늘 아래 제대로 나라가 존재하지 못한다(上下不交而天下无邦也). 소인들만 중앙에 득실거리고 훌륭한 군자들은 밖에 머물러 있다(內小人而外君子)." 여기 저기 막혀서 제대로 소통되지 못하고 있는 조직의 모습이다.
하늘은 땅을 섬기고
땅은 하늘을 믿고 따라야…
소통을 강요할 수 없어
리더가 낮은 곳에 임해야
백성들의 자발적 소통 나와
고대 제왕들의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바로 소통(疏通)이었다. 소통은 명령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강요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낮은 곳으로 임하는 리더의 자세에서 리더를 하늘처럼 믿고 따르는 백성들의 자발적 소통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주역의 원리가 변(變)에 있다는 것이다. 주역의 효사(爻辭)를 보면 태괘는 처음엔 소통이 원활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불통으로 끝나고, 비(否)괘는 처음에 막혀있지만 마지막에는 소통으로 끝나고 있다. 일명 태괘는 처음엔 길(吉)하지만 후에는 흉(凶)한 선(先吉後凶)이고, 비(否)괘는 처음엔 막혀있지만 나중엔 길한 선흉후길(先凶後吉)이다. 당장은 막혀 있지만 처음에 막히더라도 결국 소통이 될 것이라는 괘가 비(否)괘다.
작금의 폐색된 소통 부재의 상황이 일찍 터진 것은 어쩌면 다행스런 일일 수 있다. 처음에 소통되어 잘 나가는 것 같지만 후에 꽉 막혀 불통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지금의 불통이 결국에는 소통으로 끝날 것이란 확신으로 우리 모두가 노력할 때이다. 소통(疏通)이 되어야 대통(大統)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 2008. 6. 28-29일자 조선이보 [C7면] 휴넷&박재희 동양고전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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