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애당초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다? 천만에. 부자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4강에 진출하면 즐겁고, 일본에 패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입맛도 다르지 않다. 부자라고 해서 된장보다 금테 두른 초밥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부자들도 청국장과 시래기, 김치찌개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그러나 부자들은 다른 사람들이다. 사는 방식이 다르고, 생각의 패턴도 다르다. 적어도 돈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다.
1년 6개월 동안 143명의 자수성가형 부자들을 차례로 만난 적이 있다. 만날 때마다 그들의 성공 비결이 몹시 궁금했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껴 쓰고 저축해야지.” 그런데 과연 그게 전부일까?
STEP 1 | 부자 비법? 체질부터 바꿔라 한번은 연세가 지긋한 분이 딱하다는 듯(?) 쳐다보더니, “돈은 물과 같다”고 말했다. 돈을 굴려 더 큰 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돈(종자돈=마중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펌프질을 할 때 펌프가 말라 있다면 소용없다. 물 한 바가지를 펌프 속에 붓고 펌프질을 하면 비로소 물이 올라온다. 이때의 물 한 바가지를 ‘마중물’이라 한다.
돈은 물처럼 잘 새어나가기 때문에 독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비유이기도 했다. 그는 “상당수 사람들이 깨진 독에 물만 열심히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을 줄줄 새게 하는 체질을 바꾸는 것이 출발이다.
경제 성공의 마중물을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고 부자들은 입을 모았다. 그것은 매일 새벽, 사막의 이슬 몇 방울씩으로, 한 바가지의 물을 모아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였다. 오랜 세월, 끝도 보이지 않는 일을 지겹도록 반복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이다. 땀방울과 눈물까지 아까워 바가지에 받게 된다. 그래서 자기 힘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은 ‘소수’다.
STEP 2 | 저축에 생활을 맞춘다 부자들은 목표를 세우고 저축 규모를 설정, 월수입이 생기는 즉시 강제적으로 저축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출발점이라고 얘기했다. ‘생활에 저축을 맞추지 말고, 저축에 생활을 맞추라’는 주장이기도 했다.
자수성가 부자들의 출발점 역시 샐러리맨이었다. 몇몇 자영업자와 전업주부를 제외하고는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마저도 월급쟁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또한 월급쟁이를 청산하고 부자의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니다. 직장생활은 그들의 ‘성공 인큐베이터’였다. 직장생활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의미다.
STEP 3 | 배고픔을 즐기며 작은 행복을 찾아내라 부자가 된다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 과정을 즐겨야 한다. 자수성가 부자들은, 남들이 폼 나는 새 차를 뽑을 때 10년 묵은 차를 닦고 있었다. 남들이 해외여행을 다닐 때 손수 만든 김밥을 들고 동네 뒷산에 올라가던 사람들이다.
“그렇게 쩨쩨하게 산들 무슨 낙이 있느냐”며 힐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차를 몰지 않는다고, 겨울마다 스키장에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 아니다. 자수성가 부자들은 “절제된 생활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STEP 4 | 부자만의 안목을 갖춘다 부자들은 남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과 인생을 반대로 산다. 남들이 팔 때 사고, 남들이 사는 것을 사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안목은 공부를 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랜 경험과 좌절을 통해 걸러지는 일종의 ‘혜안’이다.
자기 힘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에게 ‘비결’은 찾을 수 없었다. ‘작은 것’에서 만족을 찾는 지혜 정도를 배웠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차이가 쌓여 얼마나 큰 격차로 벌어지는지 끝내 깨닫지 못한다.
그 ‘사소함’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바로 부자들의 비결이 아닐까. 자수성가 부자들은 낙관적인 사람들이었다. 일상의 작은 행복은 아무나 찾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작은 만족 또한 그렇다. 아주 사소한 행복을 느끼는 데도 훈련이 필요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부자가 되는 비법’이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 탈출하는 것이 출발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성공한 뒤에 생각해보기 바란다. 과연 비법이란 게 있었는지….
한상복 님은 경제통신사인 edaily(www.edaily.co.kr)의 기자이자, 베스트 셀러 「한국의 부자들1,2」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10년 이상 경제 기자로 일하면서 항상 ‘경제 주체인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한상복 님은, 지금까지 만난 자수성가형 부자들의 경험담을 분석해 ‘부자 되기’의 현실적인 접근 방법들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