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임진왜란'와 '이순신제독' 이야기를 하면 보통 [난중일기]를 떠올린다. 오늘은 토욜...
주5일제가 이렇게 따분한지 오늘도 새삼 느낀다. 서재의 책들을 바라보니 일본인 오다 마코토(小田實)가 쓴 소설 임진왜란이 눈에
뛴다.
이책은 제가 1992년 봄에 구입하여 본 책인데 내용이
획기적이라 소개를 하고자 한다. 우리는 일본의 침략으로 빚어진 이 전쟁을 壬辰倭亂과 丁酉再亂으로 부르지만 일본에서는 「문록·경장[분로쿠
게이초]의 역(文祿·慶長の役)」이라 부른다.(문록=분로쿠은 1592~1595년, 경장=게이초는 1596~1614년까지 일본의
연호다.).
「役(역)」이라는 말이 「정벌」의 의미를 강하게 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일본인들은 이 전쟁을 「침략」이라고 반성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에 대한 「손 봐주기」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 불리워지는데 수 많은 조선의 사기장들을 일본 으로 끌고 가고 찻사발과 많은 도자기를 약탈해 갔기 때문이다. 이때 끌려간 조선의
사기장과 가져갔 던 도자기는 일본의 도자기산업[요즘의 요업산업]을 일으켜 국가 경제를부흥시켰고 식생활과 차문화를 획일적으로 바꾸었으며 일본
다도의 초석이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원제 민암태합기[民岩太閤記]는 강항[姜沆]의 간양록[看羊錄]의 한 구절인
민암지가외여시의[民岩之可畏如是矣]에서 인용하여 붙혔다고 한다. 강항은 일본육군에게 붙잡혀 온갖 고생을 격은 우리의 유학자로 일본에 성리학을 전한
일본 성리학의 개조(開祖)이다.
일본인 오다 마코토(小田實)는 "임진왜란에 대한 일본 분학은 전쟁에 대한 가해자 의식[반성의
양심]이 없다. 일본의 영웅은 구국형 영웅이 아니라 침략의 영웅이라고 말한다. 임진침략전쟁을 다루면서 일본문학은 '출병'이란 용어를 쓸 뿐이지
'침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아누이족은 물론이고 불교도, 기독교도 등까지도 포함한 총동원체제로서의
조선을 침략한 침략자의 모습으로 재조명하고자 한다."는 그 당시 선생의 점령문학 심포지엄에서의 발표로 많은 공감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 소설은 침략이라는 근본적인 취지 아래 등장하는 인물인 효고의 아리마 산중의 쓰레기와 티끌로 비유되는 '통이'와 '민이'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다이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미친 원숭이라고 표현하며, 이순신제독의 거북선에 대한 두러움을 시시 각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전쟁에는 왜와 조선뿐만 아니라 명의 장군과 책사가 나오는데 이들의 지지부진한 화평교섭과 일본을 도와주는 포르투갈
신부들과 명을 도와주는 남만의 군사들도 돋보인다. 유정의 의병의 활동을 돋보이게 표현을 하고 1인이하면 1일의병이라 고도 칭한다. 항왜군[귀화
일본인]의 활동도 돋보이며 요즘 스파이로 칭해지는 단어를 사루미라 하는데 사루미 해성의 1인 의병활동이 돋보인다.
일본인 오다
마코토(小田實)는 그리스 문학을 전공한 석학다운 혜안으로 임진침략전쟁을 어제의 역사로서가 아니라 오늘날의 남북한 민족분단과 연계시켜 일본의
조선침략과 미국의 6.25 개입 문제를 병치시킨다. 임진침략전쟁 때 불이 타버린 경주의 유적지에 6.25 때 미국에 의하여 폭격당한 묘향산의
여러 사원을 대치시키며 설명을 하고 있다.
- 한국일보에서(1992 4.
14)... 이 소설은 정통적 기록소설이라기 보다는 경쾌한 역사 산책에 가깝다. 즉 일본 역사 이래 최초의 총력전 속에서 신음한 일본
민중의 실상과 임란의 시련을 발가벗은 채 격은 조선백성의 고난을 환기할 뿐만 아니라, "삼한정벌론",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부정 등 고대부터
현대까지 탄력적으로 교차하는 작가의 해설은 우리에게 지적인 흥미를 자극한다.
- 東京新聞, 구로코 가즈오[黑吉一夫]
서평에서... 일본의 역사가들은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을 "징벌이니 "출병"이니 하는 말로 그 침략적 성격을 효도해 왔다. 최근 한국과
일본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는 "조선인종군위안부" 문제에도 일본의 역사관이 그대로 들어 나고 있다.
이 일본인의 잘못된 역사의식을
뿌리에서 뒤흔드는 장편소설이 이『民岩太閤記』이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1992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 침략을 감행한지 사백년이 되는 해이다. 각별히 그점에 유의 해서 한.일
동시 출판의 형식으로 출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은 일본의 어느 잡지에 1985년부터 '89년에 걸처 연제한 것으로 책으로 출판하기 까지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 뿐인데, 이 사백년의 우연에는 뭔가 무거운 생각이든다.
소설은 말할 것 없이 정치의 그림풀이가 아니다.
작가가 상상력과 구상력을 구사하여 하나의 독립된 가치를 가지는 소설세계를 만들어 내는 작업, 그것이 소설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 소설을 창작해
내는 작가가 역사의 밖에서, 또 정치의 밖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소설 임진왜란』의 경우 작가인 내가 한반도의 침략, 지배는
'메이지[明治]' 아래의 침략, 지배만이 아니다. '조선인 강제 연행'의 문제만 보더라도 이미 그 원형은 사백년전의 엤날에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소설은 정치를 그림 풀이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역사를 그냥 덧발라 보는 것도 아니다. 동시에 그 정치,
역사를 등지고 자기 혼자 만의 생각에 잠겨 아름다운 꿈이야기를 꾸며 내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을 읽고 한국 독자들의 어떠한 반응을
보일는지 나로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 불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불안을 크게 뛰어 넘어 기쁨 마음이 드는 것은 비록 과거가
어떻든지 사백년전의 엤날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직면'하려고 하는 작가가 일본에도 있다는 것을 한국의 독자가 알아 줄 기회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그 '직면'의 자세에 여러 가지로 비판이 따를 수 잇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거기서부터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이
논의 하여 사귀어 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 본다.
이런 귀중한 기회를 마련해 준 한국의 독자들과 출판에 힘써 준 여러분들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1992. 1. 31
오다 마코토(小田實)
1932년 오오사카에서 태어나 도쿄대하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뉴욕주립대학교
객원교수, 게이오대학 경제학부 특별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2004년 현재 '양심적 군사거부국가 일본 실현의회'와 '시민의
의견30.칸사이'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은책으로 <일본의 지식인>, <나는 이렇게 보았다>, <분단
베트남 통일 베트남 그 현장을 가다>, <평화를 만드는 원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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